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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속 멜로에 이토록 설레어 본 적이, 작품 속 캐릭터에 이렇게나 푹 빠져 본 적이 언제였을까요? 어쩌면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싶을 만큼 강렬하게, 깊이 몰입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웬만해서는 이러지 않는데, 벌써 3주째나 리뷰 타이틀에 박수하(이종석)의 이름을 올려놓고 있군요. 오늘까지 제가 발행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 리뷰는 총 6편인데, 그 중 무려 4편의 주인공이 박수하라니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지경입니다. 작가의 의도가 원래부터 이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차관우(윤상현)의 포지션은 상당히 어정쩡해지고 말았네요. 여주인공 장혜성(이보영)과 나이도 엇비슷하고 차관우 캐릭터도 상당히 매력적이라서 처음에는 그 쪽이 남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한참 어린 박수하에게 이렇..
장혜성(이보영)의 어머니 어춘심(김해숙)을 처참히 살해한 민준국(정웅인)은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아 풀려났습니다. 그의 무죄 석방에는 유능한 변호사 차관우(윤상현)가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죠. 이렇게 장혜성은 어머니를 잃고, 연인에게 배신당했습니다. 변호사로서의 장혜성은 차관우의 입장을 이해하겠지만, 인간으로서의 장혜성은 그를 용서할 수 없거든요. 그리고 사랑은 변호사와 변호사가 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하는 거거든요. 이 부분에서 한동안 몹시 헛갈리고 판단하기 어려웠는데, 한 동료 블로거분이 쓰신 글을 읽고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간의 도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믿어주는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는 것이다. 하지만 차관우는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믿지..
어춘심(김해숙) 아줌마가 죽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너무 끔찍하고 억울하고 슬픈 일이라, 저는 설마 아닐거야, 아닐거야... 계속 되뇌이고 있었지요. 아무리 드라마 속의 일이라지만 그래도 정말 믿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민준국(정웅인), 이 나쁜 놈, 천벌을 받을 놈은 스패너로 춘심 아줌마의 머리를 때리고 손발을 테이프로 묶은 뒤 가게에 불을 질러 처참히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선량하고 따뜻하고 용감하고 정의롭던 우리의 국민엄마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혹시 딸이 복수심에 사로잡혀 불행해질까봐 "사람 미워하느라 네 인생 낭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그렇게 떠났습니다. 자기에게 그토록 잘해주던 아줌마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칠 때, 그 놈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차 있었을까요? 이제 민준국의 과거에 그..
무려 6회가 지나도록 초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스릴 넘치는 전개를 이어가고 있으니,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하 '너목들')는 점점 더 명작의 향기가 짙어지는 듯합니다. 무거운 주제를 표현함에 가벼운 코믹과 멜로를 섞어 받아들이기 쉽게 하는 기법이 과하지 않고 적정선을 지켰기에 매우 훌륭하다 생각되고요. 매력적인 인물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서로 어울림마저 좋다 보니 그 달달함에 빠져들기 십상인데, 그러다가 느슨해질만하면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보임으로써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합니다. 그러니 한시도 쫄깃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고 지루해질 틈이 없군요. 흐름의 강약을 조절하는 작가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요. 저는 이 작품을 계기로 지금껏 주목하지 않았던 박혜련 작가의 이름을..
드라마 '너목들'의 여주인공 장혜성(이보영)은 사실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 외에는 매우 평범한 인물로서 특별한 장점을 찾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히려 평범 이하의 부족한 인물이라고 해야겠군요. 워낙 까칠한 성격으로 마음을 닫고 살기 때문에 친구도 거의 없죠. 때로는 괜한 심통을 부리다가 겪지 않아도 좋을 험한 꼴을 당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공을 좀 던져 달라는데 일부러 다른 쪽으로 걷어차서 혈기방장한 남학생들의 화를 돋구었던 것도 아무 이유 없이 심통을 부린 거였으니까요. 어두운 밤길에서 세 명의 남학생에게 둘러싸였을 때, 박수하(이종석)가 나타나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그 괜한 심통 때문에 신세 망칠 뻔하지 않았습니까? 국선변호사 면접시험장에서 차관우(윤상현)와 처음 만났을 때도 장..
