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하이킥3 (77)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지붕뚫고 하이킥'의 청순 글래머 신세경이 '하이킥3'에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본인은 벌써 예전부터 출연을 희망해 왔다는데, 김병욱 PD는 그녀를 아무 때나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판단했던 모양이에요. 그 동안에도 정일우를 비롯해서 전작의 인물들이 적잖이 카메오 출연을 했지만 모두 큰 의미 없는 단발성 에피소드에 그쳤던 반면, 신세경의 경우는 확실히 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러브라인의 윤곽이 거의 잡히고 등장 인물들의 감정이 고조되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신세경의 재등장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의 다른 카메오들은 모두 전작과는 상관없는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복입은 아줌마 윤유선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 고등학생 정일우는, 서..
74회의 내용은 꽤 복잡했습니다. 윤계상, 김지원, 윤지석(서지석), 박하선, 안종석까지 무려 5명의 서로 다른 감정이 불과 23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섬세하게 녹아들어가 있더군요. 무능한 제작진이라면 한 두 명의 감정을 담아내기에도 벅찬 시간인데,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그 캐릭터에 감정을 몰입하다 보면 저마다의 아픔이 느껴져서 가슴이 짠해 올 뿐인데, 묘하게도 방송 후에 뜬 기사에서는 박하선이 어장관리녀가 되었다는 식으로 표현해 놓았더군요. (해당 기사 링크) 기사의 댓글들을 보니, 박하선은 물론이거니와 더 심한 어장관리를 하고 있는 것은 윤계상이라는 의견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어떻게 자로 잰 듯 칼로 자른 듯 분명하기..
아리송한 러브라인으로 사람 애태우는 김병욱의 못된(?) 습관은 여전합니다. 물론 그것도 '하이킥'을 시청하는 독특한 재미 중 하나지만요. 시청자들마다 지지하는 라인이 달라서 괜히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런 부분이 쏙 빠졌다고 가정해 보면 재미가 확 줄어들지 않겠어요? 지나치게 흥분해서 혈압 오르고 건강에 문제 생길 정도만 아니라면, 적당히 애태우면서 즐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ㅎㅎ 73회에서 박하선과 이적의 연결고리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현재 박하선을 사랑하는 윤지석(서지석)에게는 두 명의 강력한 라이벌이 있습니다. 일단은 퇴장했지만 언제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순정남 고영욱과, 보건소 의사인 형 윤계상보다 훨씬 수입이 좋은 대학병원 항문외과 의사 이적입니다. 이적..
윤계상은 선배로부터 한 폭의 그림을 선물 받습니다. 그런데 눈 덮인 풍경 속에 서 있는 소녀의 뒷모습은 김지원을 꼭 닮았네요. (저만 그렇게 느꼈나요? ㅎ) 처음 보는 순간부터 저는 "지원이구나!" 했습니다. 그림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와 느낌이 영락없이 김지원이었거든요. 계상에게 빌린 책을 돌려주러 왔던 지원은 그림을 보고 말합니다. "황량한 풍경이네요... 사람의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대요. 저 여자는... (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 같아요." 윤계상은 그림을 보건소 벽에 걸어 놓는데, 백진희는 그림을 보자 왠지 마음이 설렌다면서 좋아합니다. 눈으로 가득한 풍경이라서 좋고, 그림 속의 여자는 프레임 밖의 누군가와 곧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말이죠. 역시 백진희는 밝고 통통 튀는 모..
최근 윤계상을 향한 백진희의 짝사랑이 절정에 이르면서, 그녀의 꿈이나 상상을 현실처럼 표현한 장면들이 자주 나옵니다. 지난 70회와 71회에서 연달아 그와 같은 장면이 방송되었군요. 하지만 그 내포된 의미는 천양지차로 달랐습니다. 70회에서의 상상씬들은 모두 귀여운 해프닝 정도로 단순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71회에서 진희가 꾸는 꿈은 그녀의 짝사랑이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70회의 상상씬에서 윤계상은 백진희에게 느닷없이 터프한 사랑 고백을 하고, 온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결혼 선포까지 합니다. 더 이상 그를 난처하게 할 수 없었던 백진희는 '사랑하기 때문에' 멀리 떠나지만, 윤계상은 머나먼 파리까지 쫓아와서 변치 않는 사랑을 다짐했죠..ㅎㅎ 그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은..
