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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오창석-전소민, 작정하고 비호감 커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오로라 공주

'오로라 공주' 오창석-전소민, 작정하고 비호감 커플?

빛무리~ 2013. 6. 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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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오로라(전소민)의 캐릭터가 대놓고 비호감이길래, 남주인공 황마마(오창석)는 상대적으로 대단한 매력남일 거라고 예상했었습니다. 이제껏 임성한 작가의 남주인공은 거의 무결점의 완벽남들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보편적 매력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그 어느 때보다 공들여 창조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죠. 그 이유는 황마마가 좀처럼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의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설정 때문에, 임작가 본인의 새로운 페르소나일지도 모른다는 맹랑한 추측을 한데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황마마는 이도저도 아닌 우유부단함에, 누구 못지않은 속물근성까지 갖고 있으면서 아닌 척 고고한 척 하는 밥맛없음까지,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최악의 남주인공이었네요. 차라리 볼수록 가관인 여주인공 오로라의 싹수없음과 되바라짐이 황마마의 가증스러움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내 남동생 한 명을 성공시키기 위해 무려 세 명의 누나가 결혼도 하지 않고 그의 뒷바라지를 했다는 설정 자체부터 무리수이긴 했지요. 하지만 임성한의 독특한 표현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그 정도는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황마마를 극강의 '시스터보이'로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그 정도 배경이나마 있어야 할 테니까요. 부잣집 공주님으로 인생에 걸림돌 하나 없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고만장하게 살아온 여주인공 오로라는 이제 필연적으로 세 명의 시누이들과 부딪혀 힘겨운 사랑을 해야 하는데, 사실 요즘 세상에 엄마도 아닌 누나들 때문에 자기 사랑을 포기하거나 힘들게 하는 남자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설령 있다 해도 그 정도로 줏대가 없는 남자라면 그저 '못난 놈'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서른 두 살의 적잖은 나이에 유명 작가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런다는 건,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그런데 황마마는 무려 3년이나 사귀던 애인 윤상아(김연주)를 누나들에게 인사시키고 나서, 누나들이 별 하찮은 이유를 대며 반대하자 한 마디 반발도 없이 누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윤상아에게 작별을 고했습니다. 오히려 너무 쉬운 이별에 놀란 누나들이 "너 괜찮냐?"며 동생을 걱정하자 "혹시 이렇게 될까봐서 정 안 줬어"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군요. 참으로 당황스런 설정이었지만, 저는 그러한 황마마의 캐릭터를 지독한 염세주의자에 초식남이라고 해석했었습니다. 부모님의 얼굴도 기억 못할 만큼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후, 세 명의 극성스런 누나는 본인들 인생의 대부분을 포기할 만큼 막내동생에게 집착하며 그를 키우고 뒷바라지 했거든요. 자식도 그렇게 키우면 이상 성격으로 자라나기 쉬운 법인데, 아기 때부터 평생 누나들에게 시달려(?) 왔으니 결코 평범한 성격일 수는 없겠죠.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며 고민도 많이 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세상 모든 일에 초연해진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자기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누나들은 자기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고, 이제 와서 그 공을 모른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요. 어차피 이번 생에는 나의 고집대로 살아갈 운명이 아닌가보다 체념(?)하며, 뭐 그리 특별한 여자 있을까, 누구를 선택해도 거기서 거기일 것을, 결혼 문제로 누나들 속썩이지 말고 그냥 누나들이 좋아하는 여자와 한 세상 살아보는 거지...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머리 좋고 생각 많은 사람들은 세상살이에 쉽게 염증을 내거나 지칠 수도 있거든요. 특히 황마마처럼 극성맞은 환경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자라났다면, 겉보기에는 젠틀하고 다정하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시니컬한 성격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철들어 사귄 몇 명의 여자들이 지극한 속물들이었다면, 사랑에 대한 환상과 기대마저 모두 무너져 버렸겠죠. 최고 인기작가이면서 대중매체에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자세도 그렇고, 황마마는 세상과의 진정한 소통을 거부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따라서 그 어떤 인간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이렇듯 시니컬하고 어두운 내면을 지닌 남주인공이 발랄하면서도 철딱서니 없는 여주인공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빠지고, 그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 자신이 갖지 못한 면을 상대에게서 발견하고 흡수하며, 서로 조금씩 변해가고 마음의 상처도 치유해가는 모습이 매력있게 그려지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남녀 주인공의 만남부터 사랑에 이르는 과정이 초고속으로 진행되면서, 고작 십여 회만에 남주인공 황마마의 캐릭터는 "이건 대체 뭐야?" 싶을 만큼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버렸습니다. 이건 시니컬한 염세주의자도 아니고, 누나들을 위해 희생하는 착한 동생도 아니고, 진실한 마음으로 사랑을 지키는 용감한 남자도 아니고, 한 마디로 이것도 저것도 아닙니다. 그저 멀끔한 허우대 속에 짝퉁 스레기만 가득할 뿐, 이런 인간이 작가랍시고 글을 쓰다니 고도의 사기꾼이라고 봐도 과하지 않다 싶을 지경이에요.

