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k
«   2021/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18
Total
30,930,613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악마판사' 진짜 악마는 강요한(지성)이 아니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악마판사' 진짜 악마는 강요한(지성)이 아니다

빛무리~ 2021. 7. 10. 21:02
반응형

이 드라마의 '악마판사'라는 제목은 나에게 반어적 의미로 해석된다. 최소한 1회와 2회에서 드러난 강요한(지성)의 모습은 결코 악마가 아니라 정의의 사도였기 때문이다. 방법이 좀 비틀어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를 정의의 사도라 생각하는 까닭은 그의 변칙적인 방식이 죄인을 벌하기 위해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억울한 자들은 법의 취약점을 이용해 처벌을 가볍게 하거나 피할 수 있을 거라 착각했던 범죄자들 뿐, 강력하고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짐으로써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되었고 또 다른 희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국민시범재판'에서 재판장 강요한은 강력한 쇼맨쉽을 여지없이 발휘했으며, 사건의 개요를 최대한 자극적으로 연출하는 그의 능력에 전국민은 몰입했다. 결국 업무상 과실치사 죄목으로 최대 5년형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던 JU케미컬 회장 주일도(정재성)는 금고 235년이라는 엄청난 중형을 선고받게 된다. 힘없는 피해자들의 꽉 막힌 가슴을 뚫어주고 피맺힌 한을 풀어주는 사이다 판결이었다. 라이브 법정 쇼를 좀 벌이면 어떻고, 증인의 거짓말을 탄로시키기 위해 속임수를 좀 쓴들 어떠한가? 선한 목적이 선한 결과를 가져왔고, 그로 인한 억울한 희생이 없다면 과정도 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내가 보기에 참된 악마는 따로 있었다. 극 중에서 대놓고 악역으로 지목된 법무부장관 차경희(문영남)라든가 그 망나니 아들 이영민(문동혁)과 같은 뻔한 인물은 제외한다. 매우 의심스런 인물은 대법관 민정호(안내상)지만, 아직은 정체를 알 수 없기에 그도 일단 제외한다. 김가온(진영)을 아들처럼 여긴다면서 순수한 청년판사 가온에게 불법적인 수단까지 동원하는 첩자 역할을 지시하며 강요한의 뒷조사나 시키는 민정호는, 가장 선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도통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럼 초반에 내가 지목한 진정한 악마는 누구일까? 

 

 

어쩌면 잠시 등장하고 사라질 단역이겠지만, 나의 뇌리에는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력한 인상을 남긴 한 인물이 있었다. 국민시범재판을 향한 뜨거운 관심으로 핫한 커뮤니티에 느닷없이 "강요한 그 인간은 악마예요" 라고 댓글을 달았던 한 사람, 바로 강요한의 어린 시절을 눈여겨 보았던 천주교 신부였다. 아마도 강요한은 가톨릭 미션스쿨에 다녔던 것 같고, 해당 신부는 그 학교의 관리자였던 것 같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성직자라는 인간이 누군가를 가리켜 서슴없이 '악마'라고 지칭한다는 것 자체가 소름돋는 일이었다. 

 

그 신부는 "그 아이는 악마였어요" 라고 단정지으며 김가온에게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악마'라고 불리운 강요한의 나이는 고작 열 두세 살 정도였다. 게다가 당시 상황을 짚어보면 어린 강요한의 행동이 옳지는 않았더라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며, 청소년 강력 범죄가 횡행하고 있는 요즘의 현실과 비교해 본다면 새발의 피도 안될 만큼 진짜 별일도 아니었다. 3회 이후에 또 무슨 내용이 덧붙여질지는 모르겠으나, 어린 아이가 저지른 일을 가지고 천주교 사제라는 자가 수십년이 지나도록 이를 갈며 유치하게 '악마' 운운하는 악플까지 달고 있다니 오히려 그가 바로 악마인 것 아닐까? 

 

 

악마 신부 : 요한이는 많이 다른 아이였습니다. 학교에 나온 첫날부터... 
김가온 : 어떻게 달랐나요? 
악마 신부 : 표정도 어둡고 말수도 적었지요. 

 

그래서... 표정이 어둡고 말수가 적다는 이유로, 그 어린아이에게서 악마의 싹수가 보였다 이건가? 정말 황당하고 어이없다. 저렇게 비뚤어진 아집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사제가 있으면 안 되는데, 슬프게도 현실적으로 저런 부류의 사제들이 있기는 있다. 저런 신부가 있다면 신자들은 어서 도망쳐야 한다. 

