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소화 (1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밤이면 밤마다' 6회에는 미남배우 주상욱과 신성록이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예능감을 뽐낸 사람은 생각지도 않은 주상욱이었네요. 저는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처음 보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무척 놀랐습니다. 신성록 또한 노래실력을 비롯해서 여러가지의 매력을 지닌 인물이었으나, 최소한 이번 방송에서는 주상욱의 존재감에 확연히 밀린 것으로 보이더군요. 게다가 주상욱의 절친이라는 이종수까지 특별위원으로 초청되어 힘을 실어 주니, '밤밤' 6회는 거의 주상욱을 위한 방송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초반의 토크는 곱상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구타당한' 기억에서 출발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상욱은 7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홀어머니 ..
드라마 '선덕여왕'이 드디어 6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예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허전함이 밀려드네요. 지난 7월, 처음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선덕여왕'은 항상 단짝 친구처럼 제 곁에 있었습니다. 이제껏 다른 드라마를 시청할 때에는 이토록 깊이, 적극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마다에게 몰입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선덕여왕'은 그토록 특별한 드라마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애정이 쌓여 갔고, 주인공만이 아니라 다른 인물들조차도 모두 친밀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중 한 캐릭터는 이제껏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인물이었는데, 최종회에서야 비로소 제 눈에 들어오더군요. 언제나 소중함은 떠난 이후에야 깨닫게 되는 걸까요? 이렇게 말해놓고 나니 왠지 또 슬퍼지려고 합니다..
미실(고현정)이 하차한 후로 서서히 바람이 빠져가는 풍선처럼 안타까운 드라마 '선덕여왕'... 그 중에서도 제가 보기에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설원랑(전노민)입니다. 물론 시위부령이라는 직책을 가졌으면서도 억울하게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야 했던 알천랑(이승효)도 있지만, 적어도 그는 '덤으로 사는 인생'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비담의 난'이 일어나면 유신의 편에 서서 듬직한 역할을 해줄 거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설원랑의 모습은 간신히 숨이 붙어있는 임종 직전의 상태로 수십년을 연명하는 것처럼 답답합니다. 아무리 다시 생각해 봐도 설원은 미실과 함께 떠났어야 했습니다. 후사를 돌보아 달라는 미실의 당부를 거역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살아남았다 해도, 머지않아 미실의 뒤를 따라갔어야..
유신랑(庾信郞), 당신은 내 어릴 적 꿈을 알고 있나요? 나는 카탄 아저씨를 따라서 로마에 가고 싶었습니다. 자유롭게 넓은 세상을 떠돌며 많은 것을 보고 싶었지요.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배우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물론 나를 구하려고 연기를 들이마셔서 얻게 된 우리 엄마 기침병도 고쳐주고 말이예요. 나는 그렇게 자유로운 삶을 꿈꾸었습니다. 그렇게 떠돌다가 저 멀리 서역 어디에선가 당신을 만났다면, 우리는 아무 거리낌없이 사랑할 수 있었겠지요? 어린 시절의 나는 두려움도 눈물도 모르던 아이였습니다.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그 모두가 내게는 즐거운 호기심의 대상이었을 뿐이예요. 나의 앞날은 희망과 행복으로 가득차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지요. 나는 그렇게 철모르고 용감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칠숙랑, 당신보다 내가 먼저 떠나게 되었네요. 나는 오히려 당신에게 미안해져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 아파하지 마세요. 당신은 사막의 모래구덩이에서 나를 살려주었고, 이젠 나의 마지막 길에 또 하나의 커다란 선물을 주었네요. 당신이 더 이상 내 딸 덕만이를 추격하지 않고 놓아준 것은, 나의 시신을 넘겨줄 사람이 그애밖에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것으로 충분해요. 운명은 내게 그리 가혹하지만은 않았어요. 나는 당신 덕분에 지키고 싶은 것을 지켰고, 그래서 편안히 눈을 감았어요. 살아남은 덕만이가 계림의 좋은 왕이 되어 줄 거라고, 그래서 나처럼 힘없고 약한 백성들을 든든히 지켜 줄 거라고 믿으며 떠날 수 있었으니까요. 나를 믿어서 혈육을 품에 안겨주신 폐하가 계셨고, 수십년..
