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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스타 애정촌' 손진영의 첫사랑 언급, 그 치명적 실수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짝 스타 애정촌' 손진영의 첫사랑 언급, 그 치명적 실수

빛무리~ 2013. 9. 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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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일반인이 출연할 때는 안 보는 프로그램인데, 명절 때마다 연예인을 불러모아 '스타 애정촌'을 만들면 가끔씩 채널을 고정하곤 한다. 아주 오래 전에 즐겨 보던 '강호동의 천생연분' 이라든가 '연애편지', '산장미팅' 등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차피 진짜로 좋아하거나 커플이 되는 건 아니지만, 다 알면서도 왠지 기분 좋은 설렘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그 추억에 다시 한 번 빠져들고 싶은 모양이다. 지금은 '우리 결혼했어요'가 그와 비슷한 컨셉으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더 이상 예전같은 설렘은 느낄 수 없다. 그건 물론 '스타 애정촌'도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올해 추석에도 시청하게 되었다.

 

남자 1호 가수 이지훈은 이와 같은 미팅 프로그램의 최고참이라 할 수 있다. 2003년 경에 방송되었던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에서 이지훈은 대략 1년 동안이나 장기 출연을 하며 단 한 번도 탈락해 본 적 없는 산장의 전설이었다. 그리고 남자 6호 앤디는 '우리 결혼했어요' 초창기에 솔비와 가상 부부가 되어, 최고의 신랑감으로서 선풍적 인기와 화제를 몰고 다녔던 경력이 있다. 어쩌면 이 두 남자가 최종 커플 맺기에 성공할 것은 처음부터 정해진 결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여자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지, 그 요령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 3호 주아성과 남자 5호 조정식은 시종일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였다. 주아성은 자기 소개를 할 때 '스타 애정촌'이라는 단어로 5행시를 지어 발표했는데,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것 같다. 멋들어진 작문 실력으로 매력을 뽐내기는 커녕 그 내용이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했을 뿐만 아니라, 남자들에게는 박력있다며 갈채 받아도 여자들에게는 무대포처럼 보일 수 있는 자충수룰 두었기 때문이다. "스타 애정촌, 저도 참 좋아하는 프로인데요, 타인에게 늘 사랑받고 싶어하는 어린애같은 순수함이 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정신으로 임하겠습니다. 촌스럽지만 사람 냄새나는 남자 3호였습니다!" 이건 참 다시 봐도 민망하고 오글거린다. 특히 "에라 모르겠다, 정신으로 임하겠습니다!"는 군대에서 훈련받을 때나 하는 말 아닌가?;; 

 

같은 여성의 눈으로 볼 때 5명의 여성 출연자는 제각각 다른 매력이 있었는데, 결과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란 무조건 어리고, 예쁘고, 귀엽고, 밝은 성격이면 최고였다. 도시락 미션에서 남자 4명의 선택을 받고 이지훈과 최종 커플이 된 여자 3호 김예원은 가장 어린 25살의 막내였고, 아이돌 걸그룹 멤버답게 상큼 발랄하며 귀여웠다. 최종 선택에서 남자 4명의 꽃을 받고 앤디와 커플이 된 여자 1호 사희는 가장 늘씬하고 화려한 외모와 밝은 성격이 돋보였다. 이 두 사람을 제외한 세 명의 여자들은 시종일관 남자들로부터 외면당했는데, 여자 2호 최은주는 예쁘지만 나이가 많았고, 여자 4호 노희지는 상대적으로 외모가 출중하지 못한 편이었으며, 여자 5호 남경민은 우수어린 눈빛이 매력적이지만 약간 어두운 분위기가 풍겼다. 시간이 좀 더 많았더라면 그녀들도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었겠지만, 짧은 시간 속에서 남자들의 마음은 정해진 공식대로 흘러갈 뿐이었다.

 

전체 출연자를 통틀어 가장 눈에 띈 사람은 '진짜 사나이'에서 구멍 병사로 한창 활약중인 남자 2호 손진영이었다. 그의 '스타 애정촌' 출연은 매우 뜻밖의 선택이어서 궁금증 때문에 일부러 시청했던 것도 좀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그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어서 좋았다. '위대한 탄생'에서도 '빛과 그림자'에서도 '진짜 사나이'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손진영의 짙은 내면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감동이었다. 하지만 손진영은 여자들 앞에서 아주 치명적이고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남자들의 경우보다야 못하겠지만, 여자들에게도 상대방의 첫인상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자기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든 자신의 장점과 매력을 어필해야 할 뿐 아니라,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상대로 하여금 자기를 선택하려는 마음이 생기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손진영은 잘못된 판단을 했다. 한 여자를 오랫동안 뜨겁게 사랑했던 과거가 자신의 성실하고 진중한 성품을 증명해 주는 거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객관적으로 보면 그게 장점인 것은 확실하지만 결코 여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틀렸을 수도 있음을 전제하고 내 생각을 말해 본다면, 남자들은 여자의 육체적 과거에는 민감하지만 정신적 과거에는 너그러운 것 같다. 한 남자를 깊이 사랑하다가 버림받고 우는 여자의 모습을 보면, 안스럽고 측은한 마음에 토닥여 주다가 사랑이 싹튼다는 식의 러브스토리를 곳곳에서 적잖이 본 듯도 싶다. 하지만 여자는 정반대다. 남자의 육체적 과거는 쿨하게 용서할 수 있어도 정신적 과거에는 몹시 민감해진다. 남자에게 있어 첫사랑이 어떤 존재인지를 여자도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일까? 그러니 사랑한 과거는 물어도 대답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손진영은 처음 자기 소개를 하는 자리에서, 아무도 묻지 않은 과거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았다. 한 여자를 얼마나 오랫동안 깊이 사랑했는지 밝히는 것도 모자라, 그녀를 만나면서 매일같이 써 내려갔던 일기장을 가져다가 공개하고, 그녀를 위해 직접 썼던 사랑의 시를 낭독했다.

