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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오로라(전소민)과 황마마(오창석)의 결혼이 확정되자, 이른바 '욕하면서 보던' 막장 러브라인이 일단은 종결된 셈이라 급격히 흥미가 떨어진 느낌이다. 원래대로 120회에서 마무리될 예정이었다면 더 이상의 변수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무려 30회나 연장하는 바람에 앞으로도 50회를 넘기는 분량이 남아 있으니, 이제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아무리 드라마 속 일이라도 행복한 결혼식을 보면 덩달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게 인지상정이거늘, 신랑 신부가 행복하게 웃을수록 못마땅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동안 이 신혼부부의 염치없는 행위들을 바라보며 꼬여버린 심정은 저절로 또 다른 태풍을 기대하게 된다. 메인 스토리가 제1막을 내리며 한숨 돌리는 요즘,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한창 물이 올..
아무래도 요즘 임성한 작가는 배우들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 것 같다. 특정 배우를 향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막연히 배우라는 직업군에 대한 혐오증이 생긴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치 작심하고 배우들 죽이기에 나선 것처럼, 배우들을 향해 휘두르는 작가의 칼날이 매섭기 때문이다.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했던 손창민, 오대규, 박영규 등은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중도하차를 당했다. 그러나 현재 남녀 주인공이 직면하고 있는 난감한 상황을 보면 차라리 중간에 잘려나간 중견배우들의 처지가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임성한 작품의 주인공들이 이토록 홀대받은 적은 없었는데, 당최 어떻게 된 일일까? 오창석과 전소민이 처음 '오로라 공주'에 캐스팅 되었을 때는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설렘에 얼마나 부풀었겠..
아무리 이 시대의 핫한 예능이라 해도, 아무리 인기 폭발이라 해도 나는 할 말을 해야겠다. 솔직히 나는 처음부터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는데, 제작진은 그 부분을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라고 인식했는지 전혀 고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나영석 PD는 아직도 '1박2일' 시절의 생고생 프로젝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 싶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평균연령 76세의 어르신들이라는 사실보다도, 이 출연자들을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는 장면을 뽑아내려는 욕망이 앞설 뿐, 그들을 편안히 모시려는 생각은 없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제작진의 생각이 맞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그들도 이 여행의 컨셉이 어떤 것인지를 다 알면서 승낙했을 테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꽃할배들..
만약 '주군의 태양'에서 그 멋진 소지섭이 찌질남으로 변신한다면 시청자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그 해맑은 이종석이 스토커로 변신하여 싫다는 이보영을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녔다면 시청자는 용서할 수 있었을까? 어느 정도의 못난 모습, 인간적으로 봐줄 수 있는 차원이라면 용납 가능하겠지만 이건 아니다. '오로라 공주' 공식 홈페이지 대문에는 아직도 오로라(전소민)와 황마마(오창석)를 주인공으로 한 포스터가 걸려 있다. "너무 다른 두 완벽 남녀의 운명적 사랑 스토리!" 라는 표제도 아직은 유효한 모양이다. 그러나 황마마는 이미 주인공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설설희(서하준)의 등장 이후로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을 걸어 왔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은 남아 있었는데, 74회에서 최후의 마..
역시 120부작은 무리였던 걸까요? 명품의 향기를 풍기던 '못난이 주의보'가 늘어지는 전개로 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스토리의 진전 없이 이곳 저곳에서 줄창 모두들 연애 놀음만 하는데, 그 연애 놀음에서 아무런 설렘이나 매력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죠. 우선 공준수(임주환)와 나도희(강소라) 커플부터 말해 본다면, 공준수가 자신의 살인 전과를 고백하고 나도희가 그것을 받아들인 후부터 이들의 러브라인은 예전의 설렘과 애틋함을 거의 잃었습니다. 제 생각엔 두 사람의 이미지에 어울리지도 않는 반말을 시작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화근인데요. 계속 존대하면서 약간은 서로를 어려워하는 모습도 남겨 두었더라면 지금처럼 긴장감 제로의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보거든요. 갑자기 나도희가 "연인끼리 반말하는 건 ..
