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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2' V.O.S, 애틋한 추억에 눈물이 솟구친 무대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불후의 명곡2' V.O.S, 애틋한 추억에 눈물이 솟구친 무대

빛무리~ 2014. 2.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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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2'에 한동안 고정 출연하던 V.O.S가 새 앨범 준비를 위해 잠시 떠난다고 한다. 그러므로 작사가 故박건호 편은 V.O.S에게 있어 '불후2'와의 잠정적 이별을 뜻하는 고별 무대였던 셈이다. 특히 군 제대 후 곧바로 가수 활동을 재개하면서 여러모로 힘겨웠을 김경록에게는, 매주 무대에서 자신의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며 관객과 소통할 수 있었던 '불후2'가 매우 감사한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노래를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겠노라고, 김경록은 무대에 오르기 전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번 주의 전설은 가수가 아닌 작사가였기에 보다 폭 넓은 선택이 가능했는데, V.O.S가 선곡한 노래는 김종찬의 '당신도 울고 있네요'였다. 가사와 멜로디가 아주 쉽고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이다.

 

 

경연용으로는 지나치게 평이하고 잔잔한 노래가 아닐까 싶었는데, 후반에 들어 절규하듯 열창하며 눈물까지 흘리는 김경록의 모습을 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눈물이 저절로 솟구쳤다. 나는 V.O.S가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김경록의 목소리와 창법을 아주 좋아했는데, 10년이 흐른 지금은 한층 더 원숙하고 아름다워진 것 같다. 하지만 눈물이 솟구친 이유가 단지 김경록의 애절한 목소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서 알지 못했던 것을, 이 오래된 노래 가사에 담겨진 깊은 의미를 이제는 너무나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신도 울고 있네요'를 작사할 때 故박건호 님의 나이는 대략 40전후가 아니었을까 싶다.

 

당신은 울고 있네요. 잊은 줄 알았었는데... 찻잔에 어리는 추억을 보며 당신도 울고 있네요.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을 그 누가 알았던가요...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있네요.
한때는 당신을 미워했지요. 남겨진 상처가 너무 아파서... 당신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나 혼자 방황했었죠.
당신도 울고 있네요. 잊은 줄 알았었는데...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진 후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는 이야기... 수많은 책과 영화와 드라마와 노래 속에서 다루어진 내용이다. 상상만 해도 감개무량하고 극적인 이야기니까... 하지만 절대 다수의 경우에 재회의 결론은 쓸쓸한 비극이다. 풋풋했던 사랑의 주인공들은 오랜 세월의 강을 건너는 동안 필연적으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현재에 묶인 그들은 절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그저 단 둘이 공유했던 추억의 한 자락을 아주 잠시나마 함께 되짚어 보며 회상에 잠길 수 있을 뿐이다. 그 후에는 어쩔 수 없이 등을 돌리고 서로의 현재를 향해 걸어가야 한다. 또 다시 이별이다. '건축학개론'의 승민(엄태웅)과 서연(한가인)처럼... 하지만 극소수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2011년 10월 중순 그러니까 대략 2년 4개월 전, 이 블로그의 방명록에 '잊은 줄 알았었던' 한 사람의 발자취가 남겨졌다. 하지만 그 이름을 보는 순간, 나는 결코 잊지 않고 있었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혹시 제가 기억하는 ○○○씨가 맞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3년 동안 편지를 나누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1년 가량 만나기도 했었던 ○○○라고 합니다. 빛무리님께서 그 분이 맞으시다면 이 메일 주소로 연락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블로그에는 실명을 밝히지 않았는데 어떻게 찾아온 걸까 궁금했다. 알고 보니 내가 비정기적으로 글을 송고하던 한 잡지에서 필자 소개란에 나의 이름과 학력과 운영중인 블로그 이름을 올려 놓았기 때문에 검색이 가능했던 것이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그는 아주 오랫동안 내 소식을 듣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왔다고 한다.

 

인터넷이 활성화된 후에는 학교와 이름으로 검색을 자주 했다는데, 나는 한창 미니홈피가 유행할 때도 그것을 만들지 않았고 아이러브스쿨이나 동창회 등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분명히 당신이라는 사람은 존재했는데 내 손에는 남겨진 사진 한 장도 없고, 웬만하면 인터넷에서 찾아질 법도 한데 10년이 넘도록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더군요.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라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거의 포기하고 지냈는데, 어느 날 새벽 무심결에 검색을 했을 때 나의 정보가 뜨는 것을 보고는 무척이나 놀랐다고도 말했다. 그렇게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를 찾아온 그는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던 것이다. "쓰신 칼럼 몇 편을 읽어 보니, 오래 전 편지글의 느낌과 비슷한 듯합니다. 그 분이 맞으신지요?"  

 

 

'기적'이라는 단어가 있는 이유는 세상에 정말로 '기적'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던가? 그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나는 믿지 않았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남들이 하는 것처럼, 우리도 짧은 만남 속에 추억의 한 자락을 공유하다가 쓸쓸히 돌아서면 그뿐이겠지 했었다. 한동안 정체 모를 그리움과 아련함에 시달리겠지만, 머지 않아 무감함에 익숙해진 일상 속으로 돌아오겠지 했었다.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그 기나긴 세월의 강을 단숨에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적은 존재했고, 그것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2년 4개월이 흐른 지금, 그와 나는 한 지붕 아래에 살고 있다. 파리로 신혼여행을 다녀온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V.O.S의 애절한 목소리로 '당신도 울고 있네요'를 들으니, 다시 만나던 그 날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당신도 울고 있네요. 잊은 줄 알았었는데... 찻잔에 어리는 추억을 보며 당신도 울고 있네요...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을 그 누가 알았던가요...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있네요..." 반가움, 놀라움, 슬픔, 기쁨, 미안함, 고마움, 아련함, 그리움...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그 심정을 경험해 본 사람 아니고서야 누가 알 수 있을까?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우리의 결합에는 단 하나의 장애물도 없었다. 변해가는 모든 것들처럼 우리도 변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만은 서로 변치 않았기에, 지금 V.O.S의 노래를 감상하는 나의 마음이 청춘과 현재를 오가며 감미로운 추억에 잠길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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