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아빠 어디 가' 지나친 송종국 띄우기가 불편한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아빠 어디 가' 지나친 송종국 띄우기가 불편한 이유

빛무리~ 2013. 9. 2. 06:50
반응형

 

지난 8개월 동안 '아빠 어디 가'는 방송가의 유일한 청정지역이라 해도 좋을 만큼 순수한 모양새를 유지해 왔다.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라면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가족간의 화합을 이끌어 내고 아이들의 바람직한 성장을 돕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제까지는 그런 취지에서 한 뼘도 벗어나지 않는 충실함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초반의 서먹함을 털어내고 한 가족처럼 친해지는 아빠들의 훈훈한 모습과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언제나 시청자를 행복하게 해 주었고, 특히 좀처럼 친해질 기회가 없던 아빠와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감동이며 뿌듯함이었다. '일밤'의 형제 코너인 '진짜 사나이'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홍보 목적으로 출연했음이 뻔히 보이는 걸그룹들이 몇 차례 등장하면서 그 순수성은 급격히 퇴색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아빠 어디 가'는 참 용케도 때묻지 않고 이제껏 초심을 지켜왔던 것이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의 홍보 목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다반사이니 크게 탓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백의 공간에 먹물이 튀는 것을 바라보며 속 편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상찮은 낌새가 느껴진 것은 무인도 탈출 미션을 하필 '축구'로 정했을 때였다. 멤버 중 엄연히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있는데, 이건 어불성설에 가깝도록 불공평한 제안이었으니까... 6:4로 인원의 차이를 두긴 했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송종국이 제대로 맘 먹고 시합에 임한다면 아이들까지 포함된 우왕좌왕 오합지졸 아마추어 팀이 설령 9:1이라고 한들 이길 수가 있을까? 송종국은 중간에 울음을 터뜨린 딸 지아를 안고 뛰었지만, 결과는 당연히 송종국 팀의 승리였다. 한 가족을 낙오시키려던 제작진이 계획을 급변경하여 윤후의 승부차기 한 골에 모든 가족을 구원(?)해 줌으로써 불공평한 축구 시합의 희생양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다 함께 무인도를 떠나는 배에 올라 한식 뷔페를 즐길 때, 윤후는 송종국에게 "삼촌 축구 잘하더라!"며 감탄했고 윤민수는 그런 후를 송종국네 축구 교실에 보내야겠다며 거들었다. 나는 송종국이 축구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다음 회차의 방송에서 당장 그 축구 교실을 구경하게 될 줄은 더욱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경기도 여주 가남면에 위치한 여름목장으로 떠날 때 제작진은 다섯 가족에게 각자 식사를 해결하고 오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김성주네와 윤민수네는 별 이유도 없이 송종국네 집에 들러서 한 끼 신세를 지기로 한다. 아무 데서나 가볍게 사 먹으면 될 일인데 아침부터 남의 집에 신세를 지러 가다니 참으로 뜬금없는 결정이었다. 갑자기 들이닥치겠다는 전화를 받고 송종국은 잠시 당황하는 듯 했지만, 그의 아내는 마치 준비라도 해 두었던 것처럼 엄청난 양의 손님맞이 음식들을 척척 내놓았다.

 

 

그러고 보면 무인도에서 굳이 축구 시합을 했던 것도, 배 안에서 나누었던 대화도 홍보를 위한 밑밥이었다. 윤민수는 아마도 제작진의 협조 요청을 받아 "(윤후를) 형네 보내야겠어!" 라는 대사를 쳐 준 것일테고, 일부러 용인 수지까지 차를 달려 송종국네를 방문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송종국이 축구장 딸린 전원주택을 짓고 있다는 기사가 불과 몇 개월 전에 났으니, 그 축구 교실은 최근에 오픈한 것 아니겠는가? 새로 사업을 시작했으니 한창 홍보가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 그 정도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뭔가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아빠 어디 가' 방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종국 축구 교실'은 검색어 1위에 올랐고 홈페이지는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화면에 비춰진 송종국의 전원주택과 그에 딸린 축구장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집 뒤에는 맑은 개울이 흐르고, 마당에는 토끼와 닭이 여유롭게 뛰어놀고,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 열리고, 한켠에는 바베큐를 구워 먹으며 캠핑도 할 수 있도록 잘 갖춰진 시설이 있다. 몇 차례나 진심을 담아 "부럽다!"고 외치던 윤민수의 마음이 어디 그 혼자만의 것이었을까? 만약 축구교실이 잘 안 되면 뒤뜰의 닭을 잡아서 백숙집이나 하련다고 농담했지만, 송종국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도 야심차게 보였다.

 

 

무인도 편과 여름목장 편에서 '아빠 어디 가'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송종국의 축구교실을 홍보해 준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 하지만 진짜 불편했던 이유는 홍보 때문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로서 전세계에 이름을 날렸던 월드컵 영웅의 삶을 평범한 일반인들의 삶과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겠지만, 그저 막연히 상상하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 보통 사람들은 월급날만 목 빠지게 기다리며 한 달을 버텨내지만, 통장에 입금된 월급은 아이들 학원비며 생활비로 들어간 카드값이며 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손에 쥐어 볼 틈도 없이 빠져나간다. 오죽하면 요즘 월급은 만질 수가 없어서 '사이버 머니'라는 말까지 생겼겠는가? 빠듯한 살림에 용돈을 넉넉히 줄 수 없으니, 한창 군것질 좋아할 나이에도 과자 한 봉지 살 돈이 없어 생라면을 부숴먹는 아이들도 많다. '아빠 어디 가'를 즐겨 보는 대부분의 시청자가 그와 같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송종국의 일곱 살 난 딸 지아는 집 안에 마련된 광활한 축구장을 마음껏 뛰어다닌다. 매일 캠핑이라도 온 것처럼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고, 농장 견학을 온 것처럼 동물들과 뛰어놀 수도 있다. 이제 겨우 30대 중반의 젊은 송종국이 이루어낸 것들을 보며 씁쓸한 감정에 젖어든 사람이 한 둘이었을까? 더구나 자녀들을 풍족한 환경에서 키우지 못하고 있는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저절로 미안한 마음이 생기면서 더욱 불편하지 않았을까? '아빠 어디 가'는 언제나 마음이 포근해지는 방송이었지만, 이번에는 별로 그렇질 못했다. 최근 부쩍 송종국을 띄우는 듯하던 분위기가 모두 이것 때문이었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 만큼이나 계속해서 청정한 프로그램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