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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서로를 구하기 위한 두 아이의 기적(Miracle)! 본문

드라마를 보다

'빅' 서로를 구하기 위한 두 아이의 기적(Miracle)!

빛무리~ 2012. 6. 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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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매의 작품치고 이렇게 몰입도가 떨어지는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의 다른 작품들은 비록 시청률이 최고는 아니었더라도 매번 열광적인 매니아층이 형성되면서 화제몰이를 했고, 주요 캐릭터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비교적 높은 편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된 셈인지 드라마가 중반에 이르도록 매니아층이 형성될 기미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차가운 무관심 속에 한자릿수 시청률의 굴욕을 맛보고 있습니다. 가끔씩 뜨는 관련기사조차도 요즘 어딜가나 핫이슈인 '수지'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주인공인 공유나 이민정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도 어렵네요.

 

경쟁작인 '추적자'와 '빛과 그림자'가 워낙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는 되겠지만, 작품 내부에 문제가 없다면 결코 이런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동안 제가 생각해 온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드라마의 대표적인 특징은 살아 숨쉬는 듯한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청량음료처럼 산뜻하면서도 톡 쏘는 캐릭터들의 매력은 초반의 설정이나 스토리 진행이 다소 황당해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게 해주었고, 차츰 캐릭터에 몰입하면 할수록 시청자들은 홍자매 특유의 환타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요. 예를 들자면 21세기의 현실 속에 나타난 구미호의 사랑이야기는 지나친 비현실성 때문에 몰입하기 힘든 설정이었지만, 너무나 사랑스럽게 표현된 신민아와 이승기의 매력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그래서 현실과의 간극도 쉽게 메꿀 수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빅'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별로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습니다. 여주인공 길다란(이민정)은 고등학교 교사씩이나 된 어른이면서 십대 청소년보다도 더 어린 느낌을 주는 혀짧은 캐릭터라고나 해야겠네요. 그 모습이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워보인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한심스런 덜렁이 푼수 정도로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도 저도 아닌 남주인공 캐릭터는 더욱 더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죠. 차라리 영혼 체인지가 없었더라면, 30세의 의사 서윤재(공유)는 서윤재만의 매력을, 18세의 고등학생 강경준(신원호)은 강경준만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었을 듯한데, 이 두 사람의 어설픈 영혼 체인지는 현재까지로 볼 때 처참한 실패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지금 공유가 연기하고 있는 남자는 서윤재도 아니고 강경준도 아닙니다. 영혼 체인지 이전의 강경준이 얼마나 어둡고 시크한 소년이었는지를 모든 시청자가 알고 있는데, 서윤재의 몸 속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고 말았으니까요. 그렇게 말 많고 촐랑대는 까불이를 그 누가 선뜻 강경준이라고 인식할 수 있을까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것은 공유에게도 일정 부분의 책임은 있겠지만, 엄연히 홍자매의 캐릭터 창조가 실패한 결과라고 생각되는군요. 그런가 하면 자기한테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서윤재와 강경준을 미저리처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이세영(장희진)과 장마리(수지) 또한 공감을 끌어내기는 어려운 캐릭터죠. 도통 캐릭터에 공감되지 않으니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모두 붕 뜬 것처럼 느껴지고, 스토리에 몰입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러나 8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그림책의 수수께끼는 앞으로의 진행이 보다 흥미로워질 것을 예고하고 있더군요. 가볍고 유쾌한 코믹 속에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절묘하게 녹여내는 홍자매의 능력은 언제나 후반부의 감동을 극대화시키곤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섣불리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살짝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있는 두 어린아이가 서로에게 손을 뻗고 있는 그림책의 표지는 보기만 해도 아름답습니다. 또한 책의 제목은 'Miracle(기적)' 이군요. 서윤재 어머니(김서라)의 말에 의하면 이것은 서윤재가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가 직접 그림을 그려서 만든 책입니다. 누군가를 기념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고, 시중에 판매하지는 않았다는군요. 이세영(장희진)이 그 내용을 묻자, 윤재모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구해 준다면, 그 아이가 또 다른 아이를 구해 준다는 이야기예요!"

 

 

이 그림책은 서윤재와 강경준의 영혼 체인지가 이유 없이 발생한 것이 아님을 암시해 줍니다. 두 사람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질긴 인연으로 얽힌 사이였던 거죠.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이 서로를 구해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윤재는 어린 시절, 경준이 덕분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났을지도 모릅니다. 갓난아기에 불과했던 경준이가 윤재를 구했다면 그들은 친형제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예를 들어 윤재의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같은 유전자를 지닌 형제가 필요했다든가 하는 식이죠. 둘이 동시에 물에 빠졌을 때 서윤재가 강경준에게 손을 뻗어 구해 주려 했던 것이나, 지금도 자기 몸을 아낌없이 경준에게 빌려주고 있는 현실을 보면, 서윤재가 그 때의 은혜를 갚고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반대로 어린 시절의 윤재가 경준의 목숨을 구했을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의 나이차가 12세 정도 되니까, 윤재가 경준이를 구하는 방법은 훨씬 다채롭게 설정할 수 있겠군요. 이 쪽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면 지금의 영혼 체인지는 오히려 경준이가 윤재를 구하기 위해 마련된 운명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두 아이가 서로를 구한다는 그림책의 메시지와 맞아떨어지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좀 더 심도깊은 의문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길다란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서윤재의 일상은 별 문제 없이 평화로워 보였는데, 그 와중에 과연 어떤 위기가 닥쳐오고 있었길래 영혼이 뒤바뀌는 극약처방을 통해서만 살아나게 된 걸까요?

 

 

이 미스테리가 완전히 풀리려면, 강경준의 몸 속에 잠들어 있는 서윤재의 영혼이 깨어나야만 하겠지요. 아무것도 몰랐던 경준과 달리, 윤재는 경준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윤재가 깨어나면 묻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군요. 다란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세영에게는 어떤 감정이었는지, 물 속에서 경준을 보는 순간 누구인지를 알아차렸는지 등등... 모든 비밀의 열쇠는 서윤재가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든 영화와 드라마에서 영혼 체인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라서 누구나 자기 생각밖에 할 줄 모르지만, 타인의 몸 속에 들어가 타인의 입장이 되어볼 수만 있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겠지요. 그런데 여기서의 영혼 체인지는 그런 차원을 넘어 두 아이가 서로를 구하기 위해서 일어난 '기적'이니, 어쩌면 초반의 가벼움과는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가슴 찡하고 감동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윤재는 어떻게 경준을 구했고, 경준은 어떻게 윤재를 구하게 될까요? 그림책의 메시지가 던져진 후, 저는 조금씩 '빅'의 향후 진행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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