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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번 주 '불후의 명곡'은 '전설의 포크 듀오' 특집으로 이루어졌다. 어릴 적부터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통기타 선율과 포크 음악을 좋아했던 나에겐 더없이 반가운 기획이었다. '트윈폴리오'의 윤형주, '4월과 5월'의 백순진, '해바라기'의 이주호가 함께 전설로 출연했는데, 오프닝 무대는 그들 세 명이 함께 부르는 '사랑의 시'였다. '해바라기'의 수많은 노래 중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이지만 나는 역시 포크매니아(?)답게 매우 잘 알고 좋아하는 노래였는데, 오랜만에 이주호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통기타 전주를 듣는 순간부터 온 몸에 전율이 일기 시작했다. "사랑의 시간으로 떠나요~♬" ..... 맞다, 정말 사랑의 시간으로 떠나는 기분이었다. 서로 다른 팀에 속해 있다 보니 한 무대에 서서 함께 노래해..
새로 시작하는 월화드라마 중 일찌감치 '사랑비'를 정해 놓고 기다리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남주인공 '서인하'의 캐릭터였습니다. 여성 시청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멜로드라마의 특성상 남주인공의 캐릭터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또래 남자 배우들 중 최강으로 손꼽히는 장근석의 안정적인 연기력이 더해진다면 진짜 멋있을 듯 싶었거든요. 게다가 상대역인 윤아는 외모에서부터 순정만화 여주인공의 모습 그대로이니, 저는 오랜만에 복고풍 정통 멜로에 푹 젖어들 생각을 하며 벌써부터 약간 설레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이런 종류의 감성 멜로 드라마를 볼 수 없었기에, 2006년 '봄의 왈츠' 이후 6년만에 재결합한 오수연 작가와 윤석호 PD가 다시 한 번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기를 소망하고 있었지요. 일단 미적(美的) 감각..
이번 주 '해피투게더'는 작곡가(윤종신)와 그의 고객들(성시경, 케이윌, 장재인)을 초대하여 작은 음악회 비슷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놀러와'의 '세시봉' 특집처럼 음악과 예능이 적절히 조화된 분위기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주 선호하는 분위기였지요. 언젠가부터 음악적인 열정 외에는 모든 것을 (자존심 포함) 내려놓은 듯한 윤종신의 소탈함이 돋보였고, 장재인의 독특한 스타일로 감상하는 '트러블메이커'도 정말 좋았습니다. 윤종신의 '본능적으로'에 맞춰서 MC들과 G4가 "워우 워우워어~"를 떼창하는 모습도 흥겨웠고, 작사 천재 윤종신을 따라해 보자는 뜻에서 마련한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놀이도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환생'의 첫 부분을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라고 바꿔버린 박미선의..
평소 아이돌의 음악을 즐기지 않는 저로서는 그들을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회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입니다. 물론 2AM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음악보다 예능적인 끼와 유머감각 등을 보면서 호감을 갖게 되곤 했지요. 1세대 아이돌 중에서 대표적인 예능돌이 바로 신화였습니다. 제가 그들을 처음 본 것은 2004년 가을, SBS의 토요일 저녁 예능으로 '강호동의 연애편지'가 신설되었을 때였어요. 남성 출연자들은 신화 멤버 6명과 신정환, 천명훈까지 합쳐서 8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중에는 여성 출연자도 인원수가 똑같이 맞춰졌지만 초반에는 1명뿐이었지요. 그 날의 여성 출연자는 완전히 공주 대접을 받으면서 남성 출연자들을 저울질하다가 마지막엔 최고의 남성으로 한 명을 선택하면 되는 거..
사실 '밤이면 밤마다'에는 MC가 너무 많습니다. 워낙 많다 보니 별로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 MC도 꽤 많습니다. 애프터스쿨의 유이와 씨엔블루의 정용화는 비주얼 담당 정도로 보면 되겠고, 김제동과 빅뱅의 대성은 군데군데 웃음을 뿌려주는 양념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세 명의 아이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MC로서 꽤 능력있다고 생각해 온 김제동조차도 이 프로그램에서는 존재감이 아주 미약합니다. 그렇다고 탁재훈과 박명수가 이 사람들을 이끌며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느냐 하면, 별로 그렇지도 못합니다. 대충 정리해 보자면 일단 탁재훈과 박명수를 메인 MC로 삼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니까 주변에 무려 4명이나 포진시켜 두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포맷입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지..
'놀러와'의 세시봉 특집을 계기로 조영남의 TV 출연이 잦아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이경실과 함께 '밤이면 밤마다'에도 나왔었고, '무릎팍 도사' 이장희편에도 특별출연으로 얼굴을 비추더니만, 이제는 예고했던 대로 '무릎팍 도사'의 메인 게스트로 출연했군요.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조영남의 이미지가 약간이나마 대중적 비호감의 늪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놀러와'에서도, '밤밤'에서도, '무릎팍'에서도 제가 조영남을 보며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그의 모습이 행복해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에 비해 동안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 조영남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별로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무척 많이 늙었고, 굳이 일부러 겸손하려고 할 필요도 없이 작고 초라해 보..
지난 번 '세시봉 친구들' 출연 당시의 방송이 너무도 완벽한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기에, 간절히 다시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막상 또 다시 접하게 되니 그 때만큼의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번 '놀러와' 출연 이후 쏟아지는 섭외 요청에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들의 근황도, 물론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그들은 신인가수도 아니고 수십년간 늘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없이 활동해 온 원로가수들인데, 냄비처럼 끓어오르는 대중의 팬심에 의해 그들이 생활이 좌지우지된다는 현실이 왠지 좀 슬프게 느껴졌달까요. 토크 위주로 꾸며졌던 지난 방송과 달리 '콘서트' 형식을 선택한 이번 방송에서는, 그들이 '세시봉'에서 활동할 당시에 불렀던 올드 팝송..
'놀러와 - 세시봉 친구들'은 음악과 토크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감동과 재미를 자아냈던 최고의 방송이었습니다. 나이로는 큰형이지만 철들지 않는 이미지로 인해 동생들의 구박을 받던 조영남은 아슬아슬한 민폐형이면서도 자유로움에 대한 향수를 묘하게 자극하는 면이 있더군요. 송창식도 그에 못지 않게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조영남이 보다 세속적이라면 송창식은 훨씬 기인적이고 속세를 떠난 신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언제나 밤 9:30에 점심식사를 하고 새벽 2:00에 저녁식사를 하는 송창식과 40여년을 친구로 지내 온 윤형주에게 어떤 지인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합니다. 그리고 63세의 막내 김세환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미소로 자리를 편안하게 해 주었지요. 그런데 '세시봉 친구들' 모임을 단순한 음악회처..
추석 특집으로 제작된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에서 날쌘돌이 조권은 당당히 2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육상의 꽃이라 불리우는 100m 달리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보이며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400m 계주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출전하여 자기 팀에게 금메달을 선사했지요. 그는 완벽한 승리자였고 영웅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유난히 가냘픈 체격 때문에 좀 약해 보였던지라, 저는 그가 2PM의 택연이나 에이트의 이현보다 뒤처질 거라고 예상했기에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출발 신호가 터지고 신들린 듯 질주하여 삽시간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조권의 모습을 보니, 저는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더군요. 쏜살같이 달리는 그는 굉장히 강인해 보였고, 가냘픈 체격 때문인지 사람이 아니라 날아다니는 정령(精靈)처럼 신비스러웠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