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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영혼 체인지의 이유에 대한 한 가지 상상 본문

드라마를 보다

'빅' 영혼 체인지의 이유에 대한 한 가지 상상

빛무리~ 2012. 7. 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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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서윤재(공유)와 강경준(신원호)은 친형제였습니다. 이복형제가 아니라 정확히 같은 부모의 피를 받아 태어난 완벽한 친형제였죠. 이 사실은 윤재를 짝사랑하는 동료 여의사 이세영(장희진)의 호기심을 계기로 밝혀지게 됩니다. 서윤재의 어머니 안혜정(김서라)의 통화 내용을 엿듣고 강경준과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 이세영은 두 사람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데, 놀랍게도 강경준이 안혜정의 친자라는 결과가 나왔던 겁니다.

 

이세영의 질문을 받은 안혜정은 선선히 지난 일을 털어놓습니다. "윤재가 열 두 살 때 큰 병을 앓았어요. 윤재를 살리기 위해서 윤재의 동생이 필요했죠. 하지만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었어요. 그래서 남편과 사랑하는 여자가 아이를 낳아 줬어요. 그 아이가 경준이예요. 경준이는 우리 윤재를 살려주기 위해서 온 아이예요. 그 아이는 내 아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안혜정의 몸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서윤재를 살리려면 그 동생을 낳아줄 대리모가 필요했는데, 하필이면 윤재 아버지 서인욱과 사랑하던 여자 강희수(임지은)가 그 역할을 해주었다는 겁니다. 그래도 유전자는 서윤재와 완벽히 일치해야 하니까, 강희수의 몸에 인공수정된 배아(胚芽)는 물론 서인욱과 안혜정의 친자였겠죠.

 

 

"나는 두 사람이 다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래요. 난 사실 우리 윤재가 다시 아프게 되지 않는 한, 그 애를 다시 만나게 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강경준의 존재에 대한 안혜정의 생각은 더없이 확고했습니다. 그 아이는 절대 자기 자식이 아니며, 앞으로도 영원히 모르는 사이로 지내고 싶다는 거였죠. 이 차가운 악감정의 원인은 죽은 강희수에 대한 질투심 때문일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유전적으로 엄연한 자기 자식인데다가, 소중한 윤재가 그 아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는데, 굳이 외면하거나 싫어할 이유가 없거든요. 따지고 보면 윤재를 위해서 그 아이가 어린 몸으로 수차례의 희생을 치렀을 테니, 고마움과 미안함에 더욱 큰 사랑을 주어야 마땅할 일이죠.

 

여기서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어째서 하필 그 대리모를 강희수에게 맡겼느냐는 겁니다. 물론 남의 몸을 빌려서 아이를 낳는다는 대리모의 개념 자체가 생명윤리에 어긋나는 일이긴 하지만, 윤재를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면 차라리 생판 모르는 사람이 훨씬 나았을텐데 말이죠. 그랬다면 태어난 아이를 생물학적 엄마인 안혜정이 벌레보듯 싫어할 이유도 없었을테고, 그들은 4인 가족으로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을 듯한데 말입니다. 추측컨대 서인욱을 사랑하던 강희수가 나서서 자기가 하겠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군요. 그렇게 해서라도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아보고 싶었던 걸테고, 태어난 아이를 친부모에게 주지 않고 자기가 데려다 키운 이유도 서인욱의 분신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겠죠. 그러니 안혜정의 입장에서는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 되었을 테고요.

 

 

더욱이 안혜정은 강희수를 가리켜 '남편을 사랑하던 여자'가 아니라 '남편과 사랑하던 여자'라고 표현했습니다. '과'라는 조사 하나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적인 것이 되고, 따라서 당시 서인욱은 아들이 죽도록 아픈 와중에 강희수와 바람이나 피우고 있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만약 조사가 '을'이 아닌 '과'로 표현된 것이 작가 또는 연기자의 단순 실수에 의한 것이라면, 서인욱의 인격은 억울하게 땅에 떨어져 짓밟힌 셈이네요. 하지만 의도적으로 '과'가 들어간 것이라면, 천사의 그림을 그리며 아름다운 동화책을 저술한 서인욱은 매우 파렴치한 위선자가 되고 맙니다. 멋진 남자주인공 두 명의 생부를 왜 그런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하여튼 탄생의 비밀을 알고 보니 경준이가 더욱 더 불쌍해집니다.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 에서 이 문제가 심도 깊게 다루어진 적이 있었죠. 주인공인 11살 소녀 안나는 백혈병에 걸린 언니 케이트를 살리기 위해 유전공학의 도움을 받아 맞춤형 아기로 태어났습니다. 안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제대혈,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등 자기 몸의 모든 것을 케이트에게 주면서 살아왔는데, 안나 본인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에 안나는 자기 몸의 권리를 찾기 위해 엄마와 아빠를 고소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영화였죠. 그런데 경준이는 안나보다 훨씬 더 비참한 경우입니다.

