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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두, 늦복 터진 김선아의 쉽지 않은 선택 본문

드라마를 보다

아이두, 늦복 터진 김선아의 쉽지 않은 선택

빛무리~ 2012. 6. 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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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저는 또 방황을 시작했습니다. '각시탈'에서는 시원한 액션으로 원수를 무찌르는 히어로의 활약을 맘껏 즐길까 했더니, 어머니와 형은 비참하게 죽고, 단짝친구는 변절해서 원수가 되고, 어린 시절의 연인은 서로를 못 알아보는 등 비극만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령'은 조현민(엄기준)의 등장 후 그와 연결된 새로운 악역들이 속속 늘어나며 아리송한 미스테리가 중첩되고 있는데, 솔직히 저는 머리가 좀 아프더군요. 너무 복잡하다 싶은 느낌도 들고,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역동적인 스릴을 느끼고 싶은데, 좀처럼 미스테리는 풀릴 기미가 안 보이니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생각해 보니 요즘 인기를 끄는 드라마 '각시탈'과 '유령'과 '추적자'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상대하기에는 악의 세력이 너무도 거대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비극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죠. 물론 이 삭막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망적인 심경을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일주일 내내 그렇게 어둡고 무거운 내용의 드라마만 보는 건 부담스럽더군요. 그래서 저는 '아이두 아이두'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게 되었는데, 예상했던 것과 달리 유치한 코믹으로 포장되어 있지도 않고, 현실적인 문제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담히 바라보며 고민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굉장히 심각하게 다룰 수도 있는 주제인데, 아주 따뜻하고 유쾌한 터치로 표현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30대 후반의 골드미스 황지안(김선아), 성공가도를 달려온 직장 내에서 드디어 사장 자리에 취임하기 직전이라는 공교로운 타이밍을 계산에 넣지 않더라도, 미혼 여성으로서 계획에 없던 갑작스런 임신이란 엄청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겠지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중에 생긴 일도 아니고, 그저 술김에 단 한 번 실수로 벌어진 일이니 더욱 기가 막힐 일입니다. 함께 사고친 상대가 차라리 맞선 본 산부인과 의사 조은성(박건형)이었다면 차라리 별 고민 없이 결혼을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하필 뱃속의 아기 아버지는 한 번도 남자로 생각해 본 적 없는 새파란 후배 직원 박태강(이장우)이니 더 이상 난감한 노릇이 없겠군요.

 

설상가상 황지안은 얼마 전 폐경이행증을 진단받은 터라, 이번에 낙태를 하게 되면 다시는 임신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입니다. 과감히 아이를 낳을 것인가, 아니면 평생 엄마가 될 기회를 포기할 것인가? 아이를 낳는다면 싱글맘의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결혼을 할 것인가? 결혼을 한다면 누구와 할 것인가? 황지안은 무려 3가지나 되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결정을 한꺼번에 내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결혼도 임신도 인생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그녀로서는 무엇 하나도 결정하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낳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십 가지나 되지만, 낳아야 할 이유는 한 가지도 없다고 생각했던 아이... 그래서 친구 봉준희(김혜은)의 권고에 따라 몸에서도 지우고 기억에서도 지워버리려 했던 아이...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본능적인 모성이 그녀의 내부에서 발생하며, 황지안은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나 닮았으면 성질도 못됐을 거고, 나 닮았으면 불효막심할 거고..." 자신을 닮아 태어나게 될 아이가 잔뜩 부담스럽기만 했던 그녀인데... 병원에서 수술 상담을 받고 나오면서 봉준희가 친구를 안심시키기 위해 별 것 아니라고, 아주 쉽게 간단히 떼어낼 수 있다고 말하자, 오히려 황지안은 벌컥 화를 내는군요.

 

"야, 네 딸은 맨날 우리 공주, 우리 공주, 하고 보물처럼 싸고 돌면서, 이 아이는 왜 떼버려야 될 종양 취급이냐?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기껏 병원 알아봐주고, 진찰받을 때도 함께 와주고, 위로까지 해주는 고마운 친구한테, 이쯤되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 해야겠죠. 그런데 황지안의 싸가지없는 대사가 저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답니다. "이 애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이 짧은 한 마디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잘못은 자기가 저질렀는데 그 댓가로 죄없는 아이가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무서운 진실을 자각하면서, 황지안은 어떤 말로도 핑계댈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의 가치를 비로소 깨닫게 된 셈이죠.

