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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임성한의 치졸한 '못난이 주의보' 디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오로라 공주

'오로라 공주' 임성한의 치졸한 '못난이 주의보' 디스

빛무리~ 2013. 7. 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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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를 쓰는 작가들 중에서도 대중들로부터 가장 심하게 욕을 먹는 작가는 단연 임성한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도 저는 이제껏 임성한 작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녀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비난들이 별로 타당하다 여겨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그녀의 작품을 재미있게 즐겨 보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 작품 '오로라 공주'를 보면서 제 마음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네요. 사실 2007년 이후의 작품은 예전만한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좀 시들해지기도 했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못마땅합니다.

 

 

초반에 비호감 여주인공을 내세우기에 어쩌려고 이러나 했더니, 요즘은 아니나 다를까 예전처럼 노골적인 여주인공 감싸기 모드에 접어들었군요. 아마도 작가는 "이런 여자가 탄산수처럼 청량하고 매력있지!" 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초반의 오로라(전소민)는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봐도 오갈 데 없는 비호감이었습니다. 그래 놓고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죽은 후 집안이 쫄딱 망하고 나니까, 이 건방지고 안하무인이던 여자아이가 갑자기 긍정적이고 인내심 강한 성격으로 변화되어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며 호감을 사기 시작하는데, 참 콧방귀 밖에 안 나오더군요.

 

예전 오로라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부분은 수영장에서 황자몽(김혜은)과 부딪혔던 장면입니다. 황자몽이 요란하게 발장구를 치자 오로라는 거침없이 "아줌마, 물장구를 너무 심하게 쳐서 물이 사방으로 다 튀어요!" 라고 핀잔을 주었죠. 30대 후반의 나이지만 아직 미혼인 황자몽은 빈정이 상했고 "누구한테 아줌마래?" 라는 생각으로 눈을 흘기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잠시 후 같은 건물 1층의 카페에서 다시 마주치자 오로라는 황자몽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네요. "왜 사람을 흘겨보고 그래요? 물 튀겨서 가르쳐주는데 아줌마 흘겨봤잖아요. 민폐예요. 동네 수영장도 아니고, 하려면 배워서 제대로 하든가!" 이렇게 행동하는 25살의 여자아이를 보며 "틀린 말은 아니네. 똑 부러지는 성격이 참 매력적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오로라가 나중에 사랑하게 된 남자 황마마(오창석)는 부모 없이 누나들 손에 자라서 지독한 시스터보이였는데, 공교롭게도 황자몽이 그 셋째 누나인 것을 알고 오로라는 기겁을 합니다. 뿐만 아니라 큰 누나 황시몽(김보연)과 둘째 누나 황미몽(박해미)과도 모두 안 좋은 일이 있었던 터라, 황마마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오로라의 소망은 이루기 어렵게 되었죠. 누나들이 반대한다면서 황마마가 계속 시큰둥하자, 결국 참을성에 한계를 느낀 오로라는 마구 쏘아붙입니다.

 

"누나분들은 다 잘했는데, 저만 못됐대요? 생각해 봤더니 저 잘못 없어요! (중략) 셋째 누나분요. 아무리 봐도 20대 아가씨로 안 보였고요. 진짜 결혼한 분인 줄 알았어요. 사방으로 물장구 튀기든 말든 모른척 했어야 하는데, 어떤 아저씨가 찌푸리면서 피하는 거 보고 말해줘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누나분이 저를 흘겨보고 가시는 거예요. 딴에는 생각해서 얘기했는데 흘겨보니 기분 좋아요? 1층 카페에서 또 만나서, 아까 왜 흘겨봤냐고 한 마디 했어요. 그렇게 잘못한 거예요, 제가?"

 

백번 천번 잘못한 일이죠. 본질적으로 나쁜 말은 아니지만 '아줌마'라는 호칭은 미혼 여성에게 큰 실례가 될 수 있으므로 상대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부른 것부터가 잘못입니다. 외모가 어떻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불쑥 나서서 "당신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면, 설령 그 말이 맞다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네가 뭔데 참견이야? 누구보고 아줌마래, ××아!" 라는 욕설을 들으면서 머리채 잡힐 수도 있었는데, 곱게 눈만 흘겨주고 말았으니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죠. 그런데 나중에 마주쳤을 때 다시 눈 흘겼다고 덤비면서 동네 수영장이 어떻다는 둥 하는 발언으로 상대를 모욕까지 했으니 그 되바라진 아이를 어떡하면 좋게 볼 수가 있는 겁니까?

