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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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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악마판사'라는 제목은 나에게 반어적 의미로 해석된다. 최소한 1회와 2회에서 드러난 강요한(지성)의 모습은 결코 악마가 아니라 정의의 사도였기 때문이다. 방법이 좀 비틀어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를 정의의 사도라 생각하는 까닭은 그의 변칙적인 방식이 죄인을 벌하기 위해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억울한 자들은 법의 취약점을 이용해 처벌을 가볍게 하거나 피할 수 있을 거라 착각했던 범죄자들 뿐, 강력하고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짐으로써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되었고 또 다른 희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국민시범재판'에서 재판장 강요한은 강력한 쇼맨쉽을 여지없이 발휘했으며, 사건의 개요를 최대한 자극적으로 연출하는 그의 능력에 전국민은 몰입했다. 결..
연말이 되면 지상파의 모든 방송사들은 저마다 시상식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연기대상, 연예대상, 가요대상까지를 3개 방송사가 번갈아 치르다 보면 원래 방송되던 정규 프로그램들은 결방이 당연시되곤 한다. 그러니 평소 시상식에 별 관심이 없는 나 같은 시청자로서는 약간이나마 불만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시상식이라는 것 자체가 별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한껏 모양내고 나온 연예인들이 줄줄이 호명되어 앞으로 나가 상을 받고 천편일률적인 수상소감을 저마다 길게도 말하는 모습들을 2~3시간 가량이나 멀뚱히 지켜보노라면 참으로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TV를 켰을 때 시상식을 하고 있으면 DVD 채널로 바꿔서 영화를 시청하거나 아예 다른 활동을 하곤 했다. 시상식 결과는..
10회에 이르러 중대한 비밀의 일부가 명백히 밝혀졌다. 거의 확신에 가깝게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막상 끔찍한 비밀이 수면 위로 떠오르니 가슴에 느껴지는 먹먹함의 정도는 이전과 비할 수가 없었다. 어린 산이의 존재를 이용해서 강유정(황정음)의 가석방을 막은 사람... 치매에 걸린 유정의 아버지(강남길)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 그 어떤 말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이 두 가지 죄악을 저지른 사람은 역시 안도훈(배수빈)이었다. 강유정은 안도훈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는데, 안도훈은 자신의 안위와 출세를 위해서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을 빼앗아갔던 것이다. 강유정은 안도훈의 뺑소니 범죄를 대신 덮어쓰고 옥살이를 함으로써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수없이 입었지만, 이제..
2005년작 드라마 '떨리는 가슴' 제4화-바람'과 '제5화-외출'은 간단히 말하면 김창완 배종옥 부부의 '일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같은 일탈이라도 그 주제는 확연히 달랐죠. 제4화는 별로 제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에 건너뛰고 제5화의 리뷰를 쓰려 합니다. 4회의 큰 줄거리만 짚고 넘어간다면, 40대의 착하고 소심한 중년 가장 김창완은 어느 날 회사 식당에서 식권을 나눠주는 20대 여직원 오수경(최강희)의 은근한 유혹을 받고 설렘과 떨림을 느끼며 위험한 중독에 빠져들 뻔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 배종옥이 수경을 만나 현명한 대화로써 그녀의 처지를 깨닫게 함으로써 수경은 멀리 떠나고 김창완 인생의 한 줄기 바람은 그렇게 추억으로 남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창완이 엄연히 유부남인 것을 알면서..
'보스를 지켜라' 9회에서는 아들 차지헌(지성)을 향한 차봉만(박영규) 회장의 애틋한 부정(父情)이 더욱 절실히 드러났습니다. 노은설(최강희)이 비서로 들어온 후 말썽꾸러기 아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에 신이 난 차회장은 한동안 "노비서~ 노비서~" 불러대면서 그녀를 총애했으나, 막상 차지헌이 노은설을 여자로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펄펄 뛰며 반대했었지요. 그거야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차회장의 반응은 여타 드라마 속의 재벌 회장들과는 좀 달랐습니다. 보통의 회장이나 사모님들은 "어딜 너 같은 것이 내 아들을 넘봐!" 하면서 여주인공을 싹 무시하게 마련인데, 차회장은 노은설에게 적잖이 미안해하며 안타까운 기색으로 말했습니다. "그러게, 왜 놀았어? 놀기라도 좀 하지 말지..." 그 말 속에는 노은설..
