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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성준의 배려심을 닮은 성빈, 그 화수분같은 매력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아빠 어디 가' 성준의 배려심을 닮은 성빈, 그 화수분같은 매력

빛무리~ 2014. 2. 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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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시즌2에 참여한 아이들의 매력이 심상치 않다. 어쩌면 이렇게 성격 좋고 귀여운 아이들만 잘도 뽑아 놓았을까 싶을 지경이다. 김진표의 딸 규원이가 좀 내성적이라서 적응 못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아직 나이가 어려서 친화력이 약간 부족할 뿐, 첫 여행에서부터 엄마도 안 찾고 울지도 않고 나름 쾌활하게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는 더욱 좋아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방문을 열다가 쿠당탕 넘어져도 "괜찮아~♪" 하며 씩씩하게 일어나서 기분 좋다고 폭풍 수다를 떨어대는데, 5살 짜리한테 더 이상 바랄 게 뭐 있으랴? 규원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성격이 너무나 긍정적이고 유쾌해서 나는 깜짝 놀랐다. 편안하게 지내던 집과 달리 모든 것이 불편한 여행지에서 어른들조차도 그저 즐거울 수만은 없는 법인데,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추운 방이나 불편한 옥외 재래식 화장실에도 아이들은 불평 한 마디 없었던 것이다.

 

 

좁은 방 가득 메주를 늘어놓아서 온통 메주 냄새가 진동하는 류진과 찬형이네 집은 누가 봐도 지극히 열악한 환경이었다. 키 큰 아빠 류진은 발 뻗을 자리도 없을 것 같다며 난감한 표정인데, 오히려 메주 냄새가 너무 좋다고 폴짝폴짝 뛰는 찬형이를 보니 신기할 지경이었다. 안정환과 리환이네 집에서는 느닷없이 바닥 장판에 불이 붙어서 방 안 가득 연기가 채워지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지만, 리환이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아빠보다 더 태연했다. 얼마든지 불평을 하거나 짜증을 낼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 아이들은 항상 긍정적이고 씩씩했다. 배려심의 아이콘 윤후는 이제 맏형이 되었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예전보다 더 섬세하게 동생들을 챙기며 대장 역할을 잘 해냈고, 6살이 된 민율이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거뜬히 윤후와 나눠 들고 올 수 있을 만큼 의젓해졌다.

 

선비처럼 점잖은 아들 준이와의 여행을 끝내고 천방지축 장난꾸러기에 고집쟁이인 큰 딸 빈이와의 여행을 시작한 성동일은 좀 버거워 보이기도 했지만, 또 하나의 관문을 넘어서는 과정을 통해 색다른 행복을 느끼는 듯 보이기도 했다. 아이의 개성이 다른 만큼 아이와 가까워지는 과정 역시 예전과는 다를 것이고, 사랑하는 아이의 내면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일 것이다. 그런데 시즌2의 첫 여행에서 나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던 준이와 빈이 남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준이가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남을 챙기는 스타일이라면 빈이는 좀 떠들썩하고 장난스런 방식으로 타인을 위해준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공통분모는 바로 속 깊은 배려심이었다. 그 배려심은 특히 동생들을 대할 때 잘 드러났다.

 

새 친구들의 첫 만남에서 빈이와 찬형이와 리환이는 거침없이 자기 소개를 했는데, 가장 어린 규원이는 수줍어서 자기 이름조차도 말하지 못했다. 자칫하면 처음부터 규원이만 소외되는 분위기로 흘러갈 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아빠 김진표도 그럴까봐 걱정되었던지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딸을 어르고 달래며 말했다. "규원이, 아기 아니잖아? 김규원, 아기야?" 그 때 1.5m쯤 떨어진 곳에서 놀고 있던 빈이가 신나게 큰 소리로 외쳤다. "김규원이다, 김규원이다!" 언뜻 거칠어 보이지만 사실은 타인에게 관심이 많고 섬세한 빈이라, 내내 입을 열지 않는 규원이가 마음 쓰이던 차에 김진표의 목소리를 용케 듣고는 기뻐서 외친 모양이었다. 예쁜 동생이 생겨서 좋기도 하고 친해지고도 싶은데 이름을 몰라서 정말 궁금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더니 여행지에서 맞이한 첫날 밤에도 규원이를 향한 빈이의 특별한 애정과 배려는 계속되었다. 아이들은 여행지에 도착하면서부터 챙겨 온 장난감을 모두 제작진에게 맡겨 두었는데, 규원이는 작은 호랑이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자는 습관이 있었다. 저녁식사 후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그 생각을 떠올린 규원이는 인형을 돌려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아빠와 같이 마을회관으로 돌아왔는데, 회관 앞에서 성동일 성빈 부녀와 마주쳤다. 동일 삼촌이 대신 말해 주겠다면서 무슨 부탁인지를 물었으나, 살짝 당황한 규원이는 또 입을 열지 못했다. "빨리~" 라고 재촉하는 김진표에게 성동일이 충고했다. "그렇게 하면 안 돼. 나도 그랬었는데, 아이들은 '빨리'가 없어. 생각하는 거야." 후훗~ 준이와의 여행을 통해 아빠 성동일은 진짜 많이 변했다.

 

곁에 있던 빈이도 "뭘 부탁하려는 거야?" 하고 다정히 묻는데 규원이는 여전히 대답을 잘 하지 못했다. 그러자 빈이는 갑자기 손에 쥐고 있던 랜턴으로 자기 얼굴을 비추며 "으흐흐~" 소리를 냈다. 괜히 긴장한 듯 보이는 규원이에게 장난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성동일과 김진표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고, 규원이는 빈이 언니의 기묘한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김진표가 "규원아, 이리와~ 해 봐!" 하자 빈이는 선뜻 목소리를 바꾸어 "규원아, 이리 와~" 하고 부르는데, 역시 명품 배우의 딸답게 그 목소리 연기가 일품이다. 진짜 귀신 목소리처럼 톤에서 강약까지 어찌나 실감나게 흉내내는지, 겨우 7살 짜리의 연기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긴 개 짖는 소리를 흉내내면 동네 개들이 다 깨갱거리며 도망가고, 남자아이의 소변보는 모양새를 남자보다 더 실감나게 흉내내던 빈이니까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살짝 긴장해 있던 규원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빈이의 노력이 동생의 말문을 트이게 해 준 것이었다. "호랑이~ 꼭 필요해요~" 드디어 규원이는 하고 싶었던 말을 또박또박 하면서 제작진에게 부탁을 전했고 잠들기 전에 호랑이 인형 '흰둥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그 자리에 빈이가 없었다면 아빠와 삼촌이 아무리 달래주어도 규원이의 긴장은 쉽게 풀리지 않았을 것이고,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데 훨씬 더 큰 어려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규원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긴장을 풀어준 빈이 덕분에 규원이의 미션은 아주 부드럽게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단순하게 빈이의 장난기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틀림없이 규원이를 돕고 싶어하는 빈이의 진심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오빠 준이와 전혀 다른 개성을 뽐내면서도 그 배려심만은 꼭 빼닮은 빈이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보면 볼수록 화수분처럼 무궁무진한 이 아이의 매력의 끝은 과연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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