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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우리 죽방이가 답을 맞힌 거야?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선덕여왕, 우리 죽방이가 답을 맞힌 거야?

빛무리~ 2009. 9. 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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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말 그대로 그물이야, 그물... 어부가 고기를 잡듯이 화랑 낭도들이 신라의 그물이 되어서 백제 놈이고 고구려 놈이고 싹 다 잡아들이라는 거지."


놀랍습니다. 입에 담기조차 두려워할만한 엄청난 대업(大業)이요, 당대의 내노라하는 두뇌들이 단체로 골머리를 썩고 있으며, 미실이 장담하기를 그 누구도 맞히지 못할 거라 했던 그 문제의 답을 우리의 죽방 형님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맞혀 버리시는군요. 신라(新羅)라는 국호의 세번째 뜻 말입니다.

덕업일신(德業日新) 망라사방(網羅四方) 

덕업일신(德業日新)에서 신(新)을 취하고, 망라사방(網羅四方)에서 라(羅)를 취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라 하니(삼국사기) '새로운 그물'이라, 알고 나서 보니 매우 노골적인 국호로군요. 첫째 무력을 증진하고, 둘째 신흥세력을 키워서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목표는 사방을 망라하는 것, 즉 삼국통일이었습니다.

삼국통일을 하려면 전쟁을 일으켜야 하고, 이는 백성의 피를 전제로 하며, 그 결과는 세력 확장과 왕권 강화인데 이것을 야욕이 아니라 덕업(德業)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지만, 당시 약소국가로서 끊임없이 외침(外侵)에 시달리며 불가피하게 크고 작은 전쟁을 치러야만 했던 신라로서는 삼국을 통일하여 강력한 국가를 형성하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는 백성을 위하는 덕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미실은 진평왕의 황후가 됨으로써 스스로 왕의 권력을 취하고자 하였으나 때 맞춰 등장한 마야황후로 인해 그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되지요. 이제 진흥왕의 유훈이고 뭐고 미실에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고 왕권이 강화되면 자동적으로 자기의 지지기반인 귀족 세력이 약화되므로, 미실은 그것을 막기 위해 지증왕으로부터 진흥왕까지 전해졌던 국호의 세번째 의미를 국사(國史)에서 지워버리고 맙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역사를 왜곡하는 그 담대함이라니 역시 대단한 여장부입니다. 당시 국사를 편찬하던 거칠부는 그런 미실의 야욕에 항거하다가 끝내 죽음을 맞게 되지요.

국선 문노는 처음부터 진평왕의 편에 서서 덕만을 구해주는가 싶었는데, 원래는 그렇지 않았나봅니다. 미실에게 은근히 신세를 진 것도 많았구요. 그러나 진흥왕의 유시를 받들었고, 장인인 거칠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미실에게 항거하는 세력으로 돌아선 것 같군요.


이름도 쟁쟁하던 국선 문노가 황궁 무협액션극을 펼치며 화려하게 궁에 귀환하여 처음으로 벌이는 사업이 바로 화랑의 비재를 주관하는 것이며, 그 비재의 두번째 문제의 답이 바로 '덕업일신 망라사방'인데 덕만과 유신이 이것을 풀어가는 과정 또한 무척 흥미롭습니다. 열쇠는 거칠부공이 진평왕에게 남긴 마지막 서찰 안에 들어 있었지요.

마방진(魔方陣)이라는 용어는 원래 수학에서 쓰이는 것으로 자연수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나열하여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배열된 각각의 수의 합이 전부 같아지게 만든 것인데, 이것을 문자에 대입시켜 문자마방진 놀이를 하셨던 거칠부공의 재치와 영민함은 흠모할만한 수준이셨군요. 이것에 착안한 덕만공주가 언뜻 평범해 보이던 서찰의 내용을 마방진으로 해석하자 소엽도의 이름이 이끌어져 나옵니다.

이어서 소엽도를 관찰하던 김유신은 거칠부가 남겨놓은 세필(細筆)을 발견하게 되지요. 대체 거칠부는 언제 소엽도에 세필을 남겼던 걸까요? 진흥왕께서 후손에게 물려주기 전에 거칠부공에게 잠시 맡겨서 새겨넣도록 했던 걸까요? 놀라운 혜안이셨군요. 덕분에 미실에 의해 파묻힐 뻔했던 진흥왕의 뜻은 고스란히 후손에게 남겨지게 되었군요. 소엽도라는 소품의 쓰임새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합니다.


선뜻 확대경을 꺼내어 들고 소엽도의 세필을 살피는 덕만... 그 시절에 저토록 성능 좋은 확대경이 있기는 했을까요? 신기하네요..^^

지증왕과 진흥왕이 꾸었던 불가능한 꿈은 이렇게 후손인 덕만공주에 의해 그 윤곽을 드러내게 됩니다. 덕만공주는 과연 개양자로서 자신의 책무를 차근차근히 그리고 용감하게 수행해나가고 있군요. 예전에 너무 오랫동안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삽질하던 것을 회상해보면 언제 그랬었나 싶을 정도예요. 지금의 우리 여왕님을 보는 마음은 매회 흐뭇하기만 합니다.

*******

덧글1: 그나저나 우리 죽방은 정말 대단합니다. 은근히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인재 중의 인재예요.^^
 

덧글2: '선덕여왕'에는 매혹적인 멜로 라인이 없어요. 그 와중에 모처럼 칠숙과 소화 커플이 눈에 띄네요. 칠숙은 언제부터 소화를 사랑하게 되었던 걸까요? 연민이 사랑으로 변한 것 같지요? 그리고 소화는 칠숙이 자기를 따뜻하게 보살펴 주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고마운 마음에 약간은 흔들리는 것도 같구요. 하지만 서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게 되면서 적대 진영에 놓이고 말았으니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도 스쳐 지나갈 때마다 서로를 애달픈 눈빛으로 바라볼 것 같아요.


덧글3: 비담은 문노와 소화의 대화를 듣고 자기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죠. 덕만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을 요구했던 자아찾기가 비담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닌가봐요. '덕만공주와 혼인할 수도 있었던 자기의 신분'이 결코 범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자기가 왕위를 넘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민 따위는 필요없어요. 그저 훨훨 날며 무조건 돌진만 하면 됩니다.
예상보다 너무 빨리 자기의 정체를 알게 될 것 같고, 너무 빨리 야욕을 드러내는 섬뜩한 모습은 저에겐 상당히 의외였어요. 한동안 로맨틱(?)한 모습을 좀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도 했었는데... 어린 시절, 그 많은 사람을 자기가 죽였노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스승에게 말하던 그 해맑은 얼굴을 떠올리니 아무래도 덕만과의 멜로 라인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하여튼 계속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예쁜 캐릭터 비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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