 

 

안나는 그래도 친부모 슬하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날 수 있었고, 자기 몸에 수시로 주사바늘이 꽂히는 이유가 언니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진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준이는 친부모와 헤어져 생뚱맞은 편모슬하에서 자랐던 데다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몸에 주사바늘을 꽂고 피와 골수 등을 빼앗겨야 했겠군요. 그 어린 나이에 경준의 생활은 날마다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웠을까요? 더욱이 눈앞에서 엄마가 강도의 총에 맞아 죽는 모습을 목격하기까지 했으니,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그토록 어둡고 음울하며 시크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서윤재가 의사가 되기로 처음 결심한 나이는 열 여덟이었다고 합니다. 그 무렵 서윤재는 자신의 삶이 누군가의 따뜻한 손 내밈으로 이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자신 또한 다른 이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군요. 윤재는 12세부터 경준의 도움을 받았는데, 18세가 되었을 때까지도 완치가 되지 않아 '누군가의 따뜻한 손 내밈으로' 삶이 이어져 가고 있었다면, 경준이는 최소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윤재를 위해서 피와 골수 등을 뽑아 주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가엾은 것..;;) 어쨌든 다행히 서윤재는 배은망덕한 인간으로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받은 은혜만큼 타인에게 베풀고 싶다는 생각으로 의사가 되었군요. 물 속에서 경준에게 손을 뻗어 구해주려 한 것도 평소의 마음가짐이 그래서였나 봅니다. 

 

 

그런데 단지 목숨을 살려 준 은혜를 갚도록 하는 것이 하늘의 뜻이었다면, 굳이 영혼 체인지가 필요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냥 물 속에서 정신 잃은 경준이를 윤재가 구해서 밖으로 데리고 나왔으면 되는 일인데 말이죠. 그리고 물 속에서 간신히 손을 잡기는 했지만, 두 사람 다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함께 정신을 잃었으니까, 윤재가 경준의 목숨을 구했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죠. 그러므로 서윤재는 강경준을 구해 준 사실이 없고, 아직 은혜를 갚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영혼 체인지에 비밀의 답이 있을 듯하군요. 윤재가 경준을 구하기 위해서는 영혼 체인지가 필요했던 겁니다.

 

'빅' 10회에서는 길다란(이민정)이 강경준을 향한 자기 마음의 정체를 깨닫고 몹시 놀라며 슬퍼하는 장면이 방송되었습니다. 이제 겨우 19세밖에 되지 않은 어린 제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으니, 당황스러움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고 봐야겠죠. 그런 길다란의 모습을 보면서, 제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길다란의 진짜 인연은 서윤재가 아니라 강경준이었던 걸까... 그래서 경준이가 마음 고생하며 헤매지 않고 길다란과 빨리 맺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영혼 체인지가 필요했던 걸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강경준이 미성년자이고 학생에다가 제자인 현재 상태에서 27세의 여교사 길다란과 맺어지는 것은 무리입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고작 1년의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일이죠. 한 때 스승과 제자 사이였다고 해서 못 이루어질 이유는 없습니다. 당장 길다란의 부모인 안석환과 윤해영만 해도 한 때 스승과 제자였다가 결혼해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는 부부의 좋은 예가 아니겠습니까? 그 두 사람의 나이차는 무려 16살로 설정되어 있는데, 그에 비하면 길다란과 강경준의 8살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만약 영혼 체인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길다란은 향후 최소 5~6년간은 절대 강경준을 좋아하게 될 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녀의 마음은 오직 서윤재로 가득차 있는 데다가, 그녀의 눈에 경준이는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어린 제자로만 보였을 테니까요. 반대로 일찌감치 길다란을 좋아하게 되어버린 강경준은 아주 오랫동안 혼자서 마음고생을 해야 했겠지요. 또한 자기를 거들떠도 안 보는 그녀에게 남자로 인정받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을테니, 강경준이 길다란의 사랑을 얻기까지는 길고도 파란만장한 고통의 세월이 필요했던 겁니다.

 

 

하지만 영혼 체인지 덕분에 그 어려운 문제는 삽시간에 해결되었습니다. 길다란은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서윤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강경준을 자주 만날 수밖에 없었고, 처음에는 서윤재의 모습 때문에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지만, 계속 자주 만나다 보니 강경준의 내면적인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결국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경준이를 좋아하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군요. 그렇다면 오랜 외사랑의 고통 속에서 헤맬 수밖에 없었던 강경준의 슬픈 운명을 서윤재가 해결해 준 (구해 준) 셈이 됩니다.

 

산드라 블록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 가 문득 떠오르는군요. 여주인공은 짝사랑하던 남자가 철길에 쓰러져 정신을 잃은 것을 우연히 발견해서 구해주는데, 일이 꼬이다 보니 그 남자의 가족들로부터 약혼녀라고 오해를 받게 됩니다. 가족 없이 외롭게 살던 여주인공은 그 남자의 가족들로부터 따뜻한 정을 느낀 나머지 얼른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어영부영 세월이 흘러가는데, 그 남자는 혼수상태에서 좀처럼 깨어날 줄을 몰랐죠. 그 와중에 여주인공은 그 남자의 남동생과 점점 가까워지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나중에 형의 약혼녀가 아니었다는 진실이 밝혀지고 두 사람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다행히 혼수상태에 빠졌던 남자도 건강을 회복하게 되는데, 그는 여주인공에게 "내 동생과 언제 그토록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냐?"고 물었죠. 그러자 여주인공이 대답합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어찌 보면 '빅'의 현재 상황도 꽤나 비슷한 듯 싶습니다. 형이 혼수상태로 누워 있는 사이에, 형의 약혼녀였던 여주인공은 그 동생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거죠. 물론 영화에서는 진짜 약혼녀가 아니었지만... 하여튼 엉뚱한 곳에서 헤매지 않고 진짜 인연을 빨리 만나 행복하게 맺어질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엄청난 행운입니다. 혹시 1~2년쯤 후에 서윤재의 영혼이 깨어나서 "두 사람이 언제 그토록 가까워졌느냐?" 고 묻는다면, 길다란과 강경준은 씩 웃으며 "당신이 잠든 사이에" 라고 대답하지 않을까요? ㅎㅎ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두 아이가 서로를 구해준다는 동화책의 내용이 과연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궁금하니, 그냥 재미삼아 상상이나 한 번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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