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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디어 열띤 환호 속에 '무한도전'의 네번째 가요제가 열렸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가하여 기존 멤버들과 시너지 효과를 이룸으로써, 단순한 웃음뿐만 아니라 진짜 음악의 감동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무한도전 가요제의 특징이다. 축제의 분위기가 짙은 만큼 빠른 템포의 신나는 노래들이 주를 이루지만, 서정적이고 실험적인 음악들이 틈틈이 섞여 있어 다채로움을 느끼게 한다. 내가 이번 '자유로 가요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노래는 정준하와 김C가 호흡을 맞춘 '병살(병든자와 살찐자)'팀의 '사라질 것들'이었다. 그 몽환적인 분위기와 가사의 내용이 꼭 내 취향에 들어맞았다. 더불어 김C의 음악세계가 얼마나 깊이 있으며 그의 인맥이 얼마나 다양하고도 막강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
이제껏 시청하지 않고 있던 'K팝스타'를 갑자기 보게 된 이유는, 생각지도 않은 박진영의 눈물 때문이었습니다. '1박2일 시즌2'가 끝나고 나서 무심히 채널을 돌렸을 때는 마침 박진영이 한 명의 탈락자를 발표하려는 순간이었는데, 자제심을 잃은 듯 울먹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좀처럼 울지 않을 것 같은 박진영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놀라웠지만, 멘트의 내용 또한 심상치 않았습니다. "이분이 저희 심사위원 점수에서는 최하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문자투표와 사전투표에서 너무 점수가 안 나와서, 저희 심사위원들의 생각이 어쩔 수 없이 꺾였습니다... 좀 안타깝네요... TOP9 마지막 진출자는 심사위원이 아닌, 국민들의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 그의 입에서 마지막 합..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은 그야말로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놀라운 기획이었지요.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토록 촘촘하게 짜여진 복선들과 충격적인 설정들을 발견하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마지막에 처참히 폭파된 집의 잔해 앞에서 망연자실하는 멤버들 앞으로 한 대의 검은 차가 다가와 멈췄고, 창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독도 지킴이 김장훈의 얼굴이었습니다. '스피드' 특집의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은 독도 수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였던 것이죠. 그리고 '하나마나 시즌3'에 기꺼이 동참해 준 스타들의 면면은 바야흐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무한도전'의 높은 위상을 실감케 했습니다. '하나마나' 공연은 지난 번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처럼 정식 무대에 마련된 멋진 가요제가 아니라, 하루종일 ..
'라디오스타'와 같이 독한 컨셉의 토크쇼는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회차마다 그 느낌이 매우 달라집니다. 지난 번 '위대한 탄생' 출신의 백청강과 이태권을 불러다가 스승 김태원의 뒷담화를 하도록 유도심문함으로써 배은망덕(?)한 제자들로 만들었던 방송은 매우 불쾌했는데, 비스트 6명의 무대로 꾸며진 이번 주의 방송은 아주 괜찮았습니다. MC들이 던지는 특유의 독한 멘트들도 이번에는 불편하지 않았던 것이,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멤버들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스트의 입장에서는 MC들이 짖궂게 대해주는 것을 오히려 고마워할만한 상황이었지요. 평소 아이돌에게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보니, 비스트 6명을 모두 알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각종 예능이..
'위대한 탄생' 네번째 생방송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손진영과 정희주와 데이비드오가 나란히 손잡고 서서 운명의 시간을 기다릴 때, 당연히 정희주는 합격일테니 나머지 두 사람 중에서 탈락자가 나올 거라고 저는 생각했지요. 그러나 박혜진 아나운서의 입에서 불려진 뜻밖에도 이름은 정희주였습니다. 노래는 거의 제일 잘했는데 말이지요. 저는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가 그렇게 가슴을 울리는 좋은 노래인 줄을 정희주 덕분에 처음 알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의 평점은 가장 높았는데도 시청자들의 문자투표 성적이 저조하여 탈락했다는군요. 지금까지의 모든 탈락자들 중에서 가장 억울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그 동안 정희주를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이라고 늘 여겨 왔으며 최소한 TOP3..
지난 주에는 어울리지 않는 컨셉으로 최악의 무대를 선보였던 데이비드오가, 이번 주에는 모처럼 자기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으며 특유의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아티스트는 양면성을 가질 때 매력적이라고 방시혁은 꿋꿋이 주장하지만, 저는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색채의 예술만 고집한다 해도 나쁠 건 없어요. 어쨌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야누스적 성향을 타고난 사람은 많지 않은데, 무리한 변신을 위해서 자기 내면에 없는 것을 억지로 끌어내려고 해봤자 될 턱이 없습니다. 아기천사에게 악마의 옷을 입혀놓았던 지난 주의 '비트잇'은 정말 아니올시다였죠. 하지만 이번 주에 데이비드오가 직접 어쿠스틱한 스타일로 편곡하여 재해석한 '넘버원'은 아주..
토크의 시작은 '아이돌의 소개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빅뱅의 승리가 먼저 자신이 경험했던 성악과 여대생들과의 재미있는 소개팅 일화를 털어놓았지요. 자연스레 MC들은 옆에 있던 지드래곤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고, 지드래곤은 몇 번 소개팅을 했었는데 그 때마다 상대 여성에게서 "저번 주에 승리 만났는데..." 이런 소리를 듣는 바람에 이제는 소개팅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뒷줄에 앉아 있던 신화의 김동완이 나섰습니다. "저도 비슷한 이유로 소개팅을 안 했어요. 소개받아 만날 때마다 '나 전진 오빠랑 아는데...' 이런 말을 들었거든요." 모두 폭소가 터졌습니다. 아이돌 그룹내의 '사교 담당 멤버'로 인한 에피소드였습니다. 그러자 MC들은 얼마 전부터 고정 멤버로 자리한 문희준에게 HO..
제가 그를 처음 본 것은 2007년 8월, '아이엠 샘'이라는 드라마에서였습니다. 원래 음악 프로그램도 잘 보지 않는 데다가 아이돌은 더욱 잘 몰랐거든요. 그 드라마에서 주목받은 인물은 오랜만에 드라마에 컴백한 양동근과, 그 무렵 종영한 '거침없이 하이킥'의 신예 히로인 박민영이었지요. 터프한 학교짱 '채무신' 역할의 탑은 그저 신인 탤런트려니 하고 봤는데, 연기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역할에 상당히 잘 어울려서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요즘 많이 보이는 샤방한 꽃소년들과는 달리 선이 굵은 미남형의 얼굴에 목소리마저 굵고 낮아서, 아주 거칠고 남성적인 매력을 내뿜으니 새로운 멋이 느껴지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겉은 터프하고 속은 따뜻한 학교짱 역할은 탑에게 제격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 ..
강호동 이승기의 '강심장' 2회는 그래도 1회에 비해서는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산만하던 분위기가 약간은 차분해졌고, 게스트들에게 분배되는 발언 기회도 많이 공평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여전히 입도 떼지 못하는 게스트들이 존재하긴 했지만요. 그 문제의 해결책은 출연자 수를 줄이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재차 권하고 싶어요. 무조건 게스트가 많다고 해서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텐데 왜 그렇게까지 무리한 욕심을 부리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강심장 2회에서 2NE1에게 할당되는 비중이 물론 작지는 않았지만 지난번 빅뱅에게 편향되었던 1회와 비교한다면 충분히 봐줄만 했습니다. 출연자도 빅뱅의 경우는 지드래곤과 승리 둘뿐이었는데 비해 2N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