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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움터오는 비극적 멜로의 기운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선덕여왕' 움터오는 비극적 멜로의 기운들

빛무리~ 2009. 9. 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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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33회는 비담(김남길)을 위한 챕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생각보다 좀 빠르고 쉽게 비담은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놈의 출생 때문에 몇달간을 부들부들 떨며 삽질하던 덕만공주(이요원)와는 달리 눈부신 속도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거친 날개짓을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살포시 피어나는 멜로 라인들이 눈에 보이는데, 현재로 봐서는 양쪽 다 비극으로 치달을 듯 싶어서 안타깝기만 하네요.


첫번째 멜로라인은, 유쾌하기는 하지만 몹시 생뚱맞은 죽방(이문식)의 소화(서영희)를 향한 연정(戀情)입니다. 죽방과 고도(류담)는 이미 소화와 더불어 좁아터진 헛간에 함께 갇힌 상태로 몇달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물론 그때는 제정신도 아니었고 이루 말할 수 없이 꾀죄죄한 몰골이긴 했지요. 하지만 형제처럼 지내던 동료 덕만의 어머니인 만큼 죽방과 고도는 그저 윗어른으로서 깍듯이 대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정신이 돌아오고 머리도 깨끗하게 빗고 말도 하게 되었다 하여 갑자기 어머니처럼 모시던 분이 갑자기 여자로 보인다는 건 너무 신빙성이 없지요. 물론 남녀간에 끌리는 감정이야 이론으로 따질 수 없다고는 해도 말입니다. 하지만 원화들에게 치근덕거리며 실속없는 껄떡쇠 캐릭터로 일관하던 죽방이 모처럼 한 여자에게 진지한 모드로 돌아서는 모습은 보기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제 올렸던 포스트 "선덕여왕, 완전 소중한 남성 캐릭터 열전"  에서 제6위를 차지했던 '연민 칠숙' (안길강)공은 비록 33회의 등장씬은 적었으나 소화, 죽방과 더불어 귀여운 삼각관계 형성에 큰 역할을 담당해 주셨으므로, '신비 문노' (정호빈) 공의 제5위를 살짝 넘보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죽방의 연정은 칠숙과 소화 두 사람만의 에피소드로 꾸려가기에는 심심하고 밋밋하니까 살짝 끼워넣게 된 것 같아요. 하여튼 그 동안 어려운 문제까지 척척 풀어가면서 이곳저곳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이 하시더니만 이젠 멜로분야에까지 감초 역할로 진출하시는 죽방 형님, 수고 많으십니다.

사막까지 쫓아와 자기를 죽이려 했던 칠숙을 기억하는 덕만공주의 눈빛이야 고울 수가 없겠지요. 그렇다고 소화가 "그 이후 제 목숨을 살려주었고 무척 잘해주었습니다. 이제 칠숙랑은 저에게 은인이며... 또한 제가 마음에 품은 사람입니다." 라고 공주에게 말할 리도 없고 말이지요. 사실 소화에 대한 덕만의 애정도로 보았을 때는 솔직히 털어놓으면 이해해 줄 것 같기도 한데...ㅎㅎ (이건 너무 솔직하고 직선적이고 계산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제 성격대로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구요..;;) 그렇게 되면 칠숙이 완전히 미실(고현정)에게 등을 돌리고 소화를 따라 이쪽 진영으로 와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가 않겠지요. 미실에 대한 칠숙의 마음은 두려움과 충성심이 뒤섞여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강력한 것이니까요. 지금 이들의 삼각 멜로라인은 산뜻하고 귀엽게 전개되어가고 있지만, 앞날은 결코 평탄치 못할 터이니 벌써 안스러워지고 있는 중입니다.



두번째 멜로라인은 역시 우리의 완소 비담입니다. 
비담이가 덕만공주에게 강하게 이끌리고 있다는 점은 벌써부터 눈치챘던 터입니다. 9월 2일자의 포스트 "덕만에게 홀딱 반해버린 비담... 운명일까?" 에서 이미 언급을 했었죠. 그런데 이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비담은, 자기가 공주에게 딴 마음을 품어서 안될 것도 없는 신분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 동안 자기의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확연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덕만공주와 자기의 운명이 심상찮은 인연의 끈으로 얽혀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충격과 더불어 자기의 속마음도 어렴풋이 자각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제 비담에게 있어 덕만공주는 이루어야 할 꿈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녀와의 결합에 성공하면 비담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거예요. 사랑도 얻고 임금도 되고 말이죠.


