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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을 선택한 수애, 판단착오가 아니었을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야왕

'야왕'을 선택한 수애, 판단착오가 아니었을까?

빛무리~ 2013. 1. 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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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만 보아도 식상함이 느껴지는 드라마였습니다. 야망을 위해 사랑을 배신하고 앞으로만 질주하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떨쳐내지 못한 사랑을 간직한 남자... 야망을 향해 달려가는 여자의 과거는 반드시 가난과 결손가정과 성폭행 등 갖가지 처참한 요소들로 구성되어야 하고, 그런 여자를 어려서부터 지켜보며 애틋한 마음을 키워 온 남자는 반드시 맹목적이고 외골수적인 순수함을 지녀야 합니다. 예전에는 남자와 여자의 캐릭터가 뒤바뀐 경우가 많았죠. 여자의 사랑과 헌신을 배반하고 야망을 향해 달려가는 남자와, 비참하게 버려진 후 복수심을 불태우는 여자... 이와 같은 설정은 각종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와 소설과 만화 등 참으로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소재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드라마 '야왕' 초반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설정과 너무 흡사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박인권 화백의 원작 '야왕전'이 먼저 발표되긴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마치 인쇄로 찍어낸 것처럼 비슷한 느낌을 주는 1회는 너무하다 싶더군요. '착한 남자' 1회에서 한재희(박시연)가 자기를 성폭행하려던 남자를 엉겁결에 살해하자, 그녀를 사랑하는 강마루는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면서까지 한재희를 구해 주었지요. '야왕' 1회에서 주다해(수애) 역시 어린 시절부터 자기를 성폭행해 왔던 의붓아버지의 손에 끌려갈 위기에 처하자 엉겁결에 칼로 찔러 살해하는데, 지금의 분위기라면 그 장면을 목격한 하류(권상우)가 대신 사랑하는 다해를 위해 누명을 써 줄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주다해 본인이 살인죄로 체포된다면, 훗날 영부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까요.

 

'야왕'이나 '착한 남자' 처럼 비극적인 분위기의 드라마 뿐만 아니라, 유쾌한 로코물에서도 주다해와 비슷한 여성 캐릭터는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재 주말에 방송되고 있는 '청담동 앨리스'의 한세경(문근영) 또한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다르지 않거든요.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 환경에 진저리를 치다 못한 여주인공은 결국 상류층의 남자를 유혹함으로써 인생 한 방의 역전을 노리는 신데렐라형 캐릭터르 변신합니다. 그것이 이 시대의 화두(?)인지는 모르겠으나, 비슷한 것을 보고 또 보고 또 보아야 하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할 뿐이네요. 아무리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지만, 하필이면 이 시점에서 또 이런 기획을 해야만 했을까요?

 

  

그런데도 제가 '야왕'을 아주 외면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여배우 수애 때문입니다. 단지 예쁘다는 수식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수애 특유의 기품있고 고상한 이미지를 저는 오래 전부터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드라마 '야왕'은 배우 수애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듯 싶은 예감이 듭니다. 첫째는 앞에 서술한 드라마 자체의 한계 때문이고, 둘째는 그녀 본인의 캐릭터 때문이며, 셋째는 상대역을 맡은 남자배우 때문입니다.

 

정우성과 함께 했던 '아테나, 전쟁의 여신'까지만 해도 수애의 이미지는 최고였습니다. 첫 회부터 놀라울 만큼의 고난도 액션을 시원스레 소화해 내며 강렬한 여전사로서의 반전 매력을 선보였던 수애는 원래 갖고 있던 차분하고 정적인 이미지에 역동적이고 활발한 이미지까지 더하며 팔색조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견고히 다져가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천일의 약속'부터는 그녀의 호감형 이미지가 조금씩 무너져가는 게 느껴지더군요.

 

