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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의 약속' 이상우의 러브라인이 메인보다 기대되는 이유 본문

드라마를 보다

'천일의 약속' 이상우의 러브라인이 메인보다 기대되는 이유

빛무리~ 2011. 10. 1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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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의 약속'을 2회까지 보았지만 주인공 남녀의 사랑에는 여전히 몰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주인공 이서연(수애)만 갈수록 너무 불쌍해지고, 남주인공 박지형(김래원)은 2회에서도 계속 나쁜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착한 약혼녀 노향기(정유미)를 대하는 차가운 태도를 보면서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 모릅니다. 만약 집안끼리의 정략결혼일 뿐 향기도 지형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훨씬 나았겠지요. 적어도 박지형이 이토록 나쁜 남자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흔들리는 박지형은, 두 여자의 마음을 갖고 놀며 두 여자의 마음에 모두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손수 구워 만든 쿠키를 가지고 박지형의 집을 방문한 노향기는 시어머니 될 수정(김해숙)에게 "저...오빠 방에 잠깐만 들어가봐도 될까요? 깨우진 않을게요" 하고 살금살금 지형의 방으로 들어서는데, 막상 잠들어 있는 지형을 보고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입술에 입을 맞춥니다. 박지형은 잠결에도 본능적으로 반응하며 두 사람은 키스를 시작하는데, 눈을 뜨고 상대가 향기라는 것을 알게 되자 화들짝 놀라서 그녀를 밀치며 일어나 버립니다. "무슨 짓이야? 자는 사람한테!" 아마도 비몽사몽간에 그녀를 서연으로 착각했던 모양이죠..;; 정상적인 남자라면 그 정도 일로, 다른 사람도 아닌 약혼녀에게 버럭버럭 화를 내지는 않을 겁니다. 향기의 입장에선 참 억울하고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결혼 예복을 맞추러 가야 할 때도 박지형은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 가지 않으려 합니다. 사이즈만 재고 오면 된다는 말에 마지못해 가긴 했지만, 웨딩드레스를 입은 향기의 모습을 처음 보면서도 얼굴에 한 줄기 웃음조차 떠올리질 않습니다. 디자이너가 옆에서 "뭐야? 신랑은 좀 더 싱글벙글해야 되는 거 아닌가? 뭐 그렇게 무덤덤해?" 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무심하고 의욕없는 모습이라면 여자 쪽에서도 그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자기와의 결혼을 진심으로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릴 법도 하건만, 눈먼 사랑에 빠진 노향기는 그저 바빠서 그렇겠거니, 가벼운 결벽증 때문에 그렇겠거니 하고 철석같이 믿을 뿐입니다.

앞으로 박지형이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나, 서연을 향한 그의 마음을 지고지순한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벌써 너무나 갈라지고 더럽혀져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시간을 끌면서 이렇게 처신해 온 것은 박지형 자신이므로,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되었다는 말 따위로 변명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약혼한 남자인 것을 알면서도 그를 향한 욕망을 이기지 못해 "결혼 전까지만 훔칠게"라는 전제하에 불장난을 시작한 서연의 사랑 역시, 가엾긴 하지만 지고지순한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해 보입니다. 이들 메인 커플의 사랑은 그저 뜨거운 사랑, 간절한 사랑, 미칠듯한 사랑, 죽일 놈의 사랑 등등의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뿐, 지고지순(至高至純 : 지극히 높고 지극히 순수)한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저분합니다.

지고지순하다는 표현은 현재 노향기의 사랑과 가장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노향기의 사랑은 아무리 깨끗하고 아름답다 해도 절대 결실을 맺을 수 없습니다. 배신한 약혼자를 덧없이 해바라기하며 천천히 시들어갈 노향기의 모습은 나쁜 남자 박지형이 만들어낸 또 다른 비극이기에 그저 안타까울 뿐인데, 제가 '천일의 약속'을 2회까지 시청하면서 가장 주목하는 캐릭터는 따로 있습니다. 이서연의 고종사촌 오빠이며 박지형의 오랜 친구인 장재민(이상우)입니다. 시놉 상으로 장재민은 서연과 지형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는 정도의 인물로 설정되어 있는데, 제 눈에는 박지형보다 훨씬 매력적이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장재민에게도 반드시 러브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중은 매우 적어도 좋지만, 재민에게도 사랑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웬만하면 '지고지순'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것이었으면 좋겠고, 별 탈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행복한 사랑이면 좋겠습니다.

장재민에게 사랑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탤런트 이상우가 출연했던 김수현의 전작 '인생은 아름다워'의 그림자 때문입니다. 동성애자 '경수' 캐릭터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그런지,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역할이 아닌데도 부지불식간에 '서연이 오빠는 동성애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더군요..;;

전혀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라면 이렇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오토바이 질주를 즐기는 터프가이라든가, 다혈질의 긴 머리 로커라든가, 뭐 그런 거였다면 경수의 캐릭터와 겹쳐 보이진 않았겠죠. 하지만 장재민은 외모상으로나 성격상으로나 경수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똑같이 말끔하고 매너 좋은 신사이면서, 자기 할 말은 거침없이 또박또박 해대는 기질도 똑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연기자 이상우는 참 다채로운 능력을 지닌 인재인데, 수많은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 배우로서 벌써부터 한 가지 이미지로 고착화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더구나 장재민의 캐릭터는 첫사랑을 잃은 상처를 극복 못한 나머지 여자한테도 결혼에도 별 뜻이 없고, 쉬는 날이면 집이나 도서관이나 공원에 자리잡고 앉아 몇 권이고 책을 읽는... 평생 그렇게 조용히 살다 가기를 원하는 남자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작의 그림자를 벗어나기가 더욱 쉽지 않습니다. 물론 조용한 삶을 원하는 독신자와 동성애자는 전혀 다른 것이지만, '여자에게 관심 없는 남자' 라는 이미지는 전작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장재민의 러브라인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장재민의 사랑이 행복한 결실을 맺기 바라는 마음은, 주인공 커플의 사랑에 어차피 비극만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치매라는 병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를 기약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들의 사랑은 처절한 슬픔과 눈물로 채워질 수밖에 없겠지요. 그 비극적 분위기를 중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다른 한쪽에서 밝고 건강한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경수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거부한 채 한 여자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고서도, 뒤늦게 자기 삶을 찾겠노라며 그들을 버렸습니다. 나중에 아내(송선미)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며 재결합을 원했고, 어린 딸도 아빠랑 헤어지기 싫어서 울며 매달렸지만, 경수는 끝내 외면하고 말았지요. 본의 아니게 아내와 딸, 두 여자에게 큰 상처를 입힌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나쁜 남자였고, 비극의 주인공이었죠. 그 그림자를 빨리 벗어던지기 위해서라도, 장재민에게는 행복한 러브라인이 꼭 존재했으면 좋겠습니다.

지형과의 독한 사랑으로 상처받은 서연의 마음을 부드럽게 다독여 주는 사촌오빠 재민의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두 잔의 커피를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으로 준비하여 들고 있다가, 서연이 도착하자 원하는 것으로 고르라고 말하는 섬세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남자가 혼자 산다는 건 안될 말이지요. 사촌동생에게도 저토록 깊은 배려심을 보이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더 자상할까요. 부디 과거의 상처를 잊고, 외로웠던 날들을 접고, 그에게도 행복한 사랑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주인공 커플보다 장재민의 러브라인이 더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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