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k
«   2021/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18
Total
30,930,613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월간 집' 유자성(김지석)의 비겁한 사랑, 그것은 모독이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월간 집' 유자성(김지석)의 비겁한 사랑, 그것은 모독이다

빛무리~ 2021. 7. 22. 19:22
반응형

 

'월간 집'이라는 드라마에 별로 높이 평가할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스토리의 개연성도 부족하고 일단 너무 유치한 느낌이 썩 내 취향은 아니었다. 게다가 유자성(김지석)과 나영원(정소민)이 뜬금없이 연애를 시작한 후로는, 기존의 '집'에 관한 얄팍한 철학조차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단지 그들의 오글거리는 연애만이 중심으로 떠올라 더욱 재미가 없어졌다. 그들의 감정선에 공감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연애가 중심이 되어도 좋지만, 당최 유자성이 왜 나영원을 좋아하는지 남주인공의 감정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 몰입이 불가능했다. 

 

 

시청을 접을까 하다가 그저 수요일에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는 이유에서 관성처럼 11회를 또 시청했다. 그런데 12회 예고편을 보니 역시 그만 봐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개연성이나 몰입도는 대충 덮어두고, 선남선녀가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은 그림 자체만으로도 나름 예쁘게 볼만했었는데, 갑자기 어이없는 이유로 사랑을 포기하고 여자에게 상처주며 이별을 선언하는 남자의 모습에는 그저 기가 막히고 화가 치밀 뿐이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사랑은 집착하는 것도 아니지만 양보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사랑에 대한 모독이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자기 입장보다 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서로 좋아하면서, 상대의 마음이 자신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또 다른 이유로 자기 마음만 편하자고 상대를 포기한다면 그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언뜻 보기에는 희생적인 사랑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은 집착과 마찬가지로 이기심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사랑하기는 커녕 상대를 지독히 무시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그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물건을 주고받듯 사랑을 양보하겠다는 생각은 떠올릴 수조차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시작된 사랑이 뜬금없이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이러하다. 나영원을 오랫동안 짝사랑해 왔던 신겸(정건주)은 드디어 그녀에게 고백할 결심으로 설레고 있던 중, 친형처럼 여기는 유자성과 나영원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게 되었다. "형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야... 지켜주고 싶어..." 고백 후 거절당한다 해도 포기하지는 않을 생각이었지만, 자성이 형의 행복을 방해할 수는 없었기에 신겸은 기꺼이 물러선다. 그것은 아름답고 희생적인, 진정한 사랑을 위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혼자 고통스러워하던 신겸은 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가게 되고, 놀라서 달려간 유자성은 신겸의 친구인 장찬(윤지온)으로부터 그간의 사정을 듣게 된다. 친동생처럼 아끼는 신겸이 자기 때문에 사랑을 포기했음을 알게 된 유자성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설마... 그렇다고 나영원에게 이별을 고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는데, 11회 말미에 이어지는 12회 예고편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우리 그만 헤어집시다. 더 이상 감정 낭비, 시간 낭비하기 싫습니다!" 이별의 멘트조차 최악 중에 최악이다. 영원을 친언니처럼 아끼는 여의주(채정안)의 표현 그대로다. 

 

 

둘이 헤어진 이유가 자기 때문임을 모르는 신겸은 유자성에게 화를 낸다. "상처만 줄 거면서 왜 사귄 거냐고!" 그러면서 상처받은 영원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스토리로 전개될 모양이다. 그래도 드라마의 법칙상 결국 나영원은 유자성과 다시 연결되겠지만, 어쨌든 현 시점에서 유자성의 선택은 동생 신겸을 위해서 사랑을 포기하고 나영원이라는 여자를 양보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영원이라면 유자성이 돌아와도 받아주지 않을 것 같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나와의 사랑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나의 존재는 고작 그것밖에 안 된다는 증거니까. 

 

과거 '짝 스타애정촌'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본 적이 있었다. 남성 출연자는 연예인들로, 여성 출연자는 일반인들로 구성된 특집 프로그램이었다. 남자 3호 곽승남과 남자 4호 배기성은 둘 다 여자 5호에게 호감을 표시했는데, 여자 5호는 확실하게 곽승남에게로 끌리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누가 봐도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통한 상태였기에, 그쯤에서 배기성이 신사답게 물러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의 자존심 때문인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선지, 배기성은 자기를 외면하는 여자 5호에게 끝없이 계속 대쉬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 뜻밖인 것은 곽승남의 태도였다. 여자 5호에게 집착하는 배기성을 보면서 어두운 표정으로 고민에 잠기는가 싶더니, 중간 인터뷰에서 "마음이 좀 멀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은 데 이어 최종 선택에서는 그녀를 외면하고 선택 자체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참 선배인 배기성이 그녀에게 집착하는데 모른척하고 커플이 되기에는 무척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여자 5호는 실망한 표정이면서도 끝까지 곽승남에 대한 호감을 이어가서 그를 최종선택하는 꾸준함을 보여주었다. 물론 진짜 연애는 아니었지만, 곽승남의 그런 태도는 남자로서 정말 매력없고 비겁해 보였다. 

 

예능에서도 그렇게 보였는데, 드라마 속에서 표현되는 그런 남자의 연애는 더욱 찌질함의 극치였다. 게다가 이번 경우는 신겸이 나영원에게 집착했던 것도 아닌데, 멀쩡히 연애 잘 하다가 갑자기 뒤로 물러서며 가장 야비한 말로 이별을 고하는 유자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상처받은 신겸을 위해서? 아니면 자기 마음 홀가분해지기 위해서? 그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사랑한다던' 나영원, 그녀를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유자성의 비겁한 선택에 '그녀를 위한 마음'은 단 한 조각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배려한다면, 집착도 양보도 있을 수 없다. 상대가 나를 원하지 않는다면 쿨하게 물러나는 것이 사랑이고,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외부적인 그 어떤 요소에도 흔들리지 않고 곁을 지키는 것이 사랑이다. 부디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를, 어리석은 흔들림으로 평생 후회를 남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드라마가 좀 유치하긴 해도 유자성 캐릭터는 꽤 멋지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실망이 크다. 

 

반응형
1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