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애정촌 (6)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짝 애정촌'의 촬영 일정 중 숙소 화장실에서 자살한 일반인 여성 출연자의 유서 내용 일부가 공개되었다. 사랑했던 사람들과 부모님에게 미안하다는 내용, 그 동안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버라이어티한 자신의 인생을 이쯤에서 끝내고 싶다는 내용, 그리고 애정촌에 와 있는 동안 제작진에게 많은 배려를 받아서 고마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자세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애정촌에서 만난 사람 중 호감가는 남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언급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유서의 내용을 보면 사망의 이유는 원래부터 갖고 있던 고통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며, 애정촌에서의 생활은 이제껏 방송으로 공개되었던 다른 기수 출연자들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성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단기간에 최대치로..
2011년 초에 '짝 애정촌'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갈 거라고는 예상 못했었다.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던 까닭이다. 한창 짝을 찾고 싶어하는 남녀들이 한정된(거의 밀폐된?) 공간에 모여서 6박7일 동안이나 숙식을 함께 하는 것은, 인간 내부에 잠재하고 있는 동물적 본능이 최고조로 격발되기에 충분한 환경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이름마저 떼어내고 '남자1호', '여자2호'라고 부르게 하는 것은,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이성을 억제하고 최대한 수컷과 암컷으로서의 감정과 본능에만 충실하라는 노골적 요구처럼 느껴졌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특히 남녀간의 감정이란 얼마나 원색적이고 치열한가?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마치 시한폭탄처럼 크나..
평소 일반인이 출연할 때는 안 보는 프로그램인데, 명절 때마다 연예인을 불러모아 '스타 애정촌'을 만들면 가끔씩 채널을 고정하곤 한다. 아주 오래 전에 즐겨 보던 '강호동의 천생연분' 이라든가 '연애편지', '산장미팅' 등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차피 진짜로 좋아하거나 커플이 되는 건 아니지만, 다 알면서도 왠지 기분 좋은 설렘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그 추억에 다시 한 번 빠져들고 싶은 모양이다. 지금은 '우리 결혼했어요'가 그와 비슷한 컨셉으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더 이상 예전같은 설렘은 느낄 수 없다. 그건 물론 '스타 애정촌'도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올해 추석에도 시청하게 되었다. 남자 1호 가수 이지훈은 이와 같은 미팅 프로그램의 최고참이라 할 수..
일본에서 촬영된 '짝' 애정촌 특집을 보면서 몇 차례나 쓴웃음을 지었던 이유는, 남자2호 때문이라기보다 그에게 대책없이 끌리는 여자들 때문이었습니다. 굳이 '나쁜 남자'라는 것을 숨기려 하지도 않고 오히려 자랑하듯 드러내는 그에게서는 얼핏 연예인의 향기가 느껴지더군요. 대략 10년 전, "난 나쁜 남자야~"를 외치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비(정지훈)...에게 견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연극영화학과 출신답게 능란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어느 정도는 이성에게 어필하는 효과를 얻어낸 듯합니다. 그의 롤모델은 배우 최민수라는데, 껍데기와 분위기만 어설프게 흉내냈을 뿐 실제로 비슷한 부분은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최민수에겐 '터프가이'의 이미지는 있지만 '바람둥이'라든가 '나쁜 남자'의 이미지는 없거든요...
'짝' 농어촌 특집의 결말은 예상보다 매우 실망스럽고 허무했습니다. 남녀 모두 지나치게 특정한 사람에게만 일방적인 관심을 쏟는 경향을 보였고, 다들 자기 마음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다 보니 오히려 불협화음이 잦았으며 고르게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모두들 너무 솔직하고 순수해서 벌어진 부작용이었죠. 이성의 관심을 독차지한 남자7호와 여자4호는 누구라도 호감을 가질만하다 싶을 만큼 세련된 외모와 우아한 기품을 지니고 있었지요. 특히 여자들은 일제히 스타에게 열광하는 여중생들처럼 남자7호에게 '칠간지'라는 별명까지 붙여주고 열광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제가 그 동안 '짝'을 열심히 챙겨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쏠림 현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경우는 처음이었던 듯 싶군요. 자연히 커플 결성률은 매우 ..
모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짝' 애정촌을 시청했습니다. 다른 때는 조금만 보면 금세 마음이 불편해져서 채널을 돌리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끝까지 보았습니다. 이렇게 투명한 사람들을 TV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어요. 솔직히 다른 회차에서는 약간 다른 목적을 가지고 방송에 출연한 듯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꾸밈없는 인간미를 가득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때로는 순수한 사람들이 바보 취급을 받는 세상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순수함에서 배어나오는 매력이 더욱 치명적이라는 것을, 이 농어촌 총각들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이 사람들을 아주 평범한 농어촌 총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자기 소개를 듣자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