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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건 말 그대로 그물이야, 그물... 어부가 고기를 잡듯이 화랑 낭도들이 신라의 그물이 되어서 백제 놈이고 고구려 놈이고 싹 다 잡아들이라는 거지." 놀랍습니다. 입에 담기조차 두려워할만한 엄청난 대업(大業)이요, 당대의 내노라하는 두뇌들이 단체로 골머리를 썩고 있으며, 미실이 장담하기를 그 누구도 맞히지 못할 거라 했던 그 문제의 답을 우리의 죽방 형님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맞혀 버리시는군요. 신라(新羅)라는 국호의 세번째 뜻 말입니다. 덕업일신(德業日新) 망라사방(網羅四方) 덕업일신(德業日新)에서 신(新)을 취하고, 망라사방(網羅四方)에서 라(羅)를 취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라 하니(삼국사기) '새로운 그물'이라, 알고 나서 보니 매우 노골적인 국호로군요. 첫째 무력을 증진하고, 둘째 신흥세력을 키워서..
"왕이 될 사람은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쉽게 하는 거 아니다." 어쩐지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비담은 공주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그 자유분방한 눈빛 속에 진지함이 깃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쌍해서 도와주고 싶다고 스승에게 말했었다. 그러나 반드시 연민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 운명적으로 끌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이제와 생각하니 소화에게 안겨 피신해 온 아기 덕만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고사리 손으로 아기의 이마를 쓰다듬던 어린 비담의 모습부터가 그리 범상치는 않았었다. 그리고 마침내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그 순간 일식이 일어나면서, 덕만공주의 엄청난 존재감은 비담의 머리와 가슴을 온통 뒤덮고 말았다. 완전히 반해버린 거다. 타인의 놀라운 능력이나 매력을 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