30세의 젊은 나이로 알츠하이머라는 불치병에 걸려 처참히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었던 여주인공 이서연의 감정을 표현한 수애의 내면 연기는 훌륭했지만, 그 캐릭터 자체가 심히 비호감이었습니다. 약혼녀가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것까지는 뭐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 남자가 부르기만 하면 차를 몰고 쪼르르 달려가 그 남자와의 잠자리에 미친듯이 몰두하는 장면이 그려진 첫 회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지요. 만약 수애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가볍고 자유분방해 보였다면 그런 역할에 썩 잘 어울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면서도 일상 속에서의 수애는 여전히 단정하며 품위과 무게감을 갖춘 모습이었습니다. 솔직히 제 눈에는 '정말 깜찍하게 호박씨 까는 것' 정도로 보이더군요.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당당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던 이서연의 모습은, 그러면 그럴수록 멋있는 게 아니라 점점 더 가증스럽다고 느껴질 뿐이었어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기본 설정이 그렇다 보니 여주인공을 위해 약혼녀와 헤어지고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이서연과 결혼하고 그녀의 최후를 지켜주는 남주인공 박지형(김래원)의 사랑에도 가슴 절절한 공감이 되기보다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그들만의 사랑'이라는 느낌이 강했고, 심지어 알츠하이머에 걸려 고통받는 이서연의 모습에도 가슴아픈 동정심보다는 점점 더 히스테릭해져 가는 모습에 거부감이 더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수애의 연기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와 전체적인 설정이 대중의 공감을 얻기엔 부적절했다고 저는 생각하는 거죠. 김수현표 드라마답게 시청률은 낮지 않았지만, 신드롬을 일으키거나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수애는 가난한 여주인공 캐릭터에 맞지 않게 매번 명품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다는 이유로 '드레수애'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명도 얻었습니다. 물론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드라마의 PPL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수애가 이번에 선택한 드라마 '야왕'의 여주인공 주다해 역시 결코 호감형 캐릭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어린 시절의 불우한 설정마저도 이제는 너무 비슷한 걸 많이 봐서 지겹도록 식상할 뿐, 주다해의 악행을 희석시켜 줄 만큼의 효과가 있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고요. 남주인공의 순수한 사랑을 배신하고, 엄연히 살인죄를 저질렀으면서도 아무 죄 없는 듯 말간 얼굴로 상류층의 남자와 결혼하여 승승장구하며, 급기야 한 나라의 영부인 자리까지 꿰차는 주다해는 아무리 생각해도 비호감에 가깝지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시청자들 중 과연 몇 명이나 그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을까요? 친구의 집에서 모욕당한 후, 몰래 다이아몬드 반지를 훔쳐나와서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는 19살 소녀 주다해의 모습은 정말 섬뜩했습니다. 상처받았다고 해서 누구나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천일의 약속' 이서연은 이기적이고 호박씨(내숭)의 달인이며 히스테릭한 여자였습니다. '야왕'의 주다해는 섬뜩할 만큼 냉정하고 독한 여자입니다. 이렇게 연달아 비호감형의 여주인공을 맡는 것보다는 차라리 매력적인 악역을 맡는 편이 훨씬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게다가 최근 들어 수애는 상대역 운도 썩 좋지 않은 편입니다. '천일의 약속'이 방송될 무렵 김래원은 강남의 최고급 룸싸롱에서 폭행 시비에 휘말렸던 적이 있었죠. 김래원이 직접 여종업원을 폭행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싸움을 말리다가 오해를 받은 거라는 둥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사건은 흐지부지 묻히고 말았으나, 폭행의 진실 여부에 관계없이 김래원의 이미지는 바닥을 치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공익으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소집해제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대중의 시선은 더욱 차가울 수밖에 없었죠. 드라마 '천일의 약속'은 방송 초반부터 남주인공 김래원이 사회적 물의를 빚음으로써 심한 타격을 입었고, 여주인공 수애에게도 그 여파가 미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야왕'에서 수애의 상대역을 맡은 권상우도 대중적 호감이 높은 배우는 아닙니다. 그는 2년 전 고현정과 함께 '대물'에 출연할 당시, 뺑소니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후 자숙기간도 없이 곧바로 연기를 한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에 직면했었죠. 게다가 물론 사랑이 죄는 아니지만, 미혼 시절 수차례의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손태영과의 결혼 이후, 남자 배우로서의 스타성에 큰 타격을 입고 대중의 사랑에서 멀어져간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이미지가 바닥을 친 후, 호감도를 다시 높일만한 기회는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권상우는 또 덥석 대작드라마의 남주인공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본인이야 밑져도 본전이겠지만, 이렇게 되면 상대 여배우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지요.

 

 

권상우가 이제까지의 비호감을 덮을 만큼 소름끼치는 연기력을 갖춘 것도 아니고, 솔직히 저는 그가 연기하는 순정남 '하류'의 캐릭터에 도저히 몰입할 자신이 없으니 여주인공에게라도 몰입을 해야 하는데, 설상가상 이 드라마에서 '호감'을 담당해야 할 여주인공 주다해는 캐릭터 자체가 비호감입니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총체적 난국이에요. 수애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 판단착오가 아니었기를 바라지만, 희망의 빛은 썩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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