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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현고운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로맨틱 코미디 사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하며 출발했다. 남주인공 왕소(장혁)는 고려의 제4대 임금 광종(光宗, 925 ~ 975)이며, 여주인공 신율(오연서)은 발해의 마지막 공주로 설정되어 있는데 주요 캐릭터 중에는 거의 유일한 가상 인물이다. 왕소의 연적 왕욱(임주환)은 태조 왕건의 아들이자 광종의 이복형제이며 8대 임금 현종의 부친으로 기록된 인물이고, 신율의 연적 황보여원(이하늬)은 광종의 비(妃)인 대목왕후(大穆王后)로서 역시 실존 인물이다. 일단 묵직하고 비장한 시대적 배경에 마음이 끌리는데, 어울리지도 않는 코미디 욕심 때문에 망가질 듯하여 미리 걱정을 좀 했다. 하지만 첫방송을 보니 의외로 코믹 요소가 자연스..
하류(권상우)는 자기를 배신하고 딸 은별이(박민하)와 쌍둥이 형 차재웅을 죽음으로 몰아간 옛 연인 주다해(수애)를 향해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하류가 그 복수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칼날은 백학그룹의 장녀 백도경(김성령)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그녀가 주다해의 약혼자 백도훈(정윤호)의 누나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백창학(이덕화) 회장의 늦둥이 아들로 알려져 있는 백도훈은 사실 백도경이 18세 되던 해, 첫사랑과의 사이에서 몰래 출산한 아들입니다. 그러니까 백도경은 누나가 아닌 엄마이고, 백회장은 아버지가 아닌 외할아버지가 되는군요. 극 중에서는 11회에 이르러서야 밝혀졌지만 벌써 모든 시청자가 알아차리고 있던 사실입니다. '파리의 연인' 재탕이라고 할만큼 뻔한 설정이지만, 신기하게도 백도경 캐릭터에..
예상컨대 드라마 '야왕'의 남주인공 '하류' 역할을 맡게 된 것은 배우 권상우에게 있어 인생 최대의 행운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주인공 '주다해' 역할을 맡은 수애와는 정반대의 경우라 해야겠네요. 수애가 '주다해'로 변신하는 것은 그저 위험한 모험일 뿐이지만, 권상우가 '하류'로 변신하는 것은 한동안 침체기에 빠져있던 그에게 재도약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하류'라는 독특한 남자의 캐릭터는 마치 효과 좋은 치료약처럼 그의 다친 날개에 스며들어 다시금 푸른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게 해 줄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이 드라마를 보는 저의 시선은 처음부터 매우 차갑고 건조했습니다. 우선 너무나 식상하고 진부한 소재라는 점이 마음에 안 들었고, 그 중에도 "남자 하나 잘 꼬셔서 인생역전 해보겠다는" 여성..
예고편만 보아도 식상함이 느껴지는 드라마였습니다. 야망을 위해 사랑을 배신하고 앞으로만 질주하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떨쳐내지 못한 사랑을 간직한 남자... 야망을 향해 달려가는 여자의 과거는 반드시 가난과 결손가정과 성폭행 등 갖가지 처참한 요소들로 구성되어야 하고, 그런 여자를 어려서부터 지켜보며 애틋한 마음을 키워 온 남자는 반드시 맹목적이고 외골수적인 순수함을 지녀야 합니다. 예전에는 남자와 여자의 캐릭터가 뒤바뀐 경우가 많았죠. 여자의 사랑과 헌신을 배반하고 야망을 향해 달려가는 남자와, 비참하게 버려진 후 복수심을 불태우는 여자... 이와 같은 설정은 각종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와 소설과 만화 등 참으로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소재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주말 밤이면 MBC와 SBS에서는 1시간짜리 연속극을 연달아 2편씩이나 방송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물량이 많으면 양질의 작품들도 적잖이 나올 법 하건만, 어찌된 셈인지 거의 다 막장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지독히 식상한 소재들만 우려먹고 있는 상황이라 좀처럼 끌리는 작품이 없더군요. 특히 최근 종방한 MBC 연속극 두 편, '애정만만세'와 '천번의 입맞춤'은 어쩌면 그렇게도 속속들이 진한 막장의 향기를 풍기는지 감탄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특히 역겨울 만큼 얽히고 설킨 가족관계의 함정은 왜 그리도 자주 사용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어쨌든 두 편의 막장드라마가 비슷한 시기에 끝나고, 새로운 드라마가 또 연달아 2편이나 시작되었습니다. '신들의 만찬'은 초반의 여러가지 설정을 보니 2010년 여름 '제빵왕 김..
