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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앞으로 김병욱 시트콤을 감상할 때는 매회마다 리뷰를 올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매번 리뷰를 쓰다 보니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부작용이 있군요. 첫째는 너무 '하이킥'에만 빠져들어서 다른 글을 쓰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갈수록 스텐레스김의 손바닥 위에서 농락당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떡밥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그의 어장에 노는 물고기로서 받아먹지 않기에는 떡밥들이 너무나 크고 먹음직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떡밥이라도 애써 던져주는데 매몰차게 외면하자니 좀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허구헌날 판단과 예측이 바뀌며 횡설수설하게 되는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원래 고집이 상당히 세고 초지일관하는 편인데, 이러면서 스타일도 무너지고 자존심도 구겨집니다...
제가 워낙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결심한 바가 있어 되도록 불평이나 쓴소리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붕킥' 리뷰를 쓸 때는 불평도 엄청 많이 쏟아냈었지만, 종영하고 나니까 후회스럽더라고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었죠. 그래서 어차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도 않을텐데,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되도록 좋은 점만 보아 주자고 결심했던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제껏 시청했던 김병욱 시트콤들에 순위를 매겨 본다면 '하이킥3'는 최하위권에 해당될 것입니다. 물론 개별적인 회차나 장면으로만 따지면 그 어떤 작품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윤계상과 김지원이 함께 돌보아 드리던 독거노인 할머니가 세상을..
그 동안 제가 예상한 것과는 좀 다른 방향의 러브라인이 갑자기 55회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예상하던 커플은 윤계상-김지원이었는데, 이 둘이 따로 떨어져서 각각 윤계상-백진희, 김지원-안종석 커플로 진행될 듯한 기미를 문득 보이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55회를 시청하면서, 오히려 저의 예상이 궁극적으로는 맞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윤계상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방향이 백진희 한 사람에게로 집중되는군요. 윤계상은 백진희가 자신의 블로그에 악플을 남겼음을 다 알면서도, 일부러 기밀 자료를 빼내간 범인을 찾는다면서 짖궂게 놀려댑니다. 별로 고차원적인 수단의 장난도 아니어서 금방 눈치챌 법도 하건만, 백진희는 끝까지 눈치를 못채고..
누구인들 쉬운 길로 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누구인들 모두가 칭찬하고 박수갈채 치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쉬운 선택을 한 사람들을 탓할 수 없는 이유는, 나 자신부터가 그런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좋은 작품과 인기 많은 작품이 꼭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진정한 명작 예술품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작품이 같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문외한도 다 아는 원칙을 그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다수에게 칭찬받고 시청률을 높이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김병욱 PD가 모를 리는 없습니다. '하이킥3'는 유난히 초반부터 대중의 관심이 높았고, 또 그만큼 질책도 심한 작품입니다. 김병욱은 언제나 그렇듯 자기 고집대..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의 기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얼마나 더 독해지려고 초반부터 이렇게 심한 설정들이 등장하는지, 나중을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설 지경입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김병욱 PD의 칼날은 더욱 날카롭게 벼려진 것 같습니다. 사실 '지붕뚫고 하이킥'도 처음부터 만만치 않게 독한 작품이었지요. 어린 자매는 어느 날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 모질게 내던져졌고, 아홉살배기 어린 신애는 전쟁고아처럼 비참한 몰골로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걸어다녔습니다. 언니 세경의 손을 놓쳐서 잠시 떨어지게 되었을 때, 계속 울면서도 거리에서 눈에 띄는 음식만 있으면 몽땅 주워먹고 다니던 신애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남의 집 대문 앞에 배달되어 놓여 있던 1000ml 짜리 우유..
미달이 김성은의 연예계 복귀가 불투명해질 전망입니다. 바로 전날까지도 참가 의사를 밝혔던 KBS N의 '너라면 좋겠어'의 오디션에 일방적으로 불참했기 때문이지요. 그 후에도 계속 연락두절 상태라고 합니다. 이토록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서 그녀를 편들고 감싸 주려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명백한 잘못이라서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이네요. 하지만, 저는 마음이 아픕니다. '순풍 산부인과'의 미달이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해리(진지희)와는 또 달랐습니다. 해리는 비록 초반에는 욕을 먹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인기를 끌며 호감으로 돌아섰지요. 겉에는 까칠하고 못된 어린 악마의 껍질을 쓰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아이답게 따뜻하고 여린 심성을 지니고 있음이 점차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한밤중에 저금통을 들고 나가서 신애(서..
현재 K방송사의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출연 중인 윤시윤의 얼굴을 S방송사의 '강심장'에서 발견한 것은 매우 뜻밖이었습니다. 무릇 연기자들의 예능 출연이란 거의 모두가 작품의 홍보를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윤시윤의 입장에서야 티아라 지연과 함께 출연한 영화 '고사2'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당연히 영화의 홍보를 위해서라고 볼 수 있겠으나,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방송사의 입장이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는 엄연히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이며, 주인공 윤시윤이 예능에 출연해서 눈길을 끌게 되면 '제빵왕 김탁구'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필연적으로 그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S방송사의 수목드라마에는 해를 끼치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심장'은 경쟁사의 드라마에 출연 중..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정보석의 모습이 유난히 반가웠던 이유는, 아직도 쉽게 잊을 수 없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여운 때문이었겠지요. 정보석은 위기에 처한 회사를 일으켜 세우는데 큰 공을 세우고, 언제나 장인으로부터 무시당하던 처지에서 벗어나 드디어 후계자로 인정을 받으면서, 누가 보더라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었습니다. "보사마 화이팅!"을 외치던 많은 팬들이 진심으로 기뻐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물론 저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구요. 그런데 어제 '무릎팍'에서 정보석이 보여준 이미지는 제가 혼자 속으로 상상하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를 열정적인 배우, 연기 잘 하는 배우이면서도 젠틀하고 중후하며 겸손한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었거든요. 이제껏 그가 맡았던 배역들의 영향도 있을테고, 그의..
아역탤런트 이영유, 참 오랜만에 보는데 그새 몰라보게 컸네요. 몇년 전 '진실게임'에 출연하여 깡충깡충 뛰면서 올챙이송을 부르던, 너무 귀엽고 깜찍하던 아기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말이에요. 그때는 대여섯살 정도였던 것 같은데, 1998년생이니까 올해 벌써 13세의 꼬마숙녀가 되었네요. '진실게임' 출연 당시 얼마나 예쁘고 귀여웠던지 패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었지요. 심지어 송은이는 "영유 어머님께 물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저런 딸을 낳을 수 있나요?" 라고까지 말했던 것 같습니다. 그보다 조금 더 컸을 때는 꼬마 7공주로 활약했었죠. 엘가의 '사랑의 인사' 멜로디에 예쁜 가사를 붙여서 일곱명의 여자아이가 불렀던 Love song은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흰 눈이 기쁨 되는 날~ 흰 눈이 미..
'지붕뚫고 하이킥' 122회를 보고 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회자정리(會者定離)' 였습니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뜻의 불교용어지요. 모든 것이 무상함을 나타내는 말인데, 왠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살짝 저려오는 이 단어는 김병욱표 시트콤의 결말에 참 잘 어울리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1. 세경 - 가녀린 그녀, 당차게 떠날 것을 결심하다 그녀의 아버지가 편지를 보내오신 나라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이었습니다. 부유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작고 가난한 나라였나봐요. 아빠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오히려 이곳에서의 생활보다 더욱 쪼들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상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지, 학교에 갈 수 있을지는 더구나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세경은 꼬박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