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1박2일' 금연 여행,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니코틴 중독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금연 여행,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니코틴 중독

빛무리~ 2014. 3. 10. 09:10
반응형

 

'1박2일' 시즌3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유호진 PD가 또 한 건을 올렸다. 얼마 전 방송된 '서울 시간 여행' 편이 늘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웠다면, 이번에 기획한 '금연 여행'편은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중독의 위험성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대박이었다. '쓰리쥐'의 맏형 김주혁은 작년 연말 방송에서 2014년 가장 큰 목표가 '금연'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유호진 PD의 머릿속에는 그 때부터 '금연 여행' 계획이 확고히 잡혔던 모양이다. 지난 번 '전남 게미 투어'를 시작하면서 제작진은 뜬금없이 멤버들을 병원에 데려가 건강 검진을 받게 했는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기에는 약간 부담스런 장면들이라 왜 그러나 싶었지만 알고 보니 '금연 여행'을 위한 초석이었다. 차태현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은 이른바 '골초'에 해당하는 흡연자로서 폐의 일산화탄소 수치가 상당히 높았던 것이다.

 

 

 

TV 속 흡연 장면 규제는 벌써 오래 전부터 시행되었고, 최근에는 흡연의 온상이던 PC방에서조차 전면적인 금연이 실시되었다. 예전에는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담배 피우는 사람을 적잖이 목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날마다 금연 구역이 늘어나면서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비흡연자인 가족들이 있는 경우는 자기 집안에서조차 피우기 어렵게 되었다. 베란다로 나와서 피울라치면 담배 연기가 위층으로 모락모락 올라가서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흡연자들의 설 자리는 비참할 만큼 좁아졌다. 법적 규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흡연을 민폐로 인식하게 된 까닭이다. 

 

사실 흡연자들 중 대다수는 김주혁처럼 금연을 꿈꾸지만 니코틴 중독으로 인해 끊기가 어려울 뿐이다. 마지막으로 딱 한 대만 피우고 시작하자는 김주혁의 주장에 멤버들은 열렬히 호응했지만, 유호진 PD는 금연 실패의 요인 중에서도 '마지막으로 딱 한 대'가 가장 나쁘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내세워 말끔히 묵살했다. 낙지 호롱구이를 비롯하여 온갖 진수성찬으로 아침을 먹여 놓고 흡연자들이 가장 갈망한다는 '식후땡'부터 금지해 버렸으니, 그들의 금연 여행은 어쩌면 가장 혹독한 방법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멤버들은 금연 여행에 최적화된 장소로서 국내 유일하게 담배를 팔지 않는 섬 '신안군 증도'에 도착했고, 제작진은 베이스캠프 주변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어느 곳으로 도망쳐도 감시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유일한 비흡연자 차태현의 아바타로 초대된 홍경민은 대단한 골초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뜻밖에도 크게 고통스런 내색을 하지 않고 담담히 금연 여행을 견디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은 모두 금단증상으로 괴로워하며 제작진에게 "담배 한 대만"을 끝없이 애원했다. 딱 한 대만 피우고 시작하면 방송을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억지를 부리더니, 심지어 김주혁은 시청률 20%를 찍어 주겠다는 지키지 못할 공약까지 남발했다. 물론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안됩니다!" 하고 단호히 외치는 유호진 PD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시즌1의 나영석 PD가 떠올랐다. 그 시절이 그립고 반가워서 웃음이 났다. 물론 요즘도 '꽃보다 할배'를 통해 나피디의 모습을 보고는 있지만, 예전 '1박2일'을 이끌던 당시와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가장 큰 문제는 몸 곳곳에 몰래 숨겨둔 담배들이었다. 김종민은 손에 꼭 쥐고 있던 핫팩 안에서 담배가 발견되었고, 특히 김준호는 휴지뭉치 등의 기상천외한 틈새에 속속들이 숨겨둔 담배를 여러 차례 적발당했다. 만약 내가 흡연자라서 공감할 수 있었다면 차마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애절한 사투였을 것 같다. 힘든 여행임을 감안해 제작진은 한 개의 '소원 엽전'을 준비했는데, 그 엽전을 소유한 멤버는 무조건 한 가지 소원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피 튀기는 게임 끝에 엽전은 데프콘에게로 돌아갔는데, 그 와중에 뒤통수 치기가 시작되었다. 속닥거리던 데프콘과 정준영이 가짜 엽전을 만들어 일부러 누군가 훔치게 함으로써 '권리 없는 자의 흡연'을 유도한 것이다. 흡연하다 적발되면 차디찬 바닷물 입수가 예정되어 있었다. 걸려든 것은 또 김준호였다.

 

"나의 소원은~~ 담배를 피우는 것이오~~" 김준호는 의기양양하게 외쳤고, 감쪽같은 가짜 엽전 모양에 속아넘어간 제작진은 흡연을 허락했다. 그러자 김주혁을 비롯한 골초들은 연기 냄새라도 맡아 보겠다며 김준호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갔다. 그 처절한 모습들을 지켜보던 차태현은 새삼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렸다. "담배라는 게 진짜 무서운 거구나!" 어쨌든 김준호는 달콤한(?) 흡연에 성공했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입수 벌칙이었다. 가짜 엽전을 만들어 동료를 속인 죄로 데프콘과 정준영도 입수 벌칙을 받았는데, 진짜 엽전을 갖고 있던 데프콘은 입수 면제를 소원으로 제시하면서 혼자 쏙 빠져나갔다. 생쥐 제리보다 얄미운 캐릭터를 자랑하는 정준영이 가끔씩 이렇게 뒤통수 맞는 모습을 보면 은근 통쾌하다. ㅎㅎ

 

 

입수 벌칙을 시행하기 위해 바닷가로 나갔더니 잘 생긴 견공 한 녀석이 기다리고 있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담배 탐지견 '칸토스'라고 했다. 멤버들이 한 명씩 다가가 두 손을 내밀자 칸토스는 몇 초 가량 킁킁대며 냄새를 맡더니, 김주혁과 데프콘과 홍경민은 통과시키고 김준호와 정준영과 김종민에게는 사납게 짖어댔다. 과연 김준호와 김종민의 몸에서는 또 숨겨둔 담배가 발견되었고, 정준영은 휴식 시간에 몰래 담배를 피운 것이 카메라에 적발되었다. 정말 징글징글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집착이었다. 정작 본인들은 금단 현상에 시달리느라 체면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 했지만,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민망할 만큼 비굴하고 처량했다.

 

연예대상에 빛나는 최고의 개그맨이,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주인공을 섭렵한 명품배우가, 평생 무대 위에서 노래해야 할 가수들이, 고작 담배 한 가치에 핏발 선 눈으로 달려들게 하는 것이 바로 무시무시한 중독의 힘이다. 멀쩡한 사람들이 치사하게 남의 눈치를 보고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면서까지 담배 연기 한 모금을 빨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중독이다. 마약이나 도박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니 누구나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흡연자들에게 있어 담배란 일상 속에 녹아들어 있는 생활의 일부이기에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고 끊기도 힘든 것 아닐까? '1박2일' 금연 여행을 통해 나는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흡연은 자신과 타인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나중에는 본연의 모습을 잃고 비굴해지게 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마저 해치는 것이었다. 멤버들은 과연 이 지독한 니코틴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