이 부분은 아주 매력적인 에피소드이기에 이토록 빠르게 전개되어 가기를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좀 더 천천히, 완벽한 포석을 깔고 비담의 감정선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기를 바랬었죠. 하긴 앞으로도 충분히 보여줄 수는 있겠네요. 아직까지 감정을 노골적으로 터뜨린 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느닷없이 비재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하더니 덕만을 찾아가 "공주님이 원하시는대로 될 겁니다. 유신랑이 풍월주가 될 거예요." 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녀에게 거침없이 저벅저벅 다가서고 있는 비담의 결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아마도 결승까지 올라가기 전에 비담이 보종을 상대하여 승리를 거두지 않을까 싶네요. 결승에서는 유신에게 져 주지 않을까 싶구요. 그 이후에는 어떻게 자기 계획을 추진해 나갈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무척이나 다이내믹하여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드는 제 마음의 서열 1위 매혹 비담입니다.

그런데 지금으로 봐서 덕만공주가 비담에게 남자로서의 애정을 느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너는 나를 여자로 보아 주는구나" 하고 환하게 웃긴 했지만 그건 단순한 고마움의 표시일 뿐이예요. 여자가 저 정도의 말을 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예의상으로 그럴 수도 있고 배려심으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미실의 아들이라는 점 등등 다른 걸림돌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공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그 결정적 이유 때문에 비담의 꿈은 좌절될 것 같습니다. 고기만 보면 눈이 뒤집혀서 살인도 불사하는 비담이가, 고기보다 훨씬 좋아하고 원했던 자기의 사랑과 야망을, 생전 처음으로 꿈꾸어 본 그 대상을 가질 수 없게 될 터이니, 이 멜로라인의 결말도 어차피 비극으로 예정되어 있겠지요.


문노공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인품과 능력 면에서 거의 완벽한 양반이신데, 실수하게 된 이유는 미실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예요.

처음에 문노는 귀여운 아기 비담을 키우면서 진지왕의 핏줄이라는 것에만 집중했었던가봐요. 진지왕의 부탁으로 맡게 되었으니 그 책임을 다해야 했을 테고, 덕만과 혼인시켜 부마의 자격으로 왕위에 오르게 만들 생각까지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해맑게 웃으며 수십명의 사람들을 독살시켰노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꼬마 비담을 보면서 그 핏줄의 절반은 미실의 것임을 문노공은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린아이여서, 그래서 더 무서웠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몰랐다." 문노의 이 독백은 그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미실을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누구의 아들인지 몰랐다면 그 이후로 계속 제자인 비담을 경계하며 거리를 두고 살아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아비로부터 부탁을 받았으니 책임은 다해야겠고, 키우기는 하겠는데 그 어미를 생각하니 소름이 끼치고... 뭐 이런 진퇴양난이었겠죠.
고기도 못 먹게 하고 맘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게 하고 이것도 저것도 다 못하게 하면서 그 강렬한 기운이 삐져나오지 못하도록 막으려 엄하게만 키웠으나, 도대체 먹히지 않는 교육방침 때문에 속은 속대로 썩으면서... 문노공도 얼마나 고충이 크셨을까요?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실수였습니다. 핏줄보다는 애정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인 것을, 미실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 한동안 잊고 살았던 문노공은 이제와서 후회해보지만 소용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가슴을 쥐어뜯으며 통곡하는 비담의 모습에서는 차라리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안 그러던 아이가 저렇게 울어버릴 때는 그 가슴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감정을 이입하다보면 내 가슴도 터져버릴 것 같아서 일부러 이입하지 않으려고 기를 썼습니다. 어서 눈물을 닦고, 떨치고 일어나라고만 속으로 외쳤습니다.
우리 예쁜 비담이는 역시 오래 주저앉아 울고 있지 않더군요. 이렇게 하는 짓이 모두 기특하기만 합니다.(응?) 비재가 벌어지는 연무장으로 날듯이 뛰어가 당당하게 선전포고를 하는 그의 결단이 다시 오늘을 기다리게 하네요...^^

  보너스 1 : 월야 공, 잠시나마 오랜만에 뵙게 되어 반가웠어요.


 보너스 2 : 춘추야, 너 오늘은 정말 제대로 나오는거지? 누나 목 빠졌다, 벌써..-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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