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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보영의 인생이 바뀌던 순간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보영의 인생이 바뀌던 순간

빛무리~ 2013. 6. 1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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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너목들'의 여주인공 장혜성(이보영)은 사실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 외에는 매우 평범한 인물로서 특별한 장점을 찾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히려 평범 이하의 부족한 인물이라고 해야겠군요. 워낙 까칠한 성격으로 마음을 닫고 살기 때문에 친구도 거의 없죠. 때로는 괜한 심통을 부리다가 겪지 않아도 좋을 험한 꼴을 당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공을 좀 던져 달라는데 일부러 다른 쪽으로 걷어차서 혈기방장한 남학생들의 화를 돋구었던 것도 아무 이유 없이 심통을 부린 거였으니까요. 어두운 밤길에서 세 명의 남학생에게 둘러싸였을 때, 박수하(이종석)가 나타나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그 괜한 심통 때문에 신세 망칠 뻔하지 않았습니까?

 

국선변호사 면접시험장에서 차관우(윤상현)와 처음 만났을 때도 장혜성은 보기 드물 정도의 싹수없는 성품을 드러냈습니다. 사람이 말을 거는데 차갑게 묵살하는 건방짐은 기본이요, 상대가 요점정리 노트를 빌려주겠다고 했을 때 자기는 기본실력으로 충분하니 필요없다고 거절함으로써 오만함을 추가했고, 면접 장소를 잘못 알았다는 사실을 깨달아 뒤늦게 시험장에 도착했을 때는 뜻밖에도 수많은 경쟁자를 보고 안색을 싹 바꾸며 차관우에게 '아까 그 노트 좀 빨리 내놓으라고' 마치 빌려준 물건 되찾듯이 재촉함으로써 뻔뻔함까지 선보였죠. 온 집안을 아수라장처럼 해놓고 사는 걸 보니 부지런한 성품도 아닌 듯하고, 매사에 무기력하며 그 어떤 일에도 열정적으로 임하지 않습니다.

 

 

변호사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굳이 신상덕(윤주상) 변호사의 평가를 빌리지 않더라도, 변호사 장혜성에게서 특별한 장점을 찾을 수 없다는 건 모든 시청자가 알고 있는 부분이에요. 신상덕은 모처럼 장혜성을 칭찬하며 "너는 피고인이 거짓말을 하는지 참말을 하는지를 알아보는 눈이 있어!"라고 흐뭇해했지만, 사실 그 능력은 100% 박수하의 것이니까요. "그것 말고 다른 장점은요?" 장혜성은 일말의 기대를 품고 물었지만 "없어. 그게 전부야!"라는 매정한 답변을 들어야 했습니다.

 

누명 쓴 여고생 고성빈(김가은)의 무죄를 밝혀냄으로써 담당 변호사 장혜성은 첫 재판부터 자자한 명성(?)을 떨치게 되었지만, 사실상 그 승리는 전적으로 남들의 도움에 기대서 이룬 것이었죠. 사건 장소를 직접 방문하여 증거를 찾아냈던 차관우의 열정도, 어린 증인을 위증죄의 공포에서 구해냈던 신상덕의 해박함도, 장혜성은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신상덕의 문자를 받고도 장혜성은 '형사소송법 159조'의 내용이 뭔지조차 기억 못했고, 허술한 준비 자세로 법전조차 가져가지 않아서 판사에게 법전을 빌려야만 했습니다.

 

 

장혜성 변호사는 열정도 없고 성실함도 없고, 피고인이나 증인에게 몹시 불친절합니다. 자기 성격대로 틱틱거리기만 할 뿐, 한 번도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거나 자발적으로 믿어주는 법이 없더군요. 박수하가 나서기 전까지 그녀는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성빈의 말을 내내 묵살했고, 성빈이가 왕따 사건의 피해자 문동희(김수연)에게 사과하며 화해 모드가 조성되었을 때도, 혜성은 울고 있는 동희에게 차가운 어조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떡할래? 이제 네 손에 돌멩이가 쥐어졌는데, 너도 성빈이처럼 개구리를 죽일 거야?" 아, 그 순간 저는 짜증이 확 치밀어 오를 지경이었습니다. 두 소녀의 화해 모드가 꽤나 감동적이어서 마음이 촉촉해져 있었는데, 눈치없이 마냥 다그치며 결정을 재촉하는 혜성의 태도라니, 만약 제가 동희라면 증언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싹 달아날 것 같더라고요.

