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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출연자 자살, 인간의 감정을 오락거리로 삼은 결과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짝' 출연자 자살, 인간의 감정을 오락거리로 삼은 결과

빛무리~ 2014. 3. 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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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초에 '짝 애정촌'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갈 거라고는 예상 못했었다.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던 까닭이다. 한창 짝을 찾고 싶어하는 남녀들이 한정된(거의 밀폐된?) 공간에 모여서 6박7일 동안이나 숙식을 함께 하는 것은, 인간 내부에 잠재하고 있는 동물적 본능이 최고조로 격발되기에 충분한 환경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이름마저 떼어내고 '남자1호', '여자2호'라고 부르게 하는 것은,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이성을 억제하고 최대한 수컷과 암컷으로서의 감정과 본능에만 충실하라는 노골적 요구처럼 느껴졌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특히 남녀간의 감정이란 얼마나 원색적이고 치열한가?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마치 시한폭탄처럼 크나큰 위험성을 품고 있었다. 그런대로 잘 버티나 싶더니만, 결국은 3년만에 비극적인 대형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이른 새벽 '애정촌' 내부의 화장실에서 한 명의 여성 출연자가 목 매어 자살하고 만 것이다.

 

남녀 출연자가 서로를 최종 선택하게 될 마지막 촬영만 앞둔 상황이었다고 하니, 6박7일 동안의 감정 소모와 스트레스가 엄청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브라운관을 통해 지켜보는 시청자들로서는 피부에 와닿지 않겠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이성관계에 집중하며 생활하는 출연자들의 감정 진도는 일반 사회에서 생활할 때보다 현저히 빠를 수밖에 없다. '짝' 연출자인 안교진 PD는 "애정촌에 와서 3일 정도가 지나면 출연자들은 '세상에 여자는 5명, 남자는 6명밖에 없다'고 느끼게 된다." 라고 말했다.

 

또한 이성 문제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고 온 출연자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 번이라도 이성 문제로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연애의 고통이란 얼마나 지독한 것인가? 게다가 은밀한 감정과 예민한 상처와 생생한 반응들까지 모두 카메라에 찍혀서 대중 앞에 공개되어야 하는 특수 상황이니, 자존심과 수치심까지 겹쳐져 더욱 힘겨웠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타인이 느끼는 감정적 고통을 오락거리 삼아 구경하게 만드는 이 프로그램은 얼마나 잔인한 것이었던가? 물론 출연자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때로는 연예인 지망생으로서 자기 존재를 알리거나 쇼핑몰 운영자로서 자기 사업을 홍보하려는 부수적 의도를 지닌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애타게 짝을 찾고 싶어서 출연한 사람도 없지는 않을 터... 단단히 각오하고 '애정촌'에 들어섰다 해도 막상 그 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방송으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당혹스러워하는 사람이 한둘이었을까?

 

물론 '애정촌'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자살의 100% 원인이었다고는 할 수 없다. "엄마, 아빠, 미안해... 살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유서까지 발견되었다는데, 단 며칠간의 연애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와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아마도 '애정촌'에 입소할 때부터 그 여성 출연자의 내면에는 커다란 고통이 억눌려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짝 애정촌'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 '애정촌'의 생활이었음을 부인할 수 있을까? 자고로 남녀의 감정이 얽히고 설키는 공간에서는 각양각색의 위험한 사고들이 빈번하게 일어났으니, 어쩌면 '애정촌'의 비극은 충분히 예고된 것이었다. 자극적인 재미를 앞세워 인간의 감정을 오락거리로 삼은 대가는 끝내 이렇듯 쓰라린 결과로 돌아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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