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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최근 몇 개월 동안 썩 마음에 드는 드라마가 없어서 리뷰를 안 썼더니 감각이 무디어져 버린 것 같다. 하지만 모처럼 괜찮았던 드라마 '프로듀사'를 다 보고 나서 한 마디 언급조차 안 한 채 떠나 보내기는 아쉬우니까, 단순히 되짚어 보는 수준이라도 최종회 리뷰를 써 보고자 한다. 사실 초중반까지는 크게 끌리는 면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후반에 접어들수록 인물들의 개성이 반짝반짝 살아나고 멋진 대사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면서 포텐이 터졌다. 멋진 대사들이 참 많았는데 일일이 언급하자니 메모를 안 해놔서 어렵겠고, 내가 이 리뷰를 쓰게 된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탁예진(공효진)의 대사를 중심으로 몇 가지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그 전에 주인공들이 대략 어떤 인물들인지부터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
'1박2일' 시즌3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유호진 PD가 또 한 건을 올렸다. 얼마 전 방송된 '서울 시간 여행' 편이 늘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웠다면, 이번에 기획한 '금연 여행'편은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중독의 위험성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대박이었다. '쓰리쥐'의 맏형 김주혁은 작년 연말 방송에서 2014년 가장 큰 목표가 '금연'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유호진 PD의 머릿속에는 그 때부터 '금연 여행' 계획이 확고히 잡혔던 모양이다. 지난 번 '전남 게미 투어'를 시작하면서 제작진은 뜬금없이 멤버들을 병원에 데려가 건강 검진을 받게 했는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기에는 약간 부담스런 장면들이라 왜 그러나 싶었지만 알고 보니 '금연 여행'을 위한 초석이었다. 차태현을 제외..
나영석 PD가 이끌던 '1박2일' 시즌1에 신입 PD로 배정되어 오던 첫 날 강호동과 김C의 음모(?)에 걸려들어 호된 몰래카메라 신고식을 치를 때, 그저 파릇한 청년으로만 보였던 유호진 PD가 불과 5년 후에 이토록 많이 성장해 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5년이라는 세월이 길다면 길수도 있겠지만, 신입 PD가 공중파 주말 예능의 수장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치고는 매우 짧은 편이다. 치열한 주말 예능의 전쟁터에서 백여 명 스태프와 예능 초보까지 뒤섞인 연기자들을 이끌고 프로그램을 꾸려나가는 것 자체가 만만찮은 일인데, 유호진 PD의 '1박2일' 시즌3는 출범하자마자 가파른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탈환했다. 물론 '런닝맨'과 '진짜 사나이'의 기세가 여전히 등등하므로 시청률은..
드디어 15년 전 납치 사건의 비밀이 밝혀졌다. 주중원을 납치해서 잔인한 추리소설을 읽히며 난독증에 걸리게 한 사람은 차희주였고, 폭발하는 차량에 갇혀 비참하게 죽은 사람은 차희주의 쌍둥이 언니인 한나 브라운이었다.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을 구분하지 못했던 주중원(소지섭)은 이제껏 차희주(한보름)를 생각할 때마다 혼란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납치범의 정체가 자신임을 밝히며 "미안하게 됐어, 주중원!" 하고 말하던 순간의 얼음장 같은 모습과, 불타는 차에 갇혀 죽어갈 때의 애달픈 눈빛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증오해야 할지 가여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실은 전혀 다른 두 사람이었다. 주중원이 사랑했던 착한 한나는 죽었고, 질투심에 눈 멀어 납치와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차희주는 뻔뻔하게 살아 ..
요즘 '1박2일' 제작진이 심기일전하여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런닝맨'이 단순한 게임의 무한 반복으로 지루해져 가는 동안 '1박2일'은 매번 새로운 기획으로 흥미를 더하는 중이다. 멤버들이 각자 3명씩의 친구를 데려왔던 '친구 특집'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특히 이번 주에 방송된 '캠퍼스 24시'는 다른 예능에서 본 적 없는 신선한 기획이었다. 멤버들은 경북대(유해진, 이수근, 주원), 카이스트(엄태웅, 차태현), 전남대(김종민, 성시경)로 파견되어 자유롭게 캠퍼스 생활을 체험했다. 학교마다 특색과 분위기는 달랐지만, 젊은 대학생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활기찬 에너지는 모두 같았다. 2008년 방송분이었나, 문득 '1박2일' 시즌1에서 이수근, 은지원, MC몽이 느닷없이 충주..
