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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요즘 '런닝맨'을 보면 유재석 외의 다른 사람은 거의 보이질 않습니다. 하긴 출발할 때부터도 그런 경향이 짙기는 했지만, 한창 화제가 되었던 송지효와 개리의 월요커플도 시들해지고, 김종국의 활약도 예전같지 않은 지금은 완전히 유재석의, 유재석에 의한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하지만 유재석을 위한 프로그램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걸까요? 우선 송지효. '불량지효', '송지욕' 컨셉이 제대로 먹혀들었을 당시부터 그녀는 명실상부한 '런닝맨'의 여신이며 보배이며 에이스였습니다. 주연급 여배우로서 멤버들 중 홍일점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대접받기는 커녕 끝없이 놀림감이 되고 홀대(?)를 당했지요. 하지만 송지효는 전혀 끄덕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
오래 전부터 제 기억에 남아있는 유재석의 모습은 '남들에게 당하는' 이미지였습니다. '공포의 쿵쿵따' 시절에는 특히 강호동으로부터 많은 박해(?)와 고난을 받았지요. 심지어 명실상부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지금도 그의 기본적 이미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동료와 후배들은 그를 매우 좋아하고 존경하면서도, 편하게 생각하고 자주 골탕을 먹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유재석이 모든 짖궂음을 기꺼이 웃음으로 받아주는 대인배니까 가능한 일이지요. 그런데 예전과 달리 지금의 유재석은 '아무리 당해도' 불쌍해 보이질 않습니다. 국내 최고의 MC가 된 지금과 무명으로 고생하던 시절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좀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제가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그의 달라진 위상이 아니라 놀랍도록 향상된 '체력'입니다. ..
'무한도전' 달력 모델 특집이 드디어 끝을 맺었습니다. 너무 오래 지속된 관계로 막판에는 지루하다는 평가도 들려왔지만, 저에게는 매회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템이있어요. 마지막 12월의 테마는 '웃음'이었습니다. 역시 '무한도전'은 본분을 잊지 않았군요. 녹록치 않은 사회비판 의식을 보여 왔지만, 그래도 본질은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대형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다시 상기시키는 주제였습니다. 하하는 '웃음 속에 담긴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억지로 눈물을 흘렸는데, 심사위원에게 딱 걸리고 말았습니다. 눈가와 입가의 표정이 부자연스럽고 전체적으로 너무 가식적이라는 거였지요. 눈물을 짜내려고 손가락으로 눈을 콕콕 찌르고 일부러 구역질까지 하는 장면을 보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약간 섬뜩한 ..
이번 주 '런닝맨'에서는 1:9 대결이 2차례나 펼쳐졌습니다. 첫번째 대결은 하하를 1의 주인공으로 삼아, 그가 철저히 자기 방식대로 선정한 문제를 다른 멤버들이 맞히도록 하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두번째 대결은 추격팀의 역할을 김종국 혼자 맡아서 나머지 9명을 잡도록 하는 '방울 숨바꼭질'의 변형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두 가지의 1:9 대결은 모두 재미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번 주 '런닝맨'의 하이라이트는 음식맛 평가단으로 외국인 손님들을 초대해 벌였던 '요리 대결'이었어요. 예능보다는 오히려 다큐에 가까운 코너였지만, 그래도 3팀으로 나뉘어 요리를 진행해 가는 과정이나 평가단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 생각보다는 흥미진진하더군요. 갈비찜, 김치낙지수제비, 닭떡갈비의 실제 맛은 어땠을지 모르나 ..
