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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의 태양' 드디어 폭발한 주중원의 매력 본문

드라마를 보다

'주군의 태양' 드디어 폭발한 주중원의 매력

빛무리~ 2013. 9. 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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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홍자매표 남주인공은 아주 서서히 데워지는 크고 두꺼운 국냄비 같다. 나쁜 남자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성들은 홍자매의 남주인공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들지만 내 취향은 그 쪽이 아닌지라, 당최 몰입이 안 되면서도 꾹 참고 시청하다 보면 나중에는 좀처럼 끓지 않는 국냄비를 바라보며 짜증내는 심정이 되고 만다. 나도 남들처럼 열광하고 싶은데 안 되니까 답답한 거다.

 

그러다가 기적처럼 내 마음에도 까칠한 남주인공의 매력이 폭발하면 그 순간의 희열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홍자매의 모든 작품에서 그와 같은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 두어야 한다. 그런데 '주군의 태양'에서는 드디어 그 순간이 왔다. 종영을 불과 4회 앞둔 시점이라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것 참 벅차고도 황홀한 기분이다.

 

주중원(소지섭)과 태공실(공효진) 커플이 정말 사랑스러운 이유는 밀당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또한 철저히 개인적인 취향에 근거해서 말하는 것이지만, 나는 서로 사랑한다면서 끝없이 밀당을 주고받는 커플을 보면, 도대체 왜 그토록 피곤한 연애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서로의 폭을 넓혀가며~ 늘 솔직할 수 있다면~" 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모든 연인들이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군과 태양 커플은 속에 없는 말을 하거나 빙빙 돌리지 않는 솔직한 사람들이다. 다만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깨닫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자기 마음이 분명해지자, 주군은 망설임 없이 직설적으로 고백했다. "태양, 내가 널 사랑하나봐. 이제 너 어쩔래?"

 

 

주중원의 돌직구(?) 고백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급진전했다. 태공실도 자기 마음을 확신하지 못했을 뿐, 아니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애써 부정했을 뿐 사실은 이미 주중원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당연한 결과였다. 두 사람은 남들이 알지 못하는 (또는 알면서도 감당하지 못하는) 서로의 상처를 거침없이 감싸안으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관계의 양상이 바뀌자 여주인공보다도 남주인공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특유의 까칠함을 내팽개친 이 남자는 그야말로 진국이다. 커다란 3중냄비 속에서 드디어 펄펄 끓기 시작한 곰국처럼, 아무런 망설임 없이 가장 순수하고 뜨거운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주중원은 태공실 곁을 맴도는 강우(서인국)를 노골적으로 질투하기도 하고, 그녀가 데려온 아기 귀신을 위해 율동까지 하면서 동요 '곰 세 마리'를 불러 주기도 한다. 그녀가 권한 동화책 '폭풍우 치는 밤에'를 읽기 위해서 난독증까지 극복하려 애쓰는 중이다. 뼛속까지 녹여버릴 듯 귀여운 이 남자를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폭풍우 치는 밤에'의 결말이 영 개운치 않다. 죽은 차희주(한보름)의 쌍둥이 자매이며 15년 전 납치사건의 주범일 것으로 짐작되는 한나(황선희)는 주중원의 고모 주성란(김미경)에게 그 책의 결말을 이야기했다. "절대 어울리면 안 되는 애들이 어울리더니... 더 많이 좋아하는 애가 죽어요!" 주중원과 태공실은 정말 늑대와 염소처럼 절대 어울리면 안 되는 존재들이었던 걸까?

 

우연히 죽은 아이의 혼령을 보게 된 태공실은 애타게 자식을 찾는 어머니에게 시체가 있는 곳을 알려 주기로 결심하는데, 아이의 혼령을 따라간 곳은 외진 곳의 카센터였다. 알고 보니 그 카센터 주인이 실수로 아이를 치어 죽인 후 겁에 질려 시체를 차 트렁크에 유기하고 뺑소니를 쳤던 것이다. 잘못을 은폐하려는 마음은 더욱 큰 잘못을 불러왔다. 범인은 아이를 죽인 죄를 태공실에게 덮어씌우고, 죄책감에 못 이겨 자살한 것으로 처리하기 위해 그녀를 죽여 저수지에 던지려고 하는데... 절체절명의 순간,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달려온 주중원이 태공실의 몸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범인의 흉기는 깊숙이 주중원의 등을 찔렀다. 심장이 있는 왼쪽 부위였다. 

 

 

염소 메이를 구하기 위해 눈사태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늑대 가부처럼, 주중원도 태공실을 구하려다가 대신 죽는 걸까? 수술실 밖에서 애태우며 기다리던 그녀 앞에 눈부신 영혼의 모습으로 그가 나타났다. "정말이네... 너 태양처럼 환하네!" 태공실은 믿을 수가 없다. 눈 앞의 주중원이 귀신이라는 사실을 차마 인정할 수가 없다. "나 죽은 건가? ... 굉장히 억울한데, 그래도 내 여자는 나를 볼 수 있으니까... 이 말은 해 주고 갈 수 있겠네... 태공실, 사랑해!" 그 한 마디를 남겨두고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주중원... 절대 이럴 수는 없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내 마음 역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는 태공실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반드시 숨이 끊어져야만 영혼의 상태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여유롭게 호텔 수영장과 스위트룸을 오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아줌마 귀신은 알고 보니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지 않았던가? 태공실이 그 아줌마의 어린 딸 이야기를 꺼내며 이제 그만 돌아가셔야 한다고 설득했더니,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던 아줌마의 영혼은 기적처럼 다시 몸으로 돌아와 의식을 되찾지 않았던가? 16부작 드라마에서 아직도 4회가 남았는데, 벌써 남주인공이 죽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잠시 유체이탈했던 주중원의 영혼은 이제 곧 몸으로 돌아가 의식을 되찾을 것이다. 어쩌면 그 이후에는 주중원도 태공실과 같은 능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 뒤늦게 불붙은 나의 주군 사랑은 속절없이 다음 주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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