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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다

보석비빔밥, 한혜숙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빛무리~ 2009. 9. 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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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숙은 작가 임성한의 작품에서 어머니 역으로 단골 출연하는 연기자입니
다. '인어아가씨'에서는 은예영(우희진)의 어머니로, '왕꽃선녀님'에서는 주인공 윤초원(이다해)의 어머니로, '하늘이시여'에서는 역시 주인공인 이자경(윤정희)의 어머니로 나왔었지요.

이제껏 그녀가 표현해 온 어머니는 지극한 모정이 흘러넘치는 헌신적인 어머니상이었고 동시에 기품도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비록 '인어아가씨'에서는 젊은 시절의 불륜으로 인해 남의 인생을 망쳐버린 악역이긴 했지만, 그래도 자식인 예영(우희진)에게는 더없이 자애로운 어머니였고, '왕꽃선녀님'에서는 피도 섞이지 않은 초원(이다해)을 어려서부터 지극정성으로 길렀으며 나중에 초원이 무병에 걸려 주변의 배척을 당할 때에도 늘 자식의 편에 서서 따뜻하게 감싸주던 어머니였지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하늘이시여' 에서는 젊은 주인공들보다도 어머니인 한혜숙 그녀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잃었던 기억 속에서 잃었던 딸 자경(윤정희)을 찾게 된 후, 친딸을 의붓아들과 결혼시켜 며느리로 삼으면서까지 곁에 두려 하는 어머니의 놀라운 집념은 화젯거리가 되기에 충분했지요. 이렇게 매번 자극적인 소재와 독한 대사로 인해 막장이라는 비평을 듣는 임성한의 작품 속에서도 어머니 한혜숙은 안정적으로 무게감을 유지해 주었으며 언제나 기품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석비빔밥'에서 한혜숙이 맡은 어머니는 좀 다릅니다. 악하지는 않으나 너무 철이 없어서 결과적으로 자식들의 등골을 빼먹는, 없느니만도 못한 어머니입니다. 가족들과 상의도 없이 외국인 남자에게 방을 세놓은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 큰 자식들이 4명이나 있는 50대의 어머니가 가슴확대수술을 한답시고 온 집안에 풍파를 일으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철딱서니입니다.


큰딸 비취(고나은)의 대사를 들어보면 그간 엄마 때문에 얼마나 속썩으며 살아왔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엄마, 자식이 눈앞에서 요절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제발 이젠 그만 좀 해요!" (임성한 특유의 독한 대사였지요.) 딸에게 이런 소리까지 들으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시하며, 여전히 가슴성형 수술비 600만원을 내놓으라고 딸을 다그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는 한 방울의 품위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얼핏 '하늘이시여'에서 자경의 등골을 빼먹던 계모 박해미의 캐릭터가 떠오르더군요. 물론 그렇게 독하거나 못되지는 않았지만, 친어머니이기 때문에 버릴 수도 없는 자식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큰 짐덩어리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왜 극중 한혜숙의 이름이 '피혜자' 일까요? 각각 보석의 이름을 가진 남매들은 물론이요, 아버지 궁상식(한진희) 및 서로마(박근형), 서영국(이태곤)의 이름들도 어느 정도는 캐릭터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여지는데, 가족들에게 피해만 끼치고 사는 어머니가 오히려 피해자의 이름을 가졌다는 것은 좀 이상하긴 합니다. 과연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그녀가 피해자가 되어갈 수도 있는 설정인지, 아니면 그저 피해를 주는 인물이라는 뜻으로 피혜자가 되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성한 작가는 결혼 후 예전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진 작품을 선보이고 있지요. '아현동마님'은 비록 12살 차이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구도로 인해 화제를 불러오긴 했지만 그것 외에는 별로 자극적인 설정이 없었으며, '보석비빔밥'은 그 정도의 자극조차 느낄 수 없는 무난한 분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젊은 주인공들의 사랑 역시, 주로 경제적인 생활 수준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평범한 에피소드 위주로 진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막장이라는 비판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겠으나,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며 임성한의 차기작을 기대하던 시청자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번에 그 자극의 역할을 담당한 사람은 놀랍게도 어머니 한혜숙입니다. 언제나 자식들의 뒤에서 든든한 서포팅을 해주던 그녀가 이번엔 그 자체로서 집안의 화젯거리이며 골칫거리가 되어 나타난 거예요.


한혜숙의 기품 있는 외모와 원숙한 연기력으로 표현될 철없는 엄마 '피혜자'의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질지 저는 참으로 궁금합니다. 매번 볼때마다 속터지도록 얄밉겠지만, 그러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진지하게 전개되어 갈 것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의 사랑 속에서 매회 좌충우돌하며 웃음을 담당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언제나 귀여운 법이니까요. 미세스코리아에 출전하는 꿈을 꾸는 저 모습 좀 보세요. ^^

한 작가의 작품에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연기자들이 다시 보이면 저는 식상하기보다는 오히려 반가운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작가와 연기자의 호흡이 잘 맞기 때문에 그들의 합작품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는 언제나 더욱 생생한 숨결을 느끼도록 해주거든요. 한혜숙은 이제 임성한 작가의 페르소나가 되어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젊은 여주인공은 매 작품마다 바뀌었지만, 세월이 흘러도 임성한의 작품에서 한혜숙의 자리는 변함이 없고 이젠 더욱더 그 파워가 강력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인어아가씨'에서 한혜숙의 남편으로 출연했던 박근형이 이번에는 바깥사돈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하늘이시여'에서 시어머니로 나오셨던 정혜선씨는 친정어머니로 둔갑하셨고, 의붓아들로 나왔던 이태곤은 사위가 될 예정이죠. 이렇게 든든한 가족(?)들의 서포팅을 받으며 연기 변신에 도전하는 한혜숙이 '보석비빔밥'에서 주인공인 보석들보다 더 빛나는 어머니가 되어 주기를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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