'1박2일 - 강릉 바우길을 걷다' 편에서 차태현과 엄태웅은 2인 1조가 되어 걷고 있었습니다. 배우라는 직업도 같고 소탈한 성격도 비슷한 그들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죠. 직업적 성공이나 대중의 인기가 반드시 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진정한 행복은 가족과의 소소한 일상에 있는 것 같다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얼마 후 태어날 셋째를 기다리는 차태현은 훗날 아이들 셋이 나란히 발 맞추어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고 하더군요. 아내가 출산 후에는 독한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당신, 다른 여자와 사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겠어!" 라고 선언했다는 말에 함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딸을 얻은 초보아빠 엄태웅도 한창 자식 키우는 즐거움에 빠져 있는..
시즌2로 접어들고 나서 '1박2일'이 예전같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예전보다 지루하고 재미없어졌다는 느낌을 부인하기 어렵죠. 가장 큰 원인은 멤버들보다도 제작진에게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정체모를 새를 닮았다는 이유로 일명 '새피디'라 불리우는 최재형 PD의 어설픈 진행은 시즌2가 출범한지 벌써 수개월이나 지났는데도 볼 때마다 민망함에 손발이 오그라들더군요. 표독하고 영리했던 나영석 PD는 천하의 강호동을 상대하면서도 그 포스에서 밀리지 않았고 초딩 은지원과 무대포 MC몽의 막장 떼쓰기에도 끄떡없었는데, 최재형 PD는 거의 순딩이들만 모아놓은 지금의 멤버들에게도 만날 놀림당하면서 쩔쩔매는 형국이니 말이죠. 특히 2년 넘게 '승승장구'를 진행중인 맏형 김승우는 예능 역사상 전례..
언제나 그렇지만 예능에 출연한 차태현의 모습은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습니다. 한 때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공황장애를 앓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한 그 특유의 자연스런 분위기는 지켜보는 사람의 호흡까지도 편안해지게 만들더군요. 단지 성격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승승장구' 게스트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서야 정확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촬영장에서도 자식바보로 유명하다는 차태현의 토크는 역시 육아 이야기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 출산할 무렵 8개월 가량이나 일을 쉬면서 뒷바라지를 했다는 차태현은 요즘도 2주마다 한 번씩 유일한 스케줄로 돌아오는 '1박2일' 촬영을 제외하면 늘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등 육아..
이번 주 '해피투게더'는 작곡가(윤종신)와 그의 고객들(성시경, 케이윌, 장재인)을 초대하여 작은 음악회 비슷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놀러와'의 '세시봉' 특집처럼 음악과 예능이 적절히 조화된 분위기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주 선호하는 분위기였지요. 언젠가부터 음악적인 열정 외에는 모든 것을 (자존심 포함) 내려놓은 듯한 윤종신의 소탈함이 돋보였고, 장재인의 독특한 스타일로 감상하는 '트러블메이커'도 정말 좋았습니다. 윤종신의 '본능적으로'에 맞춰서 MC들과 G4가 "워우 워우워어~"를 떼창하는 모습도 흥겨웠고, 작사 천재 윤종신을 따라해 보자는 뜻에서 마련한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놀이도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환생'의 첫 부분을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라고 바꿔버린 박미선의..
태어나기도 전부터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버린 '1박2일' 시즌2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첫방송을 본 후 시청자들의 소감은 극과 극으로 나뉘는 양상인데, 개인적으로 제 느낌은 나쁘지 않더군요. 물론 초보 제작진의 미숙함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것이 좀 불편하긴 했지만, 기존 '1박2일'의 포맷이 워낙 잘 짜여져 있는지라 조금씩만 변형시키면 되기 때문에,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간의 염려를 모으던 새 멤버들의 역량은 오히려 예상보다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모두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나온 듯, 벌써부터 저마다 특정한 캐릭터가 잡히기 시작했어요. 1. 김승우 일단 큰형님 김승우는 좀 엉뚱한 캐릭터입니다. 자칭 예민해서 잠이 없는 편이고 잠자리를 옮기면 더욱 잠 못드는 사람이라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