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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10월 3일의 '런닝맨'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예능의 하늘 높이 떠 있는 유재석이라는 태양이 아직은 서쪽으로 기울어질 기미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방송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몇 시간 후 "달리기만 하는 런닝맨, 재미와 감동 상실, 돌파구는 무엇?" 이라는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떴더군요. 그 내용은 유재석이 '런닝맨'에서 달리는 것 외에는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폄하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는 법이지만, 솔직히 어떻게 유재석의 투혼을 보고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런닝맨'이 초반의 부진을 극복하고 재미있어지기 시작한 것은 '방울 숨바꼭질' 게임이 활성화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우선 곳곳에 숨겨져 있는 미션 물품..
'놀러와 - 세시봉 친구들'은 음악과 토크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감동과 재미를 자아냈던 최고의 방송이었습니다. 나이로는 큰형이지만 철들지 않는 이미지로 인해 동생들의 구박을 받던 조영남은 아슬아슬한 민폐형이면서도 자유로움에 대한 향수를 묘하게 자극하는 면이 있더군요. 송창식도 그에 못지 않게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조영남이 보다 세속적이라면 송창식은 훨씬 기인적이고 속세를 떠난 신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언제나 밤 9:30에 점심식사를 하고 새벽 2:00에 저녁식사를 하는 송창식과 40여년을 친구로 지내 온 윤형주에게 어떤 지인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합니다. 그리고 63세의 막내 김세환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미소로 자리를 편안하게 해 주었지요. 그런데 '세시봉 친구들' 모임을 단순한 음악회처..
'남자의 자격' 사상 최대의 미션이었던 '하모니'가 드디어 8주간의 대장정 끝에 막을 내렸습니다. 도저히 말로는 그 감격을 표현할 수 없어서, 그들도 울고 저도 울었습니다. 날마다 똑같이 고되고 답답한 일상 속에서 마음에 쌓였던 응어리와 찌꺼기들은, 합창이 끝난 후 뜨겁게 넘쳐흐르던 눈물로 말끔히 씻겨 내려갔습니다. 그저 아름다웠다는 말 외에는 아무런 수식어도 필요치 않은, 완벽한 하모니였습니다. 그들은 헤어지면서 좋은 스승이셨던 박칼린 감독에게 선물을 드렸습니다. 합창단원들의 마음을 담은 사진들과, 찬란한 미래를 기원하는 지휘봉이었습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요? 주는 이에게나 받는 이에게나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물론 함께 수고해 주셨던 최재림 선생님과 반주 선생님들께도 고마운..
이제 바야흐로 수목드라마 대전(?)이 다시 시작되려 합니다. KBS에서는 '제빵왕 김탁구'의 후속으로 '도망자'가 9월 29일부터 방송될 예정이고, SBS에서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후속으로 '대물'이 그보다 일주일 뒤인 10월 6일부터 방송될 예정이지요. 한쪽에는 MBC의 '장난스런 키스'가 있지만, 현재 너무 낮은 시청률로 허덕이고 있는 데다가 마땅한 해결책도 없어 보이네요. 그렇다면 '여친구'가 끝난 후로는 본격적으로 '도망자'와 '대물'의 대결이 될 텐데, 어쩐지 이 새로운 드라마들을 맞이하는 마음이 썩 즐겁지 않습니다. 우선 '도망자'는 로맨틱 코믹 탐정 액션물로 비(정지훈), 이나영, 이정진, 다니엘 헤니 등이 출연합니다. 소재도 약간은 신선하게 느껴지고,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컴백하는 ..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에게 있어 '1박2일 - 지리산 둘레길' 편은 솔직히 지루함 그 자체였습니다. 예전에는 멤버들이 일반인들과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그림이 더없이 정겹고 따뜻하게 다가왔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마저 식상하더군요. 제각각 흩어져서 다니다 보니, 이쪽 저쪽에서 거의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들은 주야장천 힘들게 걷다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친한 척을 했지요. 내용이라고는 거의 그게 모두였습니다. '남자의 자격'에서 감동을 담당한다면 상대적으로 '1박2일'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담당해 주어야 지루함을 막을 수 있는데, '지리산 둘레길' 편에서는 웃음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서 잘못된 방법을 선택한 그들의 어리석음은 그저 한..
