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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보스를 지켜라' 5회는 두 커플의 달달한 키스씬으로 마무리 되었었습니다. 차지헌(지성)이 노은설(최강희)에게 마음을 고백한 후 이 두 사람의 애정 전선은 거침없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서나윤(왕지혜)과 노은설 사이에서 상당히 애매해 보였던 차무원(김재중)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저는 무척이나 그 장면이 반갑더군요. 드디어 식상한 사각관계에서 벗어난, 유니크한 설정의 드라마를 보게 되나 싶었거든요. 만날 두 남자는 한 여자를 같이 좋아하면서 연적이 되고, 한쪽 옆에는 또 다른 여자가 있어서 질투심을 불태우고... 꼭 이런 식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왜 주인공들의 애정 전선은 항상 겹치고 꼬여야만 하는 걸까,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무원이 서..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선우용녀와 박영규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예능감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들은 MC 박미선과 더불어 잠시 즉흥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어요. 몇 년째 백수로 처가살이를 하면서 만날 얻어먹기만 좋아하는 사위를 나무라는 선우용녀 할머니와, 그런 장모님한테 서운해하는 박영규, 그 와중에 등장해서 남편의 편을 드는 박미선이라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10년 전의 미달이네 가족을 그대로 다시 보고 있는 것만 같더군요. '순풍 산부인과'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참 많이도 그립고 정겨웠습니다. 저는 그 작품 이후로 김병욱 PD 시트콤의 매니아가 되었지요. '스타 퀴즈' 코너에서 박영규가 자신을 소재로 낸 문제는 "박영규는 영화촬영장에서는 ○○가 되고 싶어한다" 였는데, 정답은 '..
우리나라의 국가 자살율은 2005년 OECD 통계로 볼 때,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후로 감소했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없으니 커다란 변화는 없을 듯 합니다. 모든 자살은 충격과 비극으로 다가오지만, 아직 삶을 꽃피워 보지도 못한 청춘들의 자살 소식이 들려왔을 때 느껴지는 슬픔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잘 모르는 남의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그러한데, 부모 입장에서 느끼는 고통이야 어찌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박영규의 눈물어린 고백을 듣고서야, 그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004년, 당시 22세로 워싱턴에서 공부하고 있던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활동을 접은 채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잠시 의도적으로 마음의 문을..
'지붕뚫고 하이킥'의 김자옥 여사는 나이가 많아도 엄연한 미혼여성입니다. 결혼한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어쩌다보니 연애조차도 이순재 옹과의 연애가 처음이라네요. 사귀기 시작한지 100일째 되는 기념일을 순재옹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 서운한 표정으로 그녀가 말했었지요. "하긴 선생님은 저와는 다르시겠지요. 저는 뭐든지 선생님하고 해보는 게 처음이라, 매번 설레고 기대되는데..." 그녀의 상심한 표정을 본 순재옹은 "깜짝 놀라실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며 허풍을 치게 되고, 결국 잠실 종합운동장을 통째로 빌려 공연하며 '네버엔딩 스토리'를 열창하다가 무리하여 쓰러지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에는 그 이벤트로 인하여 회사 재정에 구멍이 나게 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발생하기..
기다리고 있던 '지붕뚫고 하이킥' 첫방송이 전파를 탔다. 이순재 옹을 제외하고는 그간 시트콤을 통해 낯익은 얼굴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있는 터라 약간 허전한 마음을 안고 시청했는데, 의외로 1회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물론 카메오였지만 말이다. 반가운 얼굴 첫번째는 '똑바로 살아라'에서 노주현의 머리 나쁜 아들로 나왔던 노형욱 군이었다. 그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이름은 김형욱이었는데, 워낙 노형욱이라는 이름으로 인지도가 생기다보니 아예 이름을 노형욱으로(예명) 바꾼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친구도 85년생이니까 벌써 25세의 어른인데 아직도 집안의 골칫덩이였던 막내 형욱이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맨날 샐샐거리고 웃기만 하던 둘째누..
나는 시트콤을 매우 좋아한다. 일반 드라마보다도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더 좋아하는 장르가 시트콤이다. 그런데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자칫 잘못 만들면 웃기지도 못하고 감동도 주지 못한 채 딱한 모양새로 주저앉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김병욱 PD의 작품은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다. 김병욱의 시트콤은 언제나 꽉 짜여진 구성과 독특한 인물들의 확실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일부러 웃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각각의 캐릭터가 성공적으로 구현되니까 자연스럽게 웃음이 발생한다. 또 김병욱 시트콤의 특징 중 하나는 웃음과 동시에 슬픔과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 내내 유쾌하게 진행되던 시트콤을 몇 번씩이나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충격을 주기도 했다. 1. 순풍 산부인과 (SBS 1998~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