사실 이것은 가난한 고아소녀가 우연히 재벌2세를 만나 사랑받고 결혼하게 되는 신데렐라 이야기보다도 훨씬 허황되고 실현 가능성 없는 이야기입니다. 눈빛만 보면 타인의 생각을 듣게 되는 초능력이라니, 그런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세상엔 아이큐가 200인 사람도 있고 100미터를 9초대에 뛰는 사람도 있어.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괴물은 아니잖아!" 소년 박수하(이종석)는 이렇게 말했지만 (그래, 물론 괴물은 아니지만) 그가 지닌 초능력은 결코 현실 속에 존재할 수 없기에, 이것은 극명한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흔히 말하는 독심술(讀心術)은 "상대편의 몸가짐이나 얼굴 표정, 얼굴 근육의 움직임 따위로 속마음을 알아내는 기술"을 의미하는 사전적 용어일 뿐, 박수하가 지닌 선천적 초능력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
이 시대 학교의 암울한 현실을 제법 실감나게 그려냈던 드라마 '학교 2013'이 해피엔딩의 막을 내렸습니다. 약간의 작위적인 느낌은 있었지만 그쯤은 탓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훈훈하고 아름다운 결말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지만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는 얼마나 큰 삶의 힘이 될 수 있는지, 굳게 닫았던 입을 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 우리는 얼마나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이 드라마는 새삼 절실히 깨닫도록 해 주었군요. 그 깨달음만으로도 가슴 한 구석이 따스해지니, 생각하면 눈물나도록 고마운 작품이었습니다. 아무리 어두운 세상이라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은 있고, 이기심으로 팽배한 세상 속에도 여전히 사랑과 우정은 존재한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또한 가르쳐 주었습니다. 메..
앞으로 김병욱 시트콤을 감상할 때는 매회마다 리뷰를 올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매번 리뷰를 쓰다 보니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부작용이 있군요. 첫째는 너무 '하이킥'에만 빠져들어서 다른 글을 쓰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갈수록 스텐레스김의 손바닥 위에서 농락당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떡밥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그의 어장에 노는 물고기로서 받아먹지 않기에는 떡밥들이 너무나 크고 먹음직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떡밥이라도 애써 던져주는데 매몰차게 외면하자니 좀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허구헌날 판단과 예측이 바뀌며 횡설수설하게 되는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원래 고집이 상당히 세고 초지일관하는 편인데, 이러면서 스타일도 무너지고 자존심도 구겨집니다...
그러잖아도 갈 길이 바쁜데 95~96회에서 별 의미 없는 에피소드를 끼워넣으며 주춤거리는 것을 보고 저는 몹시 황당했습니다. 무심히 보는 프로그램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겠지만, '하이킥'에는 각별한 애정을 지닌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특히 95회에서는 윤계상의 과거 에피소드가 나온다 해서 무척 기대가 컸고, 게다가 최다니엘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하니 잔뜩 설레며 기다렸었죠. 어쩌면 과거 윤계상이 명인대학 병원에서 쫓겨난 이유가 밝혀진, 그 완벽했던 24회보다도 퀄리티가 더욱 높을 거라 기대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뜻밖의 유치함과 허망함으로 뒤통수를 칠 수 있을까요..;;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리고 학교로 돌아갈 만큼 김지원을 향한 짝사랑에 올인하는 안종석(이종석)의 순수함 때문에 허..
저는 언제나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 커플의 해피엔딩을 확신했지만, 그래도 결혼은 엔딩 무렵이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했습니다. 워낙 속도가 느려서 말이죠. 그런데 박하선이 마음을 열자마자, 언제 머뭇거렸냐는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지금의 연애전선을 보면, 의외로 결혼이 빨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게다가 애써 주변에 숨긴다고 숨기는데, 둘 다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교무실에 마주 앉아 티나게 띵동띵동 문자를 주고받고... 수시로 둘이 눈 마주치며 웃고... 하물며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된 시상식장에서 보란듯이 수신호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이러면서 남들이 눈치 못 채길 바랍니까?;; 제가 보기에 이건 차라리 동네방네 광고하는 수준이에요. 동굴 속에서 데이트하며 시시덕거리는 모습이 양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