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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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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한 명의 시청자였을 뿐이지만 '런닝맨'에 대한 나의 감정이 특별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재작년 여름, 나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수시로 몰려드는 안좋은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아무 생각없이 그냥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지나간 예능 프로그램들을 찾아서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런닝맨'에 꽂히고 말았다. 훈훈한 감동이나 아름다운 경치 따위는 원치 않았다. 그냥 떠들썩하고 유쾌하고 자극적인 볼거리가 필요했는데 '런닝맨'이 정말 딱이었다. 게다가 2010년부터 무려 10년째나 지속되고 있는 장수예능이라 봐도 봐도 끝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그렇게 '런닝맨'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던 나의 우울감을 극복하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좋은 치료제가 ..
'괜찮아 사랑이야' 최종회에 관해서는 별로 길게 쓸 말이 없다. 15회 말에 장재열(조인성)이 자기의 분신과도 같았던 한강우(디오)를 떠나보내면서 이 작품의 결론은 이미 내려졌기 때문이다. 16회는 "그래서 모두 행복하게 오래 오래 잘 살았답니다" 하는 식의 에필로그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나 따스한 행복감을 주었던 이 드라마를 떠나보내기 위해서는 일종의 마침표를 찍는 예의가 필요할 것 같아서 아주 간단히 최종회의 리뷰를 쓴다. 지해수(공효진)의 엄마는 장재열의 정신분열증 때문에 두 사람의 결합을 극구 반대하고, 재열은 해수를 설득하여 유학을 보낸다. 하지만 그 후 1년 동안 꾸준히 병을 치료받은 재열은 완치 단계에 이르고, 해수가 유학에서 돌아오자 그들은 축복 속에 결혼을 ..
장재열(조인성)의 정신분열증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났다. 조동민(성동일)과 이영진(진경)은 정신과 의사로서 객관적 판단과 차분한 결단력을 보였다. 그들 역시 장재열과의 친분이 있었기에 충격을 면할 수는 없었지만, 가족이나 연인처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에 한 발 물러서서 침착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장재열의 죽마고우인 양태용(태항호)은 지극히 친구다운 태도를 보였고, 재열 모(차화연)는 지극히 엄마다운 태도를 보였다. 너무나 슬프고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에 차츰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을 찾아갔다. 투렛 증후군으로 오래 고통받은 박수광(이광수)은 아파 본 사람으로서 깊은 연민을 느끼며 장재열의 곁을 지키고, 동생에게 복수심을 품고 있던 장재범(양익준)은 무표정..
'괜찮아 사랑이야' 7회가 방송된 후 다수 시청자의 반응을 보면 서로 사랑하면서도 평생 끝없이 상처를 주고받는 이상한 형제, 장재열(조인성)과 장재범(양익준)의 처절한 스토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나는 그들 형제의 모습에 서늘한 두려움을 느꼈을 뿐, 공감이나 감동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장재범이 주사한 액체는 수액에 불과했기 때문에 장재열은 정신이 멀쩡한 상태였고 육체적으로도 충분히 형을 제압할 힘이 있었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형의 가혹한 주먹질과 발길질을 고스란히 당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폭행 장면을 실제로 목격할 때보다 영상을 통해 접할 때 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는데, 가족간의 일방적 폭행과 무력한 피해자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끔찍하고 괴로운 일이었다. 난장판이 된 폭행 현장을 목..
요즘 끝없이 새롭게 발전하는 '런닝맨'을 보면 정말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런닝맨' 이라는 제목으로 꾸며진 이번 주의 방송 역시 신선한 아이디어로 가득했지요. 최종 미션인 비밀의 문 열쇠를 얻기 위해 멤버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수많은 보물상자를 열어 보았는데, 그 안에는 각종 기상천외한 아이템이 들어있어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케이크를 먹으면 이름표가 커지거나 줄어들고, 빨간 하이힐이 나오면 남자들도 10분 동안 그것을 신고 다녀야 하는 등, 보물상자에는 주로 미션 수행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들이 숨겨져 있었죠. 뚜껑을 열면 무조건 착용하고 수행해야만 하는 거였습니다. 이광수를 위해 마련된 '램프의 요정 지니'는 그 중에도 압권이었습니다. 토끼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동굴에 놓여 ..