제가 워낙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결심한 바가 있어 되도록 불평이나 쓴소리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붕킥' 리뷰를 쓸 때는 불평도 엄청 많이 쏟아냈었지만, 종영하고 나니까 후회스럽더라고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었죠. 그래서 어차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도 않을텐데,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되도록 좋은 점만 보아 주자고 결심했던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제껏 시청했던 김병욱 시트콤들에 순위를 매겨 본다면 '하이킥3'는 최하위권에 해당될 것입니다. 물론 개별적인 회차나 장면으로만 따지면 그 어떤 작품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윤계상과 김지원이 함께 돌보아 드리던 독거노인 할머니가 세상을..
"옛날 제 친구 생각이 나요... '겨울의 짧은 황혼 앞에 서 본 적 있니?' 하고 가끔 묻던..." 윤지석(서지석)과의 짧은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하늘 가득 펼쳐진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박하선이 중얼거린 말입니다. 가벼운 미소를 띤 채 하염없이 창 밖을 응시하는 그녀의 얼굴은 석양빛에 물들어 마치 꿈결처럼 아름다웠지만, 제 마음은 점점 슬퍼졌습니다. 그녀의 잔잔한 목소리... 왠지 서글퍼 보이는 미소... '겨울의 짧은 황혼'이라는 언어가 뿜어내는 이별의 아쉬움... 이 모든 것들이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현재 다른 인물들의 감정선이 비교적 뚜렷이 정리되고 있는 반면, 윤계상과 박하선 두 사람의 감정선은 오리무중입니다. 최고의 성품과 외모를 겸비한 그들은 수많은 이성의 짝사랑을 ..
예전의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하이킥3'의 백진희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을 그대로 이어받은 캐릭터입니다. 그녀들은 전형적인 88만원 세대, 가난한 청춘이지만 언제나 밝은 얼굴로 힘차게 살아가는 아가씨들이죠. 그런데 제가 '지붕킥'에 빠져있을 당시 리뷰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시겠지만, 저는 그 예쁘고 사랑스런 황정음을 무척이나 싫어했더랬습니다. 초반에 어필되었던 된장녀스런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쇼핑 중독으로 인해 스스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씀씀이를 자랑하던 황정음은, 하다못해 신세경의 식모살이 첫 월급 50만원을 빌려다가 자기 카드값을 메꾸고는 그것을 갚지 못해서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만행까지 저질렀습니다. 매달 날아오는 카드 청구서는 그녀에게 저승사자나 다..
지금껏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은 '하이킥3'에서 가장 확실해 보였던 러브라인입니다. 박하선이 울며 겨자먹기로 고영욱과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는 오히려 나중에 윤지석과 커플이 될 것을 예감했었지요. 그리고 빨강 하트 목걸이를 비롯한 복선들이 발견될 때마다 점점 확신이 더해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지석-하선' 커플을 암시하는 복선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김병욱 PD의 성격상 이렇게까지 분명한 복선을 수두룩하게 깔아놓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애써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리려 했습니다. 저는 순수하고 희생적인 윤지석의 짝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랐고, 착하고 예쁜 박하선이 그렇게 좋은 사람과 더불어 행복해지길 바랐으니까요. 서로 ..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예비 커플(?), 윤계상과 김지원의 에피소드가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62회에서 이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코믹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군요. 영화의 제목은 '노량진의 중심에서 길을 묻다' 이며, 극본 따위는 없고, 제작과 총연출은 강승윤이 맡았습니다. 자기가 직접 영화를 찍어 보겠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식구들의 일상을 아무 가감없이 그대로 찍어놓은 것이니, 사실은 영화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안내상이 혼자 밥먹는 장면이 15분, 윤유선이 혼자 설거지하는 장면이 15분, 뭐 이런 식입니다. 통로로 사용되는 땅굴 속에 임시 극장을 설립하고, 종석이네 가족들과 옆집 식구들까지 불러모아 시사회를 가졌지만, 관람객들은 모두 하품하면서 중간에 나가 버렸지요. 하지만 그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