 

 

이렇게 비호감으로 찍힌 여주인공이니 갑자기 불행해져도 측은지심이 들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그녀에게 호감을 갖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흑기사 캐릭터 설설희(서하준)가 나타나 오로라를 짝사랑하며 보디가드 역할을 해주기 시작하니 그 얄미운 계집애가 운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 꼴도 보기 싫어질 뿐입니다..;; 예전에는 아무리 설정이 막장스러워도 인물들, 특히 남녀 주인공의 매력에 기대어 시청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막장 설정은 여전하면서 인물들은 매력이 없으니, 이젠 기대할 요소가 없어진 셈이죠. 마침 다른 채널에서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일일극 '못난이 주의보'가 호평을 얻고 있는데, 저도 뒤늦게 합류한 시청자의 한 사람이지만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되는 명작이더군요. (필자의 '못난이 주의보' 리뷰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 

 

그런데 '오로라 공주' 33회에서 임성한 작가는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약 2분 가량이나 '못난이 주의보'의 내용을 자세히 언급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칭찬하는 것도 같았지만, 대사를 가만히 곱씹어 보니 이건 명백한 디스(diss : disrespect의 줄임말로, 다른 사람을 폄하하는 말이나 행동)더군요. 그 치졸한 행태가 너무 어이없어 우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한때는 시청률의 제왕이라 할만한 명성을 지닌 작가였는데, 이젠 자기 작품 속에서 경쟁작을 노골적으로 헐뜯을 만큼 초조해졌구나 싶어서 말이죠. 그 치졸한 자충수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극 중에서 배우가 된 여주인공 오로라가 분장을 받고 있는데, 중년의 여자 분장사가 뜬금없이 긴 대사를 시작하는 거죠. 

 

"나 요즘 C본부 거 봐. 저녁 드라마... 너무 감동... 그 여주인공 아빠가 재혼을 했는데, 친구 딸이랑 했어! (스태프1 : 아니 그럼, 아빠 친구랑 결혼했다고요?) 응. 그게 뭐 어때? 가슴 따뜻하고 절절하지.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 그 남자 주인공은 산전수전 다 겪었고, 눈물 없인 못 봐. (스태프2 : 왜요?) 아빠 때문에! 그 아빠가 뻑하면 교도소에 드나들었거든. 강력범은 아니고 잡범... 그 뭐 야바위꾼, 다단계, 바람잡이 그런 거 하다가 출소를 했는데 캬... 첫사랑 신데렐라가 딱 찾아왔다. 그 여자 남편은 의사였는데 죽으니까 첫사랑 남자를 찾아와서 재혼한 거지. 그러니까 전남편 애들이랑 야바위꾼 새아버지가 데리고 온 애랑 잘 지낼 수가 있겠어? 몇 살 위 오빠인데도 욕하고 갖은 구박 다 하지. 그 애 구박당하는 거 보면서 울다 보면 저절로 영혼이 힐링되는 거 있지? 아휴... 좀 있으면 남자 주인공 출생의 비밀 나오겠더라, 품새가... 형제간 삼각관계도 있고... 기자들도 이거 가슴 따뜻해지는 착한 드라마라고 난리야. 그런 명품 드라마를 봐야 돼. 막장 드라마 보지 말고! 안 그래? (스태프1 : [떨떠름한 표정으로] 언니는 영혼이 순수해서 그런 드라마가 잘 맞나봐요..;;)

 

 

'못난이 주의보'의 내용을 자세히도 설명해 놓은 위의 대사를 보면, 칭찬하는 척 하면서 반어법적으로 후려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니, 사실은 굉장히 지독하고 신랄한 비웃음이 담겨 있죠. "아빠 친구랑 결혼하는 설정은 막장 아니냐? 형제간 삼각관계는 막장 아니냐? 그것 참 눈물겹기도 하다. 어린아이가 구박받는 거 보면서 울면 힐링 잘 되지? ㅋㅋ 출생의 비밀은 또 어떻고... 이런 것을 기자들까지 나서서 착한 드라마, 명품드라마라고 난리치는 꼴이라니 가소롭기는... 그렇게 영혼들이 순수하신가? 훗~ 난 아쉬울 것 없으니까 그 쪽의 명품 드라마를 보시지, 왜 지금도 내가 쓰는 막장 드라마를 보고 계시나? ㅋㅋ" 이렇게 코웃음치는 임성한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히 그려지더군요. 어찌 보면 "아무리 평판이 좋아도, 내가 쓰는 막장이 훨씬 재미는 있을걸!" 하고 시청률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듯하지만, 정말 자신있다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면 구차스럽게 이럴 필요도 없지 않겠어요? 

 

어떤 장르에서건 어떤 경우에건, 자기 입으로 직접 라이벌을 언급하며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진심으로 칭찬해 주는 1%를 제외하면 99%는 모두 가식적 웃음이거나 치졸한 폄하니까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 질책할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기에 되도록 삼가고 인내하며 언급하지 않는 게 옳은 일이죠. 그게 프로다운 자세이고 어른다운 태도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임성한 작가는 쇠락해가는 자신의 위상을 너무나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 듯하군요. 아무리 애써도 전성기의 필력은 되찾을 수 없고, 동료 작가들의 압박은 점점 더 거세어지고... 얼마나 초조하면 그랬을까요? 2006년 급작스런 암으로 사망한 조소혜 작가는 "병의 고통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방송 다음날 아침에 받아드는 시청률표였다"는 말을 남겼죠. 임작가의 치졸한 '못난이 주의보' 디스는 확실히 눈살 찌푸릴 행동이었지만,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을 고통을 생각하니 분노보다 연민이 앞서는 것은, 제가 미약하나마 글쓰기의 고통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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