보라매 안전체험관에서 열린 지난 주 '런닝맨' 최고의 영웅은 바로 송지효였습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조금씩 더 깊이 예능에 젖어들며 자기의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는 송지효는 이제 거의 '패밀리가 떴다' 에서 보여주던 이효리의 존재감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효리가 독한 여왕의 이미지였다면, 송지효는 순하고 착한 구박덩이면서도 악바리같은 캐릭터라서, 인기의 폭발력은 이효리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비교적 안티를 끌어모을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있지요. '런닝맨'의 시청자들은 대부분 그녀에게 호감을 느낄 뿐, 밉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녀에게 쏟아졌던 관심들과 달리 저는 별로 희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예능감이 결코 이효리에 비할 바는 못된다고 느꼈기 때문에, 단..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도전으로 기막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무한도전'에서 또 하나의 기상천외한 아이템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6년간 '무한도전'을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떠올리고, 오직 텔레파시만으로 서로 교감하여 같은 장소에 7명이 모여야 미션이 종료되는 것이었지요.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미션이었지만 '무한도전'이기에 꼭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습니다. 그들은 워낙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많은 추억을 공유했고,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휴대전화를 모두 빼앗긴 채, 그들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가장 멀리 가는 사람이 우승하는 거라는 제작진의 말에 속아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속은 줄도 모르고 우직하게 가장 멀리 갔던 사람은 바로 정준하였지..
언제부턴가 저는 '무한도전'을 꾸준히 시청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2004년이었던가, 초창기부터 매우 즐기던 프로그램인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매번 새로움에 도전하는 '무한도전'의 포맷이 때로는 저를 많이 힘들게 한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레슬링 도전의 경우, 저는 연습하는 과정은 안 보았지만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고 하기에 최종 시합은 일부러 신경써서 본방을 챙겨 보았었지요. 그런데 저는 보고 있기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구토 증세를 보이던 정형돈이나, 허리 부상으로 움직이기도 힘들었던 정준하가 그 몸으로 투혼을 불태우는 모습은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어찌나 슬프던지요. 바닥에 쿵쿵 떨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움찔움찔 놀라면서, 중간에..
10월 3일의 '런닝맨'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예능의 하늘 높이 떠 있는 유재석이라는 태양이 아직은 서쪽으로 기울어질 기미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방송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몇 시간 후 "달리기만 하는 런닝맨, 재미와 감동 상실, 돌파구는 무엇?" 이라는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떴더군요. 그 내용은 유재석이 '런닝맨'에서 달리는 것 외에는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폄하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는 법이지만, 솔직히 어떻게 유재석의 투혼을 보고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런닝맨'이 초반의 부진을 극복하고 재미있어지기 시작한 것은 '방울 숨바꼭질' 게임이 활성화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우선 곳곳에 숨겨져 있는 미션 물품..
'런닝맨' 첫방송은 개인적으로 몹시 실망스러웠고, 2회는 그보다 약간 나아진 듯 했으나 역시 큰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기대 없이 시청했던 3회는 의외로 정말 재미있더군요. 비록 다음 주의 후반부가 남아 있지만, 전반부는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웃음과 긴박감이 넘쳤습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아이가 하루만에 온갖 단어들을 익혀가면서, 어제 못하던 말을 오늘은 초롱초롱하게 조잘거리는 것을 보는 듯한 신기함이었어요. 그만큼 갑작스런 발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잠시 생각해 보니, 결코 쉽게 이루어진 발전이 아님을 알 수 있더군요. 변화의 중심에는 유재석이 있었고, 밑바탕에는 그의 면밀한 계산과 성실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1회와 2회가 초석을 쌓는 시기였다면, 3회에서는..
이쯤 되면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듯 합니다. MC몽의 치과 질환으로 인한 병역 면제 논란이 아직 확실하게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하몽쇼'의 방송이 강행된 것부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1회의 게스트는 최근 표절 논란으로 데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이효리였습니다. 비록 이효리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해도 작곡가의 표절을 인정한 시점이 그녀의 앨범 활동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과 맞물렸다는 점 때문에라도 의혹의 시선이 멈추지 않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황인데 그 와중에 이효리는 거침없이 예능에 출연하여 예전처럼 한치도 수그러들지 않는 자신감 100%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녀의 호감도를 높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