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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홍자매의 신작드라마 '맨도롱 또똣'은 그 독특한 제목에서부터 관심이 끌리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제주도 개츠비'라는 제목이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은 '기분좋게 따뜻한' 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인 '맨도롱 또똣'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기분좋게 따뜻한... 어쩐지 그 제목만으로도 어떤 느낌의 드라마인지 알 수 있을 듯하다. 벌써 몇 주 전부터 이 작품을 기다려 온 이유는 나도 좀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서'였다. 꽃 피는 춘삼월 이 좋은 시절에 (양력으로는 요즘이 5월이지만 음력으로는 3월이다) 어울리지 않게, 특별히 우울할 일도 없는데 수시로 서늘한 우울감에 빠지는 요즘은 나도 좀 '기분좋게 따뜻한' 느낌에 빠져보고 싶었다. 영화나 드라마에 관한 내 취향은 원래 애틋하고 절절하고 우수어린 멜로 쪽이지만 요즘..
나에게 있어 홍자매표 남주인공은 아주 서서히 데워지는 크고 두꺼운 국냄비 같다. 나쁜 남자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성들은 홍자매의 남주인공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들지만 내 취향은 그 쪽이 아닌지라, 당최 몰입이 안 되면서도 꾹 참고 시청하다 보면 나중에는 좀처럼 끓지 않는 국냄비를 바라보며 짜증내는 심정이 되고 만다. 나도 남들처럼 열광하고 싶은데 안 되니까 답답한 거다. 그러다가 기적처럼 내 마음에도 까칠한 남주인공의 매력이 폭발하면 그 순간의 희열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홍자매의 모든 작품에서 그와 같은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 두어야 한다. 그런데 '주군의 태양'에서는 드디어 그 순간이 왔다. 종영을 불과 4회 앞둔 시점이라 ..
로코믹호러, 올 여름 홍자매는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였다. 로맨틱코미디와 호러가 결합하면 과연 어떤 색채의 드라마가 탄생할까, 짐작조차 하기 힘든 과감한 시도였다. 그렇게 시작된 16부작 드라마 '주군의 태양'은 어느 덧 10회를 넘어섰고, 대중의 반응은 상당히 뜨거운 편이다. 참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고 스토리도 재미있다면서 이 드라마를 찬양한다. 그런데 나는 도무지 이 작품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소지섭은 예전보다 더욱 멋있어졌고, 공블리 공효진의 연기도 언제나처럼 일품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로맨틱코미디와 호러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지지도 않았고,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와 귀신들의 에피소드는 생뚱맞게 따로 노는 것만 같았다. ..
그렇죠, 뭐... 제가 보기에도 드라마 자체는 형편없었습니다. 홍자매의 로맨틱 코미디도 이제는 한계에 달했나보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떨칠 수가 없었죠. 아주 좋게 봐준다면 일시적인 슬럼프라든가 한 번쯤의 커다란 실수라고 퉁쳐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설정도 너무나 허술하고 캐릭터에도 공을 들이지 않은 티가 많이 나니 그 정도의 변명도 쉽지는 않네요. 하지만 종영 이후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살벌한 악평들을 바라보며 제 마음은 왜 살짝 불편해졌을까요? 물론 어처구니 없을 만큼 성의없고 황당한 결말이긴 했지만, 그래도 홍자매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닌데 싶어서... 가장 소중한 것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은 서운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넘어가려고 했었는데, 생뚱맞게도 김은희..
홍자매의 작품치고 이렇게 몰입도가 떨어지는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의 다른 작품들은 비록 시청률이 최고는 아니었더라도 매번 열광적인 매니아층이 형성되면서 화제몰이를 했고, 주요 캐릭터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비교적 높은 편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된 셈인지 드라마가 중반에 이르도록 매니아층이 형성될 기미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차가운 무관심 속에 한자릿수 시청률의 굴욕을 맛보고 있습니다. 가끔씩 뜨는 관련기사조차도 요즘 어딜가나 핫이슈인 '수지'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주인공인 공유나 이민정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도 어렵네요. 경쟁작인 '추적자'와 '빛과 그림자'가 워낙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는 되겠지만, 작품 내부에 문제가 없다면 결코 이런..
