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임성한 (3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제목에서 말한 '임성한의 남자들'이란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들을 뜻합니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완벽합니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데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을 만큼 나무랄데가 하나도 없는 인물들입니다. 어제 '보석비빔밥' 13회를 보면서 그런 점을 느꼈기에 기억나는대로 임성한의 남자들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오래된 작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므로 그래도 아직까지 많은 분들의 기억속에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을만한 2002년도의 '인어아가씨'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1. '인어아가씨'의 이주왕(김성민) 임성한의 수많은 화제작 중에서도 단연 첫번째로 손꼽힐만한 '인어아가씨'는 가슴 서늘한 복수극입니다. 여주인공 은아리영(장서희)은 ..
'보석비빔밥' 9회에서는 비취(고나은), 루비(소이현), 산호(이현진), 호박(이일민) 사남매의 연합공격에 결국 집에서 쫓겨나는 부모 궁상식(한진희)과 피혜자(한혜숙)의 에피소드가 다뤄졌다. 가히 한 가족 모두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일이니만큼, 9회 방송분의 98% 가량을 그 에피소드로 가득 채우고도 아직 여파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부모자식간의 설전은 그야말로 선명한 피를 튀길 듯이 격렬했다. 임성한 작가의 이전 작품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온순하고 평범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했던 '보석비빔밥'도 제9회를 통과하면서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임성한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무지하게 시끄럽다. 다들 너무나 말이 많다. 등장인물 중에 과묵한 사람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요즈음 나의 관심을 끄는 인물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는 정보석이다. 참으로 한결같은 연기자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 배우인데, 이번에 보여주는 그의 이미지는 좀 다르다. 그는 지독히 슬픈 역할도 많이 맡았었건만, 내 눈에는 이번에 맡은 역할이 가장 슬퍼 보인다. 내가 정보석이라는 연기자를 기억하는 첫 모습은 1986년 김혜수, 길용우와 더불어 출연했던 드라마 '사모곡'에서의 악역이었다. 공부는 하지 않고 소설과 드라마에만 탐닉한다고 매일 야단을 맞던 나는 몰래몰래 부모님의 눈을 피해서 그 드라마를 보느라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당시 여고생 김혜수의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사모곡'은 그로부터 10년 후에 '만강'으로 제목을 바꿔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사모곡'에서..
한혜숙은 작가 임성한의 작품에서 어머니 역으로 단골 출연하는 연기자입니다. '인어아가씨'에서는 은예영(우희진)의 어머니로, '왕꽃선녀님'에서는 주인공 윤초원(이다해)의 어머니로, '하늘이시여'에서는 역시 주인공인 이자경(윤정희)의 어머니로 나왔었지요. 이제껏 그녀가 표현해 온 어머니는 지극한 모정이 흘러넘치는 헌신적인 어머니상이었고 동시에 기품도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비록 '인어아가씨'에서는 젊은 시절의 불륜으로 인해 남의 인생을 망쳐버린 악역이긴 했지만, 그래도 자식인 예영(우희진)에게는 더없이 자애로운 어머니였고, '왕꽃선녀님'에서는 피도 섞이지 않은 초원(이다해)을 어려서부터 지극정성으로 길렀으며 나중에 초원이 무병에 걸려 주변의 배척을 당할 때에도 늘 자식의 편에 서서 따뜻하게 감싸주던 어머니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