 

 

자신의 미모와 매력에 무한 자신감을 지니고 있는 천방지축 오로라는 어느 날 갑자기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작가 황마마의 인터뷰하는 목소리를 듣고 자기 이상형이라며 꿈에 부풉니다. 무턱대고 그의 집 앞에 찾아가 서성대다가 우연히 그 남자의 멀끔한 얼굴을 보게 되면서 결정적으로 반해버리고 말지요. 이 콧대 높은 공주님이 한 가닥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염치없다 싶을 만큼 대놓고 남자에게 들이대는 모습은 글쎄 뭐 나름 신선하기도 하더군요. 물론 절대 채이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서였겠지만요. 그런데 웃기는 건, 세상에 둘도 없는 시크남처럼 보이던 황마마가 별 이유도 없이, 단 두세 차례의 손짓에 훌렁 넘어가 오로라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는 겁니다. 노예라는 표현이 아직은 좀 과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가다 보면 그의 앞날은 뻔하지 뭐 탈출구가 있을까 싶군요.

 

오로라는 그 동안 레스토랑이며 수영장 등등의 장소에서 우연히 황마마의 누나들과 마주쳤었고, 특유의 되바라진 성격으로 안 좋은 기억을 남겼습니다. 그러니 황마마의 새 여자친구로서 누나들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자연히 서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고, 누나들은 윤상아를 반대하던 때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동생과 오로라의 교제를 반대했죠. 그런데 3년이나 연인으로 지내던 윤상아에게는 한 가닥 의리도 없이 등을 돌렸던 황마마 이 인간이, 고작 만난지 한 달 정도나 됐을까 싶은 오로라의 편에 서서 누나들에게 대들기 시작합니다. 한참 어린 것이 어머니뻘 되는 큰누나에게 몹시 버릇없게 굴었다는데도 분개하기는 커녕, 그 아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안좋게만 보느냐면서 누나들의 삐딱한 시선을 탓하는 식입니다. 이건 도대체 뭔가요? 이렇게 되면 '황마마'라는 캐릭터에 대한 저의 해석은 처음부터 빗나갔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오로라는 명백히 잘못을 해 놓고도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습니다. 엄연히 기자라고 사칭해서 남의 집에 들어가 인터뷰하고 구석구석 구경까지 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저질러 놓고도 "내가 기자라고 한 적은 없어요. 그쪽에서 먼저 기자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그렇다고 한거지.." 뭐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 놓습니다. 레스토랑에서 남은 음식을 싸 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도 생각하기 나름일 뿐 정답은 없는 것인데 끝내 자기 생각만 옳다 고집하고, 그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행동은 "상대편에서 먼저 그렇게 했으니까 내가 그런 거다"라는 식으로 합리화시킵니다.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을텐데 또박또박 잘난체하고 어찌나 말은 많은지 정말 대책이 없습니다. 오로라야 세상 물정 모르고 쓴맛이라고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철부지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30대의 베스트셀러 작가 황마마가 어린 오로라의 억지논리에 대책없이 휘말리는 모습은 정말 우습기 짝이 없더군요.

 

 

심지어 누나들에게 "제발 부탁할게. 마음을 열고 좋은 면을 좀 봐 줘" 라고 애걸복걸 사정까지 합니다. 기막힌 누나들이 "상아한테는 안 그러더니, 너 이번에는 왜 이러냐?" 고 묻자 "그냥 이번에는 느낌이 달라. 성격도 더 매력적이고..." 라고 애매한 대답을 하네요. 하긴 짚신도 짝이 있다니까, 남자의 취향이 독특해서 그런 성격을 매력적이라고 볼 수도 있긴 하겠죠. 하지만 이것은 드라마입니다. 어떤 시청자가 저 대답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하고 수긍할 수 있겠습니까? 윤상아는 황마마와 동갑인 32살이었고, 오로라는 무려 7살이나 어린 25살입니다. 그토록 고상한 척하던 황마마의 지금 모습은 그저 어린 여자 밝히는 속물에 지나지 않아요.

 

윤상아와 3년이나 연애하면서 정을 주지 않았다는 그 말 역시 지금 생각해 보면 소름끼치도록 파렴치한 것입니다. 3년이라는 세월 동안 진심이라고는 한 토막 없이 여자의 마음을 가지고 놀았다는 거니까요. 성장기에 입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여자를 사랑할 수 없는 외로운 남자라고 이해하려 했었지만, 지금 오로라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절대 그런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드라마에는 인과관계와 설득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윤상아는 운명이 아니고 오로라는 운명이어서 그런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임성한 작품에 아무리 우연이 즐비하고 인과관계를 무시한 설정이 많다지만, 그래도 되는 부분이 있고 절대 그럴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오로라의 부친 오대산(변희봉)이 유체이탈을 경험했으니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듯한데, 그 돌연한 죽음이 아무리 황당하게 묘사된다 해도 저는 그닥 실망하거나 분개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것쯤은 얼마든지 괜찮아요.

 

 

막장일수록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주인공의 매력입니다. 작품성 자체가 훌륭해서 향기를 절로 내뿜을 지경이면, 설령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별다른 매력이 없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시청자의 감정 몰입을 위해 매력적인 주인공이 꼭 필요합니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주인공의 눈으로 드라마 속 세상을 바라보며 스토리의 전개를 즐길 수가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겠네요. 남녀 주인공이 마치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쌍으로 비호감이고, 조연과 단역에 이르기까지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인물은 전무하다시피 하니, 임성한 작가는 과연 무엇을 노리고 이런 설정을 내놓았을까요?

 

지금껏 임작가의 작품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많이 있기에 이번에도 기대를 했지만, 더 이상 이 짜증스러움을 참기는 쉽지 않을 듯 싶습니다. 역시 '하늘이시여'를 마지막으로 임성한의 전성기는 끝났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그녀 자신도 시청자의 입장이 되어 현재의 작품을 객관적 시선으로 본다면 곧바로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을텐데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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