 

공부 하나 조금 잘한 것 말고는 거의 갖춘 게 없는, 장혜성은 내면과 외면이 모두 부족하고 솔직히 별 매력도 없는 캐릭터입니다. 이보영이 워낙 예쁜 데다가 너무 귀엽게 연기를 하고 있으니 캐릭터의 단점들까지 모두 커버되어 보면 볼수록 장혜성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사실상 장혜성의 본 모습은 그 자리에 예쁘지도 귀엽지도 않은 여자를 대입시켜 상상해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홈페이지의 캐릭터 소개에도 장혜성이 꽃미모를 자랑한다거나 애교가 많다는 설정은 없거든요. 지극히 평범한 외모에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성격, 언제나 틱틱거리는 오만한 태도로 주변에 사람이 머물 수 없게 하는 여자 변호사... 그게 바로 장혜성의 실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 원래대로라면 장혜성은 굉장히 인덕이 없는 캐릭터로, 재판정에 설 때 역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매번 자신의 부족함만 고스란히 드러내며 패소를 거듭할 운명이었어요.

 

 

그런데 현재 그녀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장혜성이 사건을 맡았다 하면 함께 근무하는 국선변호사 동료들은 마치 자기 일처럼 소매 걷어부치고 나서서 도와주고 있지요. 혜성을 돕기 위해 자기 일도 아닌데 고등학생 분장까지 하면서 학교에 침투하여 바닥을 기어다니며 담배꽁초 증거자료를 수집했던 차관우는 앞으로도 그런 의리(?)를 쭈욱 베풀어 주리라 예상되는 바이고요. 마치 안 도와줄 것처럼 외면하다가 결정적 순간에 문자 한 방을 날려 승리의 선물을 안겨주었던 신상덕 선배의 호의 역시 계속될 것입니다. 특히 핑크빛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차관우와의 관계는 단순한 동료애와 의리를 넘어 사랑으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이는군요. 이건 그야말로 넝쿨째 굴러온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차관우라는 남자의 내면에서 샘물처럼 솟구치는 뜨거운 열정은 남극의 사막과도 같던 장혜성의 내면까지 촉촉하고 따스하게 적셔줄 테니까요.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은 장혜성이 박수하라는 천사를 만나면서 비롯되었습니다. 수하를 만나지 못했다면, 사람의 마음을 읽는 그 신비한 능력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혜성은 절대 성빈의 무죄를 믿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열정적으로 변호에 임하지도 않았겠죠. 처음부터 끝까지 차디찬 무관심과 무성의함으로 일관했을 것이고, 혜성이 그런 모습을 보였다면 차관우와 심상덕은 결코 그녀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차관우는 이 시대의 성자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선량하고 마음 넓은 사람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약자를 돕지 않고 이기적으로 구는 인간에게는 더욱 못마땅한 감정을 지닐 수 있거든요. 장혜성의 첫 재판을 뒷자리에서 실쭉한 표정으로 지켜보며, 그녀가 새침한 태도로 변호를 포기하고 유죄를 인정할 거라 상상하던 그 모습을 떠올려 볼 때, 만약 혜성이 성빈이의 억울함을 끝내 외면했다면 차관우와의 관계도 원만치 못했을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신상덕 변호사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미 노년에 접어든 원로로서 까마득한 후배들을 상대할 때 그에게는 한 가지의 철칙이 있으니, 마음속으로 인정하고 아끼는 녀석에게는 편하게 말을 놓지만, 싹수가 노랗다 싶은 한심한 녀석에게는 정중히 예를 갖추고 존대를 하는 것입니다. 너와는 가까워질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뚜렷한 선을 긋는 셈이니, 언뜻 온화해 보이는 이 노인네도 사실은 한 성격 하는 인물임을 알 수 있지요. 최근 새로 부임한 두 명의 후배를 맞이할 때도 차관우와 장혜성을 대하는 신상덕의 태도는 전혀 달랐습니다. 차관우와는 처음 만났어도 10년을 함께 근무한 듯한 친근함을 보였지만, 장혜성과는 앞으로 10년을 함께 근무한다 해도 처음 만난 사이처럼 깍듯한 예를 차릴 듯한 기세였거든요. 만일 박수하라는 존재가 때맞춰 혜성의 곁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볼수록 수하는 혜성의 수호천사입니다. 그는 혜성의 신변에 위험이 닥치지 않도록 지키는 보디가드이고, 신비한 능력을 발휘하여 그녀의 직장 업무를 돕는 조력자이며, 외로운 그녀에게 평생의 좋은 짝을 만나게 해 줄 오작교입니다. 러브라인이 어느 쪽으로 진행될지가 3회까지는 불분명했지만, 장혜성이 차관우에게 홀딱 반하는 듯한 장면이 4회에 방송되면서 어느 정도는 가닥이 잡힌 느낌이거든요. 그녀를 10년 동안 찾아 헤맨 박수하의 애틋한 첫사랑이 좀 걸리긴 하지만, 갈수록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여자 피터팬과 남자 팅커벨처럼 느껴질 뿐 남녀 사이의 두근거림은 점차로 실종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제 기억에, 팅커벨은 피터팬을 사랑했지만 피터팬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웬디를 사랑했죠. 웬디의 포지션에 차관우가 들어가면 더욱 비슷할 듯 싶군요^^) 폭탄이라도 맞은 듯 어지러운 혜성의 집과 그 못지않게 지저분하고 게으른 혜성의 생활 태도를 보며, 수하의 마음속에 가득했던 첫사랑의 환상이 와장창 깨지는 장면은 추후 관우와의 러브라인을 위한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혜성이 갑자기 왜 관우에게 반했을까 생각해 봤는데, 청각장애 피고인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법정에서 수화까지 하며 열정적으로 변호하던 차관우의 재판을 지켜보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스스로도 인식 못하는 사이에 그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던 거죠. 실속없이 사람만 좋고 어리버리한 줄 알았던 차관우의 변론은 뜻밖에 알찬 내용과 확신에 찬 어조로 나무랄 데 없이 완벽했습니다. 더욱이 시종일관 거짓말을 늘어놓아 자신을 난처하게 했던 피고인을 원망하지도 않고, 끝까지 피고인의 입장에 서서 그의 마음을 이해하며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려 하는 차관우의 진심이 그 변론 속에 가득했으니, 무방비 상태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혜성이 뒤통수를 맞은 듯 넘어가고 만 것도 무리는 아니네요..^^