 

 

이로써 한 가지 선택은 완료되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선택이 그녀 앞에 놓여 있습니다. 황지안은 싱글맘의 길을 가려고 결심한 듯 보이지만, 지금 그녀 곁에 서 있는 두 남자는 차마 뿌리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군요. 특히 그녀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곁을 맴도는 키다리 아저씨 조은성의 외사랑은 눈물겨울 만큼 감동적입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자기에게 솔직히 털어놓는 황지안에게 화를 내기도 했고,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접고 헤어지려고도 했지만, 벌써 황지안의 톡 쏘는 매력에 푹 빠져버린 이 남자의 발길은 자꾸만 그녀의 집을 향하는군요.

 

"내가 할 수 있을까?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평생 변함없이 사랑해 줄 수 있을까?" 신생아실 앞에서 갓 태어난 아기들을 바라보며 조은성은 친구 의사에게 묻습니다. 평소 아이를 무척 좋아하며 사랑이 넘치는 조은성의 인품을 잘 알고 있는 친구는 즉시 "너니까 할 수 있다에 10만원 건다!" 고 시원스레 대답해 주었지만, 그 질문의 속뜻을 알게 된다면 여전히 같은 대답을 할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슬퍼집니다. 생판 남의 아이를 입양해서 키운다면 오히려 거리낌없이 사랑할 수 있겠지만, 아내가 낳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니까요.

 

 

하필 자기와 맞선을 보았던 그 무렵에 다른 남자와 사고쳐서 임신까지 하게 된 여자... 웬만한 사내 같으면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만가지 정이 다 떨어질 법한데, 조은성은 황지안이라는 여자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 아이까지 받아들일 생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다정다감한 서브남의 존재감이 막강하니, 상대적으로 남주인공 박태강의 존재감은 미미하게 느껴지는군요. 나이도 너무 어릴 뿐 아니라 황지안의 라이벌인 염나리(임수향)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으니, 여주인공 황지안에게 감정이 몰입된 시청자로서는 박태강을 마냥 흐뭇하게 볼 수가 없습니다.

 

박태강은 아이의 생부라는 사실 하나 말고는 모든 면에서 황지안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거의 띠동갑에 이르는 엄청난 나이차라든가, 너무 비교되는 사회적 위치라든가, 집안 사정이라든가, 일일이 주워섬기기도 갑갑하네요. 물론 그는 착하고 순수한 청년이죠. 황지안과의 하룻밤 사고 이후 그녀에게 끌리는 마음을 좀처럼 억제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요즘 세상에 참 보기 드문 순정남이기도 합니다. 나이는 큰누나뻘인데다가 까마득한 직장 상사이니 웬만해서는 여자로 보기가 쉽지 않을 듯한데 말이죠. 하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울타리가 되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이는군요.

 

 

순리에 따르자면 박태강과 결혼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지요. 생부가 뻔히 곁에 있는데 아이의 존재를 끝까지 안 알린다는 것은 비인간적인 처사일테고, 그러잖아도 황지안을 좋아하던 박태강으로서는 그녀 뱃속의 아이가 자기 핏줄인 것을 알게 된다면 절대 다른 남자에게 보내지 않으려 할 테니까요. 하지만 박태강을 선택한다면 황지안은 결혼하는 순간부터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남편이랍시고 의지하기보다는 막내동생 키우듯 열심히 이끌어 줘야 할 것 같은데..;; 차라리 조은성의 손을 잡으면 안 되는 걸까요?

 

황지안이 마음을 열고 손을 내민다면, 조은성은 그 손을 잡기 위해서 충분히 아이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황지안이 그의 어깨에 기댄다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살아왔던 지금까지의 삶과는 또 다른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가 있겠죠. 그리고 박태강의 곁에는 점점 더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동갑내기 미녀 염나리가 있지 않습니까? 보통 남자 같으면 벌써 황지안에 대한 마음을 접고 그 쪽으로 넘어갔을텐데, 염나리의 은근한 유혹을 눈치도 못 채고 여전히 황지안을 바라보는 박태강... 이 순수한 청년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조은성을 향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군요. 그냥 박태강은 염나리와 연결해 주고, 황지안은 조은성에게 가면... 그러면 안 되는 걸까요?

 

 

내 일도 아니고 남의 일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문제로군요. 보는 사람이 이럴진대, 황지안의 입장에서야 얼마나 더 머리가 복잡할까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녀는 무척이나 행복한 여자입니다. 운명의 그 날 이후, 만약 박태강이 같은 회사에 들어오지 않아서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다면... 또는 그 무렵에 맞선으로 조은성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그녀는 임신한 몸으로 모든 벅찬 일들을 혼자 감당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그렇게 춥고 외로운 신세가 될 수도 있었는데... 이건 차라리 늦복이 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요. 정말 어려운 선택을 앞두고 있긴 하지만, 그녀의 행운으로 보아 어떤 결정을 내리든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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