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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호기심'이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니, 본질적으로는 좋은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 중에도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이는 사람은 생기있어 보이지만, 세상 일에 별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어딘가 칙칙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오래 전부터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호기심 중에는 좋은 호기심 못지 않게 쓸데없는 호기심과 못된 호기심도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왔던 탓이다. 특히 한국인들은 별 상관도 없는 남들의 개인사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데, 아름다운 일보다는 추한 일에 더욱 큰 호기심을 보인다. 세상의 온갖 뜬소문과 가십거리는 언제나 그 '못된 호기심'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솔직히 궁금하긴 하다. 남들의 실수나 잘못..
어린 딸 규원이와 함께 '아빠 어디 가' 시즌2에 합류했던 가수 김진표가 결국 하차를 결정했다. 자진 하차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끊이지 않는 여론의 뭇매와 낮은 시청률에 등 떠밀려 울며 겨자먹기로 그만두는 게 아닐까 싶다. 김진표의 '아빠 어디 가' 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수많은 대중은 결사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해당 프로그램의 책임 PD가 끝내 고집스레 김진표를 받아들이자 PD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쏟아부었다. 그래도 시청률만 잘 나왔다면 별 문제 없었을텐데 '아어가' 시즌2는 안타깝게도 시즌1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한 채 경쟁 프로그램에 밀리고 말았다. 낮은 시청률의 원인이 100% 김진표에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김진표의 존재를 두고 끝없이 계속되는 잡음은 그로 하여금 시청률 정체의 책임을 ..
'아빠 어디 가' 시즌2에 참여한 아이들의 매력이 심상치 않다. 어쩌면 이렇게 성격 좋고 귀여운 아이들만 잘도 뽑아 놓았을까 싶을 지경이다. 김진표의 딸 규원이가 좀 내성적이라서 적응 못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아직 나이가 어려서 친화력이 약간 부족할 뿐, 첫 여행에서부터 엄마도 안 찾고 울지도 않고 나름 쾌활하게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는 더욱 좋아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방문을 열다가 쿠당탕 넘어져도 "괜찮아~♪" 하며 씩씩하게 일어나서 기분 좋다고 폭풍 수다를 떨어대는데, 5살 짜리한테 더 이상 바랄 게 뭐 있으랴? 규원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성격이 너무나 긍정적이고 유쾌해서 나는 깜짝 놀랐다. 편안하게 지내던 집과 달리 모든 것이 불편한 여행지에서 어른들조차도 그저 즐거울 수만은..
수목드라마 대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내가 선택하고 잔뜩 기대하던 작품은 '별에서 온 그대'였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별그대'는 나에게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강경옥 작가의 만화 '설희'와의 저작권 분쟁도 가볍게 생각할 수 없었지만, 그보다는 부실한 스토리가 훨씬 더 큰 문제였다. 메인 스토리의 갈등 구조와 에피소드가 지나치게 단조로움을 느끼며 계속 지루해하던 나는 새로 시작한 김현중 주연의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에도 살짝 눈길을 돌려 보았지만 또 실패였다. 10여년 전에는 '야인시대'를 매우 즐겨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감격시대'에는 왠지 집중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절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처음부터 눈길도 안 주던 '미스코리아'를 중간쯤부터 보기..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또 누구나 알고 있을 듯한 이야기라서 별 의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많은 기대와 우려와 잡음 속에 새로이 출발하는 '아빠 어디 가' 시즌2에 조금이나마 응원의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첫방송의 간략한 리뷰를 써 보려 한다. 시즌1에서 귀여운 아이들과 멋진 아빠들은 아주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아이들은 여행을 하지 않아도 성장했겠지만, 특히 아빠들은 그 여행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 성장이 무척 더디거나 힘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운 좋게도 '아빠 어디 가'를 만남으로써 아빠들의 성장이 급속도로 이루어졌고, 아이들 역시 그 기회를 통해 더욱 바람직하고 행복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연예인도 아닌 아이들의 신상이 지나치게 노출됨으로써 부작용이 약간..