2012년 들어서 한가인은 무척 바쁩니다. '해를 품은 달'이 끝난 후에도 영화 '건축학개론'의 홍보차 여기저기 인터뷰나 예능 출연에 임하고 있지요. 어느 인터넷 신문사에서는 '건축학개론'에서 보여지는 한가인의 연기가 '해를 품은 달'에서보다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선전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건축학개론'의 촬영이 '해를 품은 달'보다 먼저 이루어졌음을 생각할 때, 연기가 발전했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음을 누구나 알 수 있으니, 그 억지스런 몸부림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 한가인이 이번 주에는 '런닝맨'의 단독 게스트로 출연을 했습니다. 런닝맨에서는 '연우아씨' 한가인을 맞이하여 특별히 그녀만을 위한 '첫사랑 찾기' 프로젝트를 마련했더군요. 물론 평소에도 어느 정..
국내외적 인기가 날로 높아져 가면서 '런닝맨'의 퀄리티도 점점 더 높아져 갑니다. 제작진이 그야말로 신명나서 즐겁게 일하고 있는 듯, 게스트 섭외라든가 새로운 게임 발명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가 여실히 느껴지는군요. 예전에는 '방울 숨바꼭질' 등의 괜찮은 게임 아이템이 한 번 잡히면 죽어라 그 효능이 떨어질 때까지 우려먹으려는 듯한 안일한 느낌도 있었는데, 이제는 매주마다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니 정말 신기하고 날마다 기대감도 커집니다. 그런데 너무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탓일까요? 조금씩 부작용이 드러나며, 저같이 둔하고 허술한 사람의 눈에도 작위적인 수법이 뻔히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제가 드라마 분석에는 약간 요령이 있지만 워낙 눈치가 없는 편이라 예능의 속임수는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하는 편인데..
학창시절, 춘원 이광수의 '단종애사(端宗哀史)'를 읽으며 눈물을 펑펑 흘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냉혈한 숙부에 의해 끝내 죽임을 당해야 했던 비운의 임금 단종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어린 주군을 지키려 했던 사육신을 비롯한 충신들의 애절한 이야기는 조선 역사 중 가장 슬프면서도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금계필담(金溪筆談)이라는 야사의 일부 내용과 작가의 상상을 보태어 만들어진 이야기군요. 1~2회의 느낌은 아주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제 맘에 꼭 드는 드라마가 없었는데, 이제 '공남' 덕분에 갈증이 좀 풀릴 것도 같습니다. 특히 남주인공 김승유는 '선덕여왕'의 비담 이후로 사극 속의 가장 비극적인 히어로가 될 ..
요즘 '런닝맨'을 보면 유재석 외의 다른 사람은 거의 보이질 않습니다. 하긴 출발할 때부터도 그런 경향이 짙기는 했지만, 한창 화제가 되었던 송지효와 개리의 월요커플도 시들해지고, 김종국의 활약도 예전같지 않은 지금은 완전히 유재석의, 유재석에 의한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하지만 유재석을 위한 프로그램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걸까요? 우선 송지효. '불량지효', '송지욕' 컨셉이 제대로 먹혀들었을 당시부터 그녀는 명실상부한 '런닝맨'의 여신이며 보배이며 에이스였습니다. 주연급 여배우로서 멤버들 중 홍일점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대접받기는 커녕 끝없이 놀림감이 되고 홀대(?)를 당했지요. 하지만 송지효는 전혀 끄덕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
보라매 안전체험관에서 열린 지난 주 '런닝맨' 최고의 영웅은 바로 송지효였습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조금씩 더 깊이 예능에 젖어들며 자기의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는 송지효는 이제 거의 '패밀리가 떴다' 에서 보여주던 이효리의 존재감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효리가 독한 여왕의 이미지였다면, 송지효는 순하고 착한 구박덩이면서도 악바리같은 캐릭터라서, 인기의 폭발력은 이효리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비교적 안티를 끌어모을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있지요. '런닝맨'의 시청자들은 대부분 그녀에게 호감을 느낄 뿐, 밉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녀에게 쏟아졌던 관심들과 달리 저는 별로 희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예능감이 결코 이효리에 비할 바는 못된다고 느꼈기 때문에,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