 

 

전학 온 첫날, 어두운 표정으로 자기 소개조차 하지 않는 강요한에게 먼저 나서서 짝이 되겠다는 아이는 없었다. 선생님이 한 여학생을 지목하여 "수인아, 네가 짝해 줄래?" 라고 묻자 그 여학생은 곱게 웃으며 선뜻 대답했다. "네, 좋아요, 선생님!" 그러자 요한은 내리깔았던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본다. 이미 그의 마음속에 수인이는 소중한 친구였다. 

 

 

수업 시간에 웬 새 한 마리가 교실로 날아 들어왔다. 아이들이 소란을 피우는데 거칠게 날아다니던 새는 하필 수인이의 책상에 내려앉았고, 수인이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른다. 

 

 

원래 차분하게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요한은 무서워하는 수인이의 표정을 보더니 주저없이 커터칼을 꺼내들고 새의 몸을 그어버린다. 좀 충격적인 행동이긴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 요한이는 괜히 새를 죽이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친구 수인이를 지켜주려 했을 뿐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곧바로 분위기가 차가워지고, 요한도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아이들은 와글와글 "왜 죽였어?" 하면서 요한을 비난했고, 수인이도 겁먹은 듯 질린 표정으로 요한을 바라본다. 

 

 

하지만 뒷수습할 방법은 없다. 요한은 다시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홀로 공부에 집중한다. 그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악마 신부 : 그 때부터 아이들은 요한이를 괴물이라고 불렀습니다. 말도 걸지 않았죠. 투명인간 취급했달까요? 
김가온 : 그래서 그런 댓글을 쓰신 건가요? 악마라고? 
악마 신부 : 아닙니다. 그건 나중에 벌어질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죠. 

 

 

요한이는 가만히 있는데 오히려 다른 아이들이 요한을 괴롭힌다. 그에게 새총을 쏘아 맞히고는 좋다고 웃으며 손가락질을 하거나, 요한의 아파하는 표정을 흉내내며 킬킬거린다. 

 

 

교육이 참 중요하다. 아이들의 본성이 결코 착하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렇게 한 명을 왕따시키면서 능동적으로 괴롭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솔직히 작은 악마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나이가 어릴수록 교육에 의해 변화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의 교육 현실을 보면 참으로 암담하기 이를 데 없다. 

 

이에 요한은 복수를 시작한다. 드라마에서 그 과정이 명확히 표현되지는 않았으나 미루어 짐작해 보면, 부유한 윗마을 아이들과 가난한 아랫마을 아이들이 편을 갈라 싸우도록 만든 것이 요한의 계략이었던 것 같다. 

 

 

요한이는 부잣집 아이들의 물건을 빼내어 가난한 집 아이들의 가방에 넣어 두는 방식으로 아이들이 서로 싸우게 만들었다. 치밀하고 완벽한 복수였다. 일종의 '갈라치기 정치'라고나 할까? 그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비열한 정치적 수단의 강력한 효과를 체득하고 있었다니 무섭도록 똑똑한 아이였음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정도 행위를 가지고 어린아이를 '악마'라고 표현하다니, 확실히 요한보다는 그 신부가 악마다. 분명 혼자인 요한을 향해 다수의 아이들이 먼저 가해를 했고, 요한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자기를 보호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옳은 방식은 아니었지만 이해할 수는 있었다. 오히려 서로 쥐어뜯고 싸우는 못된 아이들을 보면서 난 좀 통쾌했다. 

 

 

거리의 무법자가 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판사가 된 강요한... 

두려움 없이 재벌 회장에게 금고 235년 형을 선고하는 강요한... 

멋지게, 잘 컸다, 강요한! 

 

 

찌질하게 악플이나 달고 있는 저 신부보다 강요한이 훨씬 나은 인간이다. 감히 십자가 아래에서 누굴 가리켜 악마라는 둥 욕하고 있는 저 신부야말로 수치를 모르는 악마에 가깝다. 

 

부장판사 출신의 문유석 작가가 '미스 함무라비'에 이어 또 한 편의 법정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 강요한에 몰입하며 '악마판사'를 계속 시청해 보려 한다. 

 

반응형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