나 칠숙(柒宿)은 단순한 사내라오. 복잡한 생각은 할 줄 모르오. 마치 갓 부화된 오리새끼가 처음 눈에 띈 것을 어미라고 생각하며 따라다니듯, 처음 배운 것만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무조건 따르며 살아왔을 뿐이오. 내 평생 배운 것이라고는 무예가 전부였고, 아는 것이라고는 주인을 섬겨야 한다는 것 하나뿐이었소. 어쩌다가 미실궁주의 은혜를 입어 그녀를 주인으로 섬기게 된 후, 나는 다른 생각 없이 그녀의 뜻만을 따라 살아왔지요. 내게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며 아무런 고뇌도 회한도 없었소. 당신을 만나기 이전까지는 말이오. 아기 덕만공주를 안고 도망치던 당신은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듯 가냘픈 계집아이였소. 내 눈에 비친 당신의 모습이 너무도 연약했기에 나는 당신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요. 그러..
오늘 밤이면 '선덕여왕' 39회를 시청할 수가 있겠군요. 지난번에 '선덕여왕, 완전 소중한 남성 캐릭터 열전' 을 포스팅한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오늘은 또 한 번 '내맘대로 순위'를 매기며 여성 캐릭터들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취향에 따라 매겨진 것이니 순위에는 너무 개의치 마시기 바랍니다...^^ 1. 미실 - 절대 카리스마, "저 미실입니다..." '선덕여왕' 최고의 여성 캐릭터를 고현정이 연기하고 있는 미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저 외에도 무척 많으실 것 같습니다. 아마 거의 대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제목은 선덕여왕이지만 사실 훗날의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공주의 캐릭터는 아직도 완벽히 살아나지를 못하고 있지요. 초반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려진 미실의 아성을 위협하려면 솔직히 아직..
내 딸 덕만공주와 사막에서 헤어지고 난 후, 몇 년간이나 칠숙랑(柒宿郞) 당신과 함께 지내면서 나는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군요.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힘이 무엇인지를 말이예요. 당신의 강인한 생명력이 그 모래더미 속에서 결국 나를 구해냈으니, 나 또한 그 힘의 신세를 졌다고 볼 수 있지 않겠어요? 나는 한동안 덕만이가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었지요. 아시나요? 사람은 말이지요. 자기가 꼭 지키고 싶은 것 하나만 있어도 그걸 붙잡고 살아갈 수 있거든요. 내게는 덕만이가 그런 존재였어요. 나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시녀로 입궁해서도 심부름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언제나 넘어지고 뒤집어 엎으며 사고를 쳤지요. 백정(伯淨)왕자님을 처..
'선덕여왕' 33회는 비담(김남길)을 위한 챕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생각보다 좀 빠르고 쉽게 비담은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놈의 출생 때문에 몇달간을 부들부들 떨며 삽질하던 덕만공주(이요원)와는 달리 눈부신 속도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거친 날개짓을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살포시 피어나는 멜로 라인들이 눈에 보이는데, 현재로 봐서는 양쪽 다 비극으로 치달을 듯 싶어서 안타깝기만 하네요. 첫번째 멜로라인은, 유쾌하기는 하지만 몹시 생뚱맞은 죽방(이문식)의 소화(서영희)를 향한 연정(戀情)입니다. 죽방과 고도(류담)는 이미 소화와 더불어 좁아터진 헛간에 함께 갇힌 상태로 몇달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물론 그때는 제정신도 아니었고 이루 말할 수 없이 꾀죄죄한 몰골이긴 했지요..
오늘 밤이면 '선덕여왕'을 볼 수 있겠네요. 그 생각을 하니까 기다리는 시간조차 왜 이리 지루할까요? 기다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지극히 주관적 기준으로 매겨진 인기순위 캐릭터 열전이나 끄적거려 볼까 합니다. 제가 여성이다보니 아무래도 남성 캐릭터 쪽에 훠얼씬 눈길이 가는지라 (-_-;;) 여성 캐릭터는 난중에 난중에 생각해 보기로 쭈욱 밀어놓고 우선 귀염둥이(?) 남성 캐릭터들 먼저 한 명씩 찰칵찰칵 떠올립니다. 1. 매혹(魅惑) 비담 (김남길) 대한민국 여성 중에서 현재 비담의 매력에 푹 빠져 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ㅋㅋ 저는 남들이 다 좋아하는 것은 오히려 안 좋아하고, 나 혼자서만 좋아하는 누군가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어하는 독특한 성격이지만 유독 이 비담이라는 인물의 매혹은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