'남자의 자격 - 하모니' 다섯번째 방송은 잠시도 저의 눈과 귀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어찌나 집중했는지 방송을 다 보고 나니까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어요. 놀랍게도 이 명품 예능은 그 한 자락에 충분한 웃음과 눈물을 함께 쓸어담고 있었습니다. 솔로 선정의 결과나 합창대회의 결과는 미리 흘러나온 스포에 의해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에는 특히, 과정이 중요할 뿐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서 흘러넘치는 열정과 감동에 우리는 그저 빠져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1. 웃음 - 아저씨들의 율동, 그 전율스러운 귀여움에 대하여 더욱 완벽에 가까운 하모니를 이루기 위하여 그들은 MT를 떠났습니다. 춘천으로 향하는 버스 ..
'남자의 자격 - 하모니'는 예상대로 최고였습니다. 그 넘치는 감동의 중심에는 박칼린, 그녀가 있었지요. 박칼린은 그 존재 자체가 마치 음악의 혼(魂)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어떤 사람을 가리켜서 전문가라고 불러야 하는지의 좋은 예를 제시했으며,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어떤 사람인지도 명확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브라운관을 뚫고 넘쳐 흐르는 그녀의 카리스마에 흠뻑 젖어드는 것은 정말 기분좋은 일이었습니다. 소프라노 솔로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배다해와 선우의 대결 또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지요. 두 사람 모두 소름끼칠 만큼의 가창력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자랑하는데, 저로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더군요.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황홀하고 좋았다는 점과,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모든 사람이 박칼린의 뜻을 존..
'신데렐라 언니'의 구대성(김갑수)이 '국민아빠' 였다면 '제빵왕 김탁구'의 팔봉 선생(장항선)은 '국민스승' 이라고 할만했습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젊은 주인공의 곁에서 더없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며 인생의 멘토가 되어 주던 이 성스러운 인물들은 그 존재감만으로도 가슴을 꽉 채워 주었지요. 이제 팔봉 선생이 불현듯 세상을 떠나고 보니 저절로 구대성의 서글펐던 최후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두 사람의 죽음은 그들의 삶 만큼이나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그래도 팔봉 선생은 구대성보다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구대성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아들처럼 아끼던 홍기훈(천정명)이었으나, 산소호흡기를 달고 병원으로 실려가던 엠블런스 안에서 구대성은 "괜...찮...다..."는 최후의 한 마디로 그를 용서했습니다. 팔봉 선생을..
2009년 3월, '남자의 자격'이 야심차게, 그러나 불안하게 출발할 당시 '1박2일'은 이미 최고의 예능이었습니다. 최소한 '1박2일'에 피해는 주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었다고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방송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태원은 그 무렵 지인에게 말하길, 내가 예능에 고정 출연을 하는데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를 목표로 출발한다 했더니 "101가지는 무슨... 11가지만 해!" 라는 말을 들었다더군요. 예능의 대부 이경규가 총대를 메고 있었지만 그 자신조차 그 무렵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었고, 터줏대감으로 있던 M본부의 '일밤'을 떠나 같은 시간대의 경쟁사 프로그램으로 전격 컴백한 상황이었으니 만큼, 안정적이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저의 기억으로는 '전투기 체험' 때였던..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남자의 자격' 밴드편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감동적이었지요.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열정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특히 할마에 김태원과 랩 이경규, 그리고 드럼 이윤석, 건반과 제2보컬을 겸했던 윤형빈, 이 네 사람에게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기타와 베이스를 맡은 김국진과 이정진도 묵묵히 각자의 위치를 지켜 주었으니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저를 매우 고민에 빠지게 한 멤버가 1명 있었습니다. 바로 메인 보컬 김성민이었습니다. '남자의 자격' 방송을 보고 난 직후부터, '1박2일'을 시청하고, 다른 할 일을 하다가, 일찍 잠들었다가,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