막장 드라마를 쓰는 작가들 중에서도 대중들로부터 가장 심하게 욕을 먹는 작가는 단연 임성한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도 저는 이제껏 임성한 작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녀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비난들이 별로 타당하다 여겨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그녀의 작품을 재미있게 즐겨 보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 작품 '오로라 공주'를 보면서 제 마음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네요. 사실 2007년 이후의 작품은 예전만한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좀 시들해지기도 했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못마땅합니다. 초반에 비호감 여주인공을 내세우기에 어쩌려고 이러나 했더니, 요즘은 아니나 다를까 예전처럼 노골적인 여주인공 감싸기 모드에 접어들었군요. 아마도 작가는 "이런 여자가 탄산..
여주인공 오로라(전소민)의 캐릭터가 대놓고 비호감이길래, 남주인공 황마마(오창석)는 상대적으로 대단한 매력남일 거라고 예상했었습니다. 이제껏 임성한 작가의 남주인공은 거의 무결점의 완벽남들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보편적 매력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그 어느 때보다 공들여 창조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죠. 그 이유는 황마마가 좀처럼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의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설정 때문에, 임작가 본인의 새로운 페르소나일지도 모른다는 맹랑한 추측을 한데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황마마는 이도저도 아닌 우유부단함에, 누구 못지않은 속물근성까지 갖고 있으면서 아닌 척 고고한 척 하는 밥맛없음까지,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최악의 남주인공이었네요. 차라리 볼..
충격적인 개인사를 겪은 후 한동안 침묵하던 작가 임성한이 새 드라마 '오로라 공주'로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도 그 못지않게 심각한 논란과 비방을 몰고 다니던 임성한의 작품이 또 한 번 그 요란스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시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임성한 작가의 전성기를 1998년 '보고 또 보고' 에서부터 2006년 '하늘이시여' 까지였다고 봅니다. 그 이후 발표한 작품들에서는 정말 확연히 힘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여 왔거든요. 2007년 '아현동 마님', 2009년 '보석 비빔밥', 2011년 '신기생뎐'... 어느 정도의 무난한 시청률은 유지했지만 화제성이나 작품성 등 모든 면에서 이전의 작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미약한 수준이었습니다. 겹사돈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손문권 PD의 죽음에 여러가지 석연찮은 점이 있다 하여, 그의 여동생을 필두로 한 가족들은 미망인 임성한 작가에게 금액 5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액수가 크지 않은 이유는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규명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군요. 이번 사건을 맡은 이재만 변호사는 12년 전 주병진이 강간치상 혐의를 받았을 때, 의뢰인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아냄으로써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관련 기사 링크) 가족의 주장에 의하면 유서의 필적도 손PD의 것이 아니었고, 증거 자료로 제출된 CCTV의 화질도 너무 흐릿해서 손PD인지 아닌지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고, 수사는 자살로 종결되었지만 명확한 죽음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의혹으로..
이제 70대에 접어든 원로 작가 박정란이 집필한 드라마 중 저의 머릿속에 아직도 강렬히 남아있는 작품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울 밑에 선 봉선화'입니다. 너무 오래 전에 보았던 것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시대의 아픔 속에 인간의 섬세한 감정이 진하게 녹아들어가 있는 수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주인공 정옥(김미숙)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했으나 그녀의 두 여동생 정애(권기선)과 정임(전인화)의 삶 또한 극도의 애련함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긴 호흡을 지닌 일일드라마였음에도 시놉과 대본이 매우 탄탄하여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고, 인물 하나 하나의 스토리가 굉장히 역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오래 전에 원로 PD 허환 선생님의 드라마 작법 강의를 들으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아주 잠깐 박정란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