'아빠 어디 가'의 스무 번째 여행은 충남 공주의 서당 체험으로 기획되었다. 아직은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기본적이고 현대적인 수준의 예의범절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상태인데 훈장님들의 엄격하고 고풍스런 예절 교육을 감당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좀 염려스러웠지만, 의외로 제법 잘 따라가는 모습들을 보니 대견한 마음이 앞섰다. 가장 어린 준수와 지아는 확실히 좀 더 애를 먹는 것 같았으나, 민국이와 준이와 후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게다가 모두 앙증맞게 한복을 입혀놓은 모습들은 또 어찌나 귀엽던지! 옷차림에 따라 마음가짐도 달라진다더니 아이들 모두 평소보다 한결 의젓해 보였다. 이렇게 강도 높은 교육을 계속할 수는 없겠지만, 가끔씩은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도록 깨우쳐 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나는 안 봤다. 일부러 안 본 것은 아니고 그냥 어쩌다 보니 안 봤다. 결혼 전이었던 작년이나 결혼 후인 지금이나, 내가 사는 집은 이상하게 케이블과는 친하지 않은 편이라서 시청이 번거로웠던 이유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일부러 맘 먹고 '응답하라 1994'를 1회부터 꾸준히 보는 중이다. 물론 사정상 본방사수는 불가능하지만..;; 포괄적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는 있다. 나 또한 그 시절을 온 몸으로 관통하며 살아왔던 세대인지라, 나름 추억돋는 장면들이나 OST도 꽤 많았다. 중간 중간 미심쩍은 부분들도 있지만 대충 그러려니 넘기면 될 일이고... 무엇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몰입'이었다. 책을 읽을 때도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나는 몰입이 되지 않으면 도통 재..
'아빠 어디 가' 전남 화순 편에서는 밤 12시의 느닷없는 귀신 소동으로 고요한 하가마을이 시끄러웠다. 낮에는 여름 이불 빨기, 고추 따기, 고춧가루 빻아 오기, 고추장 만들기 등을 체험하며 배우고, 토란이나 수세미 등 생소한 농작물에 대해서도 배우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는데, 한밤중의 우물 귀신 소동은 솔직히 어른들의 재미를 위해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너무 이용한 게 아닌가 싶어 약간 찜찜했다. 윤후와 민국이가 먼 훗날 어른이 되어 떠올리면 이 또한 아련하고 그리운 추억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만 7~9세 정도의 어린애들을 밤 12~01시까지 재우지도 않고 울음을 터뜨릴 만큼 겁을 주면서 장난을 치는 어른들의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예능이라서 웃음을 뽑아내자면 어쩔 수 없..
여름목장에서 다섯 아이들은 각자 한 마리씩의 송아지를 맡아 이름을 지어주고 우유를 먹이며 돌보는 체험을 했다. 도심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로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기회였다. 각종 진귀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빠 어디 가'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행운을 거머쥔 셈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빠들이 준비한 몰래카메라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동화처럼 아름다운 기억을 심어주었고, 아빠들은 몰래카메라에 반응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며 커다란 교훈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눈치 빠른 성준이에게는 실패하고 말았지만, 준수와 지아와 윤후에게는 효과 만점의 재미있는 몰카였다. (맏형 민국이에겐 시도해 볼 생각조차 못한 듯..^^;;) 송아지의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번역해서 들려준다는 신비의 헤드폰을 받아든..
지난 8개월 동안 '아빠 어디 가'는 방송가의 유일한 청정지역이라 해도 좋을 만큼 순수한 모양새를 유지해 왔다.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라면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가족간의 화합을 이끌어 내고 아이들의 바람직한 성장을 돕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제까지는 그런 취지에서 한 뼘도 벗어나지 않는 충실함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초반의 서먹함을 털어내고 한 가족처럼 친해지는 아빠들의 훈훈한 모습과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언제나 시청자를 행복하게 해 주었고, 특히 좀처럼 친해질 기회가 없던 아빠와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감동이며 뿌듯함이었다. '일밤'의 형제 코너인 '진짜 사나이'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홍보 목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