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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꽃소녀 세윤이의 등장과 어른들의 못된 호기심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아빠 어디 가' 꽃소녀 세윤이의 등장과 어른들의 못된 호기심

빛무리~ 2014. 5. 1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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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니, 본질적으로는 좋은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 중에도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이는 사람은 생기있어 보이지만, 세상 일에 별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어딘가 칙칙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오래 전부터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호기심 중에는 좋은 호기심 못지 않게 쓸데없는 호기심과 못된 호기심도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왔던 탓이다. 특히 한국인들은 별 상관도 없는 남들의 개인사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데, 아름다운 일보다는 추한 일에 더욱 큰 호기심을 보인다. 세상의 온갖 뜬소문과 가십거리는 언제나 그 '못된 호기심'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솔직히 궁금하긴 하다. 남들의 실수나 잘못을 보며 자신을 위로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인간의 공통된 심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못된 호기심'이 내적 욕구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표현될 때 그 부작용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더 많이 알고 싶은 감정 때문에 사람들은 손톱만한 진실이 알려지면 거기에 살과 살을 덧붙여 농구공만한 소문을 만들어 낸다. 그 커다란 소문의 덩어리는 때때로 강력한 살인 무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궁금한 것을 못 참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며, 때로는 아주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호기심'이 인간 본성의 일부라 해도 상황과 경우에 따라 절제하며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

 

 

다섯 살배기 규원이가 하차한 후 '아빠 어디 가'에서는 털털한 여장부 빈이가 홍일점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워낙 선머슴에 가까운 개구쟁이 스타일이라선지 남자아이들과 똑같이 치고 받고 뒹굴며 신나게 놀 뿐 여자아이만의 차별성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시즌1의 송지아를 능가할 만큼 어여쁜 꽃미모와 살살 녹는 애교까지 겸비한 뉴페이스가 등장했다. '아어가' 시즌2에 새로 합류한 배우 정웅인의 딸 세윤이다. 어쩌면 이렇게도 '공주님'이라는 별명에 꼭 들어맞는 아이가 있을까? 예쁜 얼굴에 가냘픈 몸매, 반달눈의 수줍은 미소, 게다가 적극적이고 쾌활한 성격마저 갖추었으니 어디선들 환영받지 않을 수 있으랴!

 

세 자매 중 맏딸이라선지 동생들을 대하는 태도에 배려심과 능란함이 묻어난다. 윤후와 찬형이를 제외한 세 명의 아이들, 빈이와 리환이와 민율이는 모두 세윤이보다 동생이다. 세윤이는 징검다리를 건널 때 무서워하는 빈이의 손을 잡고 "언니랑 같이 가자"며 살갑게 이끌었다. 여섯 살 민율이의 횡설수설도 귀찮아 하지 않고 열심히 들어주며 귀여워했다. 예쁘고 상냥한 공주님의 등장에 남자아이들은 열광했다. 동생들인 리환이와 민율이는 물론 동갑내기 찬형이까지 졸졸졸 세윤이만 쫓아다니며 껌딱지 노릇을 자청했던 것이다. 한 살 위 오빠인 윤후는 나름 아닌 척 점잔을 빼고 있었지만 평소와 달리 허세 가득한 언행은 속으로 얼마나 세윤이를 의식하고 있는지 증명해 주었다. 

 

 

그 와중에 원래 홍일점이었던 빈이의 모습이 외로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네 명의 남자아이들은 개울 이편에서 저마다 한 송이의 꽃을 손에 들고 세윤이를 기다렸다. 강원도의 맑은 개울이 청랑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데, 행여 물에 빠질세라 조심 조심 징검다리를 건너오던 소녀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짝 흩날렸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연출이었다. 제작진이 세윤이의 첫 등장을 얼마나 공들여 준비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성동일의 등에 업힌 빈이가 먼저 개울을 건너 도착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은 뒤따라 오는 세윤이한테 고정되어 있었다. 드디어 징검다리를 건너 온 세윤이는 남자아이들의 꽃 선물 공세에 파묻혔고, 함께 온 빈이의 존재는 그대로 잊혀질 찰나였다.

 

아무리 씩씩한 여장부 딸이지만 그래도 좀 안됐던지 성동일이 한 마디 외쳤다. "어이, 빈이는 꽃 없어?" 그 소리를 듣고 아차 싶었던지 윤후가 빈이를 꼭 끌어안았다. 심지어 민율이는 세윤이가 받은 네 송이 중 두 송이의 꽃을 빼앗으며(...;;) "빈이 누나랑 두 개씩!" 가져야 한다고 외쳤다. 빈이와 세윤이가 둘 다 워낙 성격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둘 다 마음이 상하고도 남을만한 위기였다. 빈이 입장에서는 아무리 새로 왔다지만 너무 세윤 언니만 대접해 주는 게 서운할 수 있었고, 세윤 입장에서는 기분좋게 꽃을 받았는데 곧바로 절반을 빼앗기는 민망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섬세히 예측하고 배려하지 못한 제작진의 실책이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세윤이의 사진이 전달되면서부터 아들들을 향한 아빠들의 질문 공세는 시작되었다. "지아가 더 예뻐, 이 애가 더 예뻐?", "빈이 누나가 더 예뻐, 이 누나가 더 예뻐?" ... 당최 무슨 생각일까? 그런 식으로 비교하는 질문은 가장 나쁜 것이다. 어른에게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는 더욱 나쁘다. 물론 궁금한 마음은 이해한다. 어린 아들의 여자 보는 눈(?)이 어떤지, 어린 녀석들의 눈도 어른들의 눈과 비슷한지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대답을 들어서 뭘 어쩌려고? 심지어 김성주는 "아빠가 보기엔 이 누나가 더 예쁜 것 같은데?" 하면서 유도질문까지 했다. 하지만 어른의 그런 태도는 아이들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편견을 심어줄 뿐이다.

 

오히려 아이가 먼저 나서서 "빈이가 더 예쁘다" 든가 "세윤이가 더 예쁘다"고 말하면, 어른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 꼭 세윤이처럼 생겨야만 예쁜 것도 아니고 빈이처럼 생겨야만 예쁜 것도 아니라고, 빈이는 빈이대로 예쁘고 세윤이는 세윤이대로 예쁜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아이들도 커가면서 자기 나름의 눈을 갖게 될 것이고, 시류에 따라 어떤 외모가 더 예쁜지를 판단하게도 될 것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외모 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에 아직도 뭐가 부족해서 어린 아이들한테까지 이성의 외모에 대한 판단을 강요하는가? 날이 저물도록 "누가 더 예쁘냐?"고 물어대는 어른들의 질문 공세를 받으면,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뚜렷한 외모 지상주의와 예쁜 얼굴에 대한 편견이 자리잡게 될 뿐이다.

 

 

 

다행히도 공평한 민율이는 "빈이와 세윤이 중 누가 더 예쁘냐?"는 질문에 "둘 다!" 라는 현명한 답변을 내놓았고, 천사같은 빈이는 세윤이가 받은 선물들을 질투하기는 커녕 자기만 언니한테 선물을 못 주었다고 미안해하기까지 했다. 못된 호기심과 부주의에서 비롯된 어른들의 실수를 아이들이 착한 동심으로 무마해 준 셈이다. 부디 앞으로는 제작진과 아빠들이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순수한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질문을 퍼붓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일 뿐, 어른들의 못된 호기심을 속 시원히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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