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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전소민, 임성한의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오로라 공주

'오로라 공주' 전소민, 임성한의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까?

빛무리~ 2013. 5. 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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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개인사를 겪은 후 한동안 침묵하던 작가 임성한이 새 드라마 '오로라 공주'로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도 그 못지않게 심각한 논란과 비방을 몰고 다니던 임성한의 작품이 또 한 번 그 요란스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시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임성한 작가의 전성기를 1998년 '보고 또 보고' 에서부터 2006년 '하늘이시여' 까지였다고 봅니다. 그 이후 발표한 작품들에서는 정말 확연히 힘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여 왔거든요. 2007년 '아현동 마님', 2009년 '보석 비빔밥', 2011년 '신기생뎐'... 어느 정도의 무난한 시청률은 유지했지만 화제성이나 작품성 등 모든 면에서 이전의 작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미약한 수준이었습니다.

 

겹사돈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일약 사회 이슈로 만들었던 '보고 또 보고', 복수극으로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2002년 '인어아가씨', 무녀를 주인공으로 삼는 파격을 선보였던 2004년 '왕꽃선녀님', 친딸을 의붓아들과 결혼시켜 며느리 삼는 기상천외한 설정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하늘이시여'... 제목만 떠올려도 이 작품들이 방송될 당시의 뜨거웠던 분위기가 생생히 떠오르지 않나요? 물론 칭찬보다는 비방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그 열띤 분위기를 긍정적 의미로 해석해도 될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욕하면서도 놓을 수 없는 드라마로서 그 당시 임성한의 작품들은 대단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임성한의 작품이 욕을 먹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워낙 자극적인 기본 설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등장인물의 한 마디 대사라든가 하는 세세한 부분까지도 수시로 도마에 오르곤 했죠. 이를테면 '하늘이시여'에서 의붓딸 자경(윤정희)을 업신여기는 계모 배득(박해미)의 대사 중 "제까짓 게 아무리 잘나봤자 분장사야!" 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그 말이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여졌다고 해석한 시청자들은 엄청난 비난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 대사는 '배득'이라는 인물의 천박한 인품을 드러내기 위한 것일 뿐 '분장사'라는 직업에 대한 비하는 아니었거든요. 그런 대사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면 드라마 속의 사람들은 모두 인품이 고결해서 막말 한 마디 내뱉을 수 없는 성인들만 나와야 할텐데 그럴 수는 없는 일이죠.

 

솔직한 생각을 말하자면, 저는 유독 임성한에게만 집중되는 비난의 포화를 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막장 설정과 자극적 대사들이 물론 많기는 하지만 다른 작가의 드라마였다면 충분히 별 잡음 없이 지나쳤을 법한 부분들까지도 임성한의 경우는 대다수 시청자들이 눈에 불을 켠 채 일일이 짚고 넘어가는 듯 보였던 거죠. 글쎄, 왜일까요? 저는 평소 무속신앙에 전혀 관심도 없고 호감도 없는 사람이지만, 임성한의 작품에 수시로 등장하는 무속 관련 설정들이 별로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작가가 그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얼마든지 작품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또 수많은 사람들은 현대극에 귀신이 등장하니 기막히다면서 엉터리 대본을 쓴다고 작가를 비난하곤 했습니다.

 

 