누구에게나 그런 부분이 있겠지만 제 마음 속에도 타인에 의해 모욕당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성역이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는 바로 가톨릭 신앙입니다. 진짜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그 가치를 모욕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알고 있기에, 내 종교가 소중하면 남의 종교도 소중하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절대로 타종교에 대해서 단 한 마디의 부정적인 언급도 하지 않으려고 주의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일상 생활 중에서도 마찬가지이고, 블로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입에서 나오는 말이든 손가락으로 치는 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종교인이 아니라고 해서, 특정 종교에 대해 쉽게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움에 한숨이 나옵니다. 그 사람들은 누군가 자기 눈앞에서 자기 아버지의 따귀..
'천일의 약속'을 2회까지 보았지만 주인공 남녀의 사랑에는 여전히 몰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주인공 이서연(수애)만 갈수록 너무 불쌍해지고, 남주인공 박지형(김래원)은 2회에서도 계속 나쁜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착한 약혼녀 노향기(정유미)를 대하는 차가운 태도를 보면서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 모릅니다. 만약 집안끼리의 정략결혼일 뿐 향기도 지형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훨씬 나았겠지요. 적어도 박지형이 이토록 나쁜 남자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흔들리는 박지형은, 두 여자의 마음을 갖고 놀며 두 여자의 마음에 모두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손수 구워 만든 쿠키를 가지고 박지형의 집을 방문한 노향기는 시어머니 될 수정(김해숙)에게 "저.....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의 사랑을 지키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 라는 것이 이 드라마의 모토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지고지순하다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첫방송만 시청하고 나서 볼 때는 남주인공 박지형(김래원)처럼 세상에 나쁜 놈이 없습니다. 친구의 사촌여동생인 이서연(수애)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개로 봐서는 기이하게 집착하며 데리고 놀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습니다.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친구 장재민(이상우)이 다음 회의 예고편에서 말하더군요. "멀쩡한 집안의 딸이었으면 그렇게 못했을 거야. 너는 서연이를 무시한 거야" 방송을 보면서 제가 받은 느낌도 그랬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채 어린 동생까지 데리고 고모네 집에 얹혀 살며 눈칫밥으로 성장했을 이서연으..
예전에 나는 당신을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는 그 어떤 말로도 당신을 부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유진이는 이제 더 이상 아홉살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남들처럼 나에게도 평범한 삶이 주어졌다면, 지금쯤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나를 닮은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을 만나면서부터 나에게 주어진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지난 20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나는 아홉살 나이에 LA 폭동으로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그 사건이 있기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다녀왔던 뉴질랜드 여행은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부모님과 함께 숨을 거두었겠지요. 그랬다면 이 세상에 대한 나의 짧은 기억..
이렇게 수습할 바에는 차라리 원래대로 진행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NTS의 과학수사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인물 오숙경(오윤아)이 그토록 허술하게 일급기밀을 누설한다는 설정은 확실히 어이없는 것이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억지로 수습하려 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어차피 완벽한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으니 앞으로 똑같은 구멍을 만들지 않도록 주의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아테나 전쟁의 여신' 제작진은 오숙경의 취중망언이 사실은 윤혜인(수애)를 시험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였던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혜인과의 술자리 후, 오숙경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김명국 박사가 살아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중스파이라면 곧 움직임이 있을 것입니다." 라고 보고하는 장면을 하나 집어넣음으로써 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