 

하지만 장혜성이 차관우의 품에 안긴다 해도, 박수하는 그녀의 영원한 수호천사로 남을 것입니다. 그녀에게 위험이 닥치면 여전히 자기 목숨을 걸고 구해줄 것이며, 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일도 계속 도와주겠지요. 아련한 그리움으로 간직한 첫사랑의 뮤즈는 더 이상 아니라도, 변함없이 그녀는 어린 박수하를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요 아버지의 억울한 영혼까지 달래준 고마운 사람이니까요.

 

 

그러니 자칫 평생 외롭게 지낼 뻔했던 장혜성의 인생이 180도 바뀐 것은, 10년 전의 재판정에서 민준국(정웅인)의 유죄를 증언하던 그 순간부터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바록 그 자리에 출두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라이벌 서도연(이다희)과의 신경전 때문이었지만, 엉겁결에 재판정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다 해도 얼마든지 증언을 피할 수는 있었거든요. 방을 잘못 찾았다는 듯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다시 나와 문을 닫아버릴 수도 있었던 일입니다. 만약 그랬더라면 지난 10년 동안 민준국의 충혈된 눈빛을 떠올리며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민준국이 출소한 현재 생명의 위협을 받을 일도 없었겠죠.

 

운명의 기로에 섰던 그 순간, 혜성의 마음속에서는 두려움과 용기가 격렬히 싸우고 있엇습니다. 그리고... 끝내 용기가 승리했죠. 그 순간의 선택이 장혜성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녀의 용기는 어린 박수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은혜를 입혔고, 그 순간부터 초능력 소년 박수하는 장혜성의 수호천사가 되었으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니 순간의 작은 용기만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 사는 이 세상은 생각보다 신비롭고 따뜻한 곳인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는 기적이 존재함을 믿고 알기에, 결정적 순간이 오면 작은 용기를 낼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평범보다도 부족했던 그녀 장혜성에게 찾아온 기적이, 저에게도 찾아올 것을 굳게 믿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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