작가의 개성이 너무 강해서 호불호가 극명히 엇갈리는 탓일까요? 아니면 매번 높은 시청률로 인기를 끌다 보니, 작은 꼬투리만 있으면 트집을 잡고 싶어지는 인간들의 청개구리 심리가 작용한 걸까요? 하지만 저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욕을 해도 임성한 작가가 싫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막장이야 흘러 넘치는 세상이라 오히려 막장 없는 드라마를 찾기가 힘들어졌는데, 요즘은 온갖 막장 설정을 다 끌어다 사용하고도 스토리를 흡인력 있게 끌고 나가지 못해서 하품나게 재미없는 드라마가 거의 대부분이거든요. 그런 와중에 임성한의 드라마는 일단 재미가 있습니다. 재미가 있기 때문에 항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이고요. 재미와 더불어 높은 작품성과 고상함까지 갖추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어쨌든 스토리를 재미있게 끌고 나가는 임성한의 희귀한 재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죠. 그래서 작가 임성한의 컴백은 개인적으로 매우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로라 공주' 1회를 시청하고 나니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기더군요. 여주인공 오로라(전소민)의 캐릭터가 지금까지 임성한의 작품을 통틀어 한 번도 본 적 없는 예외적 케이스였거든요. 이제껏 임성한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가난한 똑순이(?) 스타일이었습니다. '보고 또 보고'의 정은주(김지수), '인어아가씨'의 은아리영(장서희), '왕꽃선녀님'의 윤초원(이다해), '하늘이시여'의 이자경(윤정희), '아현동 마님'의 백시향(왕희지), '보석 비빔밥'의 궁비취(고나은), '신기생뎐'의 단사란(임수향)에 이르기까지... 하나 하나 되짚어 보면 모두 그랬어요. 가난한 환경 속에서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어렵게 살아왔지만 본인의 출중한 능력과 성실함으로 앞날을 개척해 나가는 캐릭터였죠. 그녀들은 똑부러지는 성품을 지녔으나 오만하지 않을 만큼 개념이 있었고, 가끔씩 은근한 여우짓을 해도 밉지 않을 만큼 기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재벌가의 늦둥이 막내딸에 고명딸인 오로라는 작품의 제목 그대로 '공주'입니다. 띠동갑 이상 차이나는 오빠들이 무려 세 명이나 있는 가운데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라난 그녀는 외모에 학벌에 집안과 나이까지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그야말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청담동 신부감이겠죠. 이런 상황에서 스물 다섯 살의 어린 아가씨가 오만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일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로라는 첫 회부터 가장 강렬한 방식으로 오만함을 흩뿌리며 등장하더군요. 자기 신분을 가난한 대학원생이라 속이고 검사 애인을 사귀던 오로라는 그 남자의 어머니와 단 둘이 마주하게 되는데, 가진 것 없는 주제에 자기 아들을 넘본다면서 오로라를 모욕하는 중년 여인의 표독스런 얼굴이 차라리 순진해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가난한 대학원생 코스프레를 하느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10만원도 안 될 저렴한 차림새로 나간 오로라는 애인의 어머니를 상대하며, 당당함의 수준을 넘어선 기고만장함을 한껏 자랑하고 있었죠. 애인의 어머니를 향해 "사람이 나이가 들면 둘 중 하나가 된다고 해요. 노인이 되느냐, 어른이 되느냐... 노인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되는 거지만, 덕을 갖추고 존경받는 어른은 아니잖아요?" 라고 또랑또랑 퍼붓는 모습은 섬뜩할 지경이었습니다. 최소한 애인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자기 환경을 숨긴 이유는 돈 보고 달려드는 남자들이 싫어서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 조각 진심도 없이 남자를 만나고, 또 그 애인의 어머니를 향해 시종일관 조롱의 시선을 던지는 오로라의 모습은 결코 예쁘게 봐 줄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상대의 서툰 영어 발음을 고쳐 주고, 상대의 얼굴에 삐져나와 있는 코털이 거슬려 가위로 잘라 주는 상상을 하고, 헤어질 때는 거침없이 손을 뻗어 상대의 어깨를 톡톡 치며 비듬을 털어 주고, 달걀 거품으로 머리를 감으면 비듬을 없앨 수 있노라 친절하게 충고까지 하고, 마지막으로 계산서까지 가로채듯 집어들며 "제가 계산할게요!" 하고 배시시 웃는 젊은 여인... 그 되바라진 모습에 치를 떨며 중년 여인이 사라지자, 오로라는 태연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한 마디 툭 던집니다. "지금 나가요!" 그러더니 다음 장면에서 명품샵에 들러 아무렇지도 않게 명품백을 한꺼번에 서너개나 주렁주렁 사들고, 안락한 자가용 뒷좌석에 앉아 운전기사에게 다음 행선지를 명령하며 애인에게 쿨한 결별 문자를 날리는 오로라... 그녀의 실체는 가난한 대학원생이 아니라 바로 이런 거였죠.

 

문제는 과연 이러한 오로라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이제껏 임성한의 여주인공들은 가난하면서도 기품과 개념과 자존심이 있었기에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죠. 어차피 세상 사람 대부분은 가난한 자에 속하니까요. 비록 가진 것 없어도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에서는 대리만족도 느낄 수 있었고, 사랑과 성공과 복수의 스토리가 긴박하게 전개됨에 따라 시청자는 여주인공의 입장에 몰입하며 그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갖춘 환경 속에서 철딱서니와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오로라의 캐릭터에는 과연 몇 명이나 몰입할 수 있을까요? 바람난 형제를 말리기는 커녕 이혼을 부추기는 로라의 오빠들도 나잇값 못하고 철딱서니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조연이니 그렇다 치고, 여주인공 캐릭터가 처음부터 이렇게 비호감스러웠던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김지수, 장서희, 이다해, 윤정희, 임수향 등 임성한 작가가 선택한 여주인공들은 거의 모두 그 작품을 계기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할 만큼 커다란 인기를 얻었습니다. (왕희지와 고나은처럼 큰 반향이 없었던 예외적 경우도 있긴 하지만) 김지수와 장서희는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인기를 얻지 못하던 중고 신인에서 일약 대스타의 반열에 올라섰고, 임성한의 작품이 데뷔작이라 할 수 있었던 이다해와 윤정희와 임수향은 그 이후로 각종 대작 드라마에 연달아 캐스팅되며 연기자로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전소민은 과연 '오로라 공주'를 통해 또 한 명의 신데렐라로 탄생할 수 있을까요? 일단 캐릭터 자체가 전작들에 비해 강력하지 못한 데다가, 외모 또한 극 중 캐릭터보다 나이들어 보이고 적잖이 어색한지라, 솔직히 첫 방송 후의 직감이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신인들이 그렇듯 연기력도 아직은 어설픈 수준이고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어쩌면 항상 여주인공 중심이었던 임성한의 드라마가 이번에는 남주인공 중심으로 바뀐 걸까요? 1회에서 정식으로 등장하지 않은 남주인공 황마마(오창석)의 캐릭터는 얼굴 없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설정되어 있는데, 아마도 임성한의 새로운 페르소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임성한 역시 수많은 작품을 히트시켰으면서도 좀처럼 공석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 없는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오만한 철부지 오로라 공주는 이제 치명적인 매력남 황마마를 만나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될테고, 그 쉽지 않은 사랑을 통해 차츰 성숙해가는 과정이 그려지겠네요. 만약 저의 예상이 맞다면 임성한이 남성 캐릭터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페르소나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황마마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될 2회가 기다려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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