원작이 있는 드라마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각시탈'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원작에 나타난 주인공의 초반 캐릭터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드라마는 그 장르의 특성상 책(만화 포함)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어느 시간보다도 경쟁이 치열한 현재 수목드라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책은 언제든 읽고 싶을 때에 집어들어 읽으면 되는 것이지만, 드라마는 마음에 닿지 않는다 싶으면 곧바로 채널을 돌려버릴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면 본방사수하지 못한 드라마는 내용을 알 수가 없게 되고, 다음 번 수요일에는 자연스레 앞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는 다른 드라마 쪽으로 채널을 맞추게 되지요. 그러므로 ..
드디어 10년 전, 국보소녀의 해체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그 원인은 한미나(배슬기)에게 있었습니다. 미나는 옛 동료였던 제니(이희진)와 강세리(유인나)를 불러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 국보소녀로 활동할 당시, 연예인의 삶 자체를 너무도 힘겨워했던 미나는 남자 아이돌 스타(브라이언)와 사랑에 빠졌고, 그와의 결혼을 통해 현실에서 달아나려 했습니다. 부적절한 상황이지만 그녀에게 잉태된 아기는 현실에서 도망갈 수 있게 해 줄 유일한 희망이기도 했습니다. 멤버들 중에서는 오직 리더인 구애정(공효진)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구애정이 자기를 따돌린다고 오해한 강세리가 음료수에 약을 타는 해서는 안 될 장난을 했고, 우연히 구애정 대신 그 음료를 마신 한미나는 유산을 하고 말았..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드라마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훤히 예상되는 것들이 있고, 각오해야 할 것들도 있지요. 우선 남주인공은 성격 까칠하고 이기적인 듯하지만 그 가슴 속에는 깊이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처럼 엄마에게서 버림받은 정신적 상처일 수도 있고,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처럼 몸이 병들었던 탓에 겪어야 했던 육체적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초반에 남주인공의 까칠함을 보며 살짝 재수없다고 느끼던 시청자들은 점차로 그 가슴 속에서 아직도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연민에 젖게 됩니다. 그에 비해 서브남, 즉 여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남주인공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인물은 아주 어른스러운 남성입니다. 어린애..
아무래도 천성일 작가는 '여자'를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여자가 매력적인 여자인지를 모르는 듯해요. 올해 초에 대박을 기록했던 드라마 '추노'에서도 장혁을 비롯한 남성 캐릭터들은 모두 인기를 얻었으나, 여주인공 이다해는 '민폐언년'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악평에 시달렸지요. 아무리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그녀였지만, 대본상 구제불능일 정도로 매력없게 그려지고 있는 언년이를 살려내지는 못했어요. 그에 비해 '도망자 Plan.B'의 여주인공 '진이'는 초반에 좀 다른 면모를 보이기에, 오랜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이나영을 위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작가의 특이한 여성관은 '진이'를 끝까지 매력적인 여주인공으로 유지시키는 데 실패했군요. 차라리 이다해의 '언년이'는 ..
싸늘한 겨울을 앞두고 시작된, 순정만화 원작의 '매리는 외박중'... 이 드라마는 현재 초반부터 가슴 시린 슬픔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차츰 따사로운 멜로의 감성으로 변해갈 것을 기대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따뜻함보다 공허감을 더 많이 느끼게 하는군요. 그런데 묘하게도 가슴이 텅 빈 듯한 공허감은 점점 더 우리를 이 사랑이야기의 묘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것은 바로 남자 주인공 장근석의 독특한 캐릭터 '강무결' 때문입니다. 장근석은 이제껏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젊은 배우들 중에서는 보기 드문 경력을 지닌 연기자인데, 자기의 느낌과 꼭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주관적 견해이지만,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