'보스를 지켜라' 5회는 두 커플의 달달한 키스씬으로 마무리 되었었습니다. 차지헌(지성)이 노은설(최강희)에게 마음을 고백한 후 이 두 사람의 애정 전선은 거침없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서나윤(왕지혜)과 노은설 사이에서 상당히 애매해 보였던 차무원(김재중)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저는 무척이나 그 장면이 반갑더군요. 드디어 식상한 사각관계에서 벗어난, 유니크한 설정의 드라마를 보게 되나 싶었거든요. 만날 두 남자는 한 여자를 같이 좋아하면서 연적이 되고, 한쪽 옆에는 또 다른 여자가 있어서 질투심을 불태우고... 꼭 이런 식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왜 주인공들의 애정 전선은 항상 겹치고 꼬여야만 하는 걸까,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무원이 서..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시대이지만, 여전히 가수 출신 연기자를 보는 시선은 전체적으로 곱지만은 않습니다. 가수 활동을 통해 얻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남의 밥상에 너무 쉽게 숟가락을 올려놓는 듯한 느낌, 그래서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다 바쳐 연기 공부를 하며 오랫동안 꿈을 키워 온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듯한 느낌이 그 못마땅한 시선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사실 완전히 부인할 수도 없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유진은 이제 그런 시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져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990년대 말의 인기 걸그룹 SES 출신의 그녀는 이미 연기 활동을 시작한지가 거의 10년이 가까워지고 있으며, 그 동안 꽤 많은 작품에 주연으로 등장하여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 주었으나, 시..
드라마 '김수로' 의 첫 느낌은 한 마디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보던 것보다 조금 더 발전한 수준의 만화영화를 보는 듯하던 어설픈 CG의 문제는, 그런 분야에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좀 심하다 싶긴 했지만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첫회부터 우르르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역사 속의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여 있는데, 아직 가야가 건국되기 전의 태고적 배경인 만큼 역사 속 인물들도 낯설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주몽' 이후로 참 어려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높이 사겠으나, 고구려의 역사보다도 더욱 생경하게 다가오는 가야의 역사를 다루는 만큼, 첫회에서 산만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훨씬 더 신경을 써..
손예진을 처음 본 기억은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입니다. 당시로서는 거의 신인급의 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서 매우 신선한 느낌을 주었었지요. 그 중에는 연기 경력을 좀 갖추었던 정준이 남자주인공이었고, 그때만해도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소지섭이 서브남주였습니다. 더구나 여주인공 손예진과 서브여주 소유진은 모두 생소한 얼굴이었습니다. 심지어 놀랍게도 권상우와 지성이 거의 단역에 가까운 역할로 출연했으니, 지금 그들의 명성을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세월이 무상합니다..^^ 손예진의 첫인상은 같은 여자로서 보기에도 최고였습니다. 티없이 맑고 청순하고, 영리한 느낌을 주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 시대를 불문하고 소년들의 로망이던 '긴머리 소녀'의 느낌 그대로였지요. 연초에 '맛있는 청혼'이 괜찮은 성과..
당분간 '수목드라마의 난'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진심으로 '맨땅에 헤딩'에 대해서만큼은 실망했다는 리뷰를 쓰고 싶지 않았다. '태양을 삼켜라'(태삼)와 '아가씨를 부탁해'(아부해)가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도를 넘어선 유치함으로 끊임없이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와중에 '맨땅에 헤딩'(이하 '맨딩')은 정말 '재미있게 보고 싶은' 드라마였다. 그래서 초반에 이미 유치함으로 흐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음에도 애써 관록있는 조연배우들에게 집중하며 ("맨땅에 헤딩, 명품 조연들은 수호천사다") 부디 좋은 드라마로 탄생해 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맨딩' 4회의 엔딩은 이러한 나의 간절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악질 변호사 장승우(이상윤)의 애인으로 오해받은 강해빈(아라)이 납치되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