 

이쯤 되면 호감을 품고 다가오던 여자도 멀찌감치 달아날 지경이다. 차라리 몰랐으면 모를까, 알고 나서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혹시 그 여자와 자기를 속으로 비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수시로 불안해질 테고, 자기에게는 그녀한테 쏟았던 것만큼의 애정을 주지 않는 것만 같아서 늘 서운해질 것이다. 매일처럼 연애 일기를 쓰거나 사랑의 시를 써서 준다는 건 일부러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데, 예전의 그녀한테 그런 일들을 해주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손진영은 처음에 여자 3호 김예원을 선택하고 끝까지 그 마음을 유지하는 성실성을 보여 주었으나,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는 그녀에게 호감을 품은 이유가 '첫사랑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상관없지만, 여자 앞에서 그런 말을 내뱉는 순간 남자는 제 발등을 찍게 된다. 그 실수의 흔적은 여자의 마음에서 평생 지워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여자는 자기가 대용품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고, 즉시 헤어지지 않는다면 그 날 이후로는 줄곧 세 명이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만약 진짜 소개팅에 나가서도 그런 식으로 한다면, 손진영은 평생 결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쩌면 손진영은 커플이 될 목적으로 '스타 애정촌'에 출연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어쩌면 그의 진짜 목표는 여성 출연자들이 아니라 시청자였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보면 손진영은 어눌해 보이면서도 의외로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구석이 있다. '진짜 사나이'에서 매번 실수를 하며 구멍 역할을 하는 것도, 때로는 진짜 같지만 때로는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이를테면 선임의 팔굽혀펴기 동작을 세어주다가 중간에 갯수를 잊어버려서 꼴찌하게 만들고, 그 다음에 비슷한 실수를 또 반복하던 에피소드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였다. 최대한 코믹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출연 분량을 확보하려는 의도 말이다. 

생각해 보면 '스타 애정촌'과 같은 미팅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과거 연애사를 시시콜콜이 담은 일기장을 굳이 소품으로 준비해 가져갔다는 것부터가 심히 오버스럽다. 어쩌면 그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로맨티스트적 면모를 과시하며, 시청자에게 긍정적 이미지 어필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충분히 성공한 셈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본다면, 아주 진실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으니까.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손진영의 그런 모습은 데뷔 초의 김제동과 매우 흡사하다. '야심만만' 등의 토크쇼에서 입담을 뽐내며 인기를 끌던 당시, 김제동은 수시로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했었다. 사랑하는 그녀가 이별을 고했을 때 자기는 무릎 꿇고 울면서 붙잡으려 했지만, 자기가 무릎을 꿇자마자 여자도 무릎을 꿇으며 제발 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통에 어쩔 수가 없었다고 했다. 짧은 치마를 입고 스타킹을 신은 채 자갈밭에 퍽 하고 무릎을 꿇는데, 그 모습을 보며 이젠 정말 끝났음을 느꼈다고 했다. 또 언젠가 자기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결혼식 전날 그녀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고도 했다. "내가 이제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게 됐지만, 그래도 너랑 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부디 행복해라!" 뭐 이런 식의 작별 인사를 하고 싶다는 거였다. 

벌써 10년 넘게 오래된 일이라서 김제동 본인은 자기가 그런 말을 방송 중에 했다는 사실을 기억 못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저 남자 결혼하기 힘들겠구나!" 하는 예감이 강렬히 스쳤기 때문이다. 그 예감은 지금까지 맞아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혹시 이러다가 손진영도 김제동의 전철을 밟게 되는 건 아닐까? 물론 김제동도 아직 늦은 건 아니지만 손진영은 훨씬 젊으니까, 기왕이면 이제부터 조심할 부분은 조심하고 삼가야 할 것은 삼가고 필요한 요령도 익혀서, 조금이나마 외로운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연예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남자로서도 행복하길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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