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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박칼린은 왜 기분이 나빴을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 박칼린은 왜 기분이 나빴을까?

빛무리~ 2010. 8. 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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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 하모니'는 예상대로 최고였습니다. 그 넘치는 감동의 중심에는 박칼린, 그녀가 있었지요. 박칼린은 그 존재 자체가 마치 음악의 혼(魂)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어떤 사람을 가리켜서 전문가라고 불러야 하는지의 좋은 예를 제시했으며,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어떤 사람인지도 명확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브라운관을 뚫고 넘쳐 흐르는 그녀의 카리스마에 흠뻑 젖어드는 것은 정말 기분좋은 일이었습니다.

소프라노 솔로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배다해와 선우의 대결 또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지요. 두 사람 모두 소름끼칠 만큼의 가창력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자랑하는데, 저로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더군요.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황홀하고 좋았다는 점과,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모든 사람이 박칼린의 뜻을 존중할 것이라는 점만이 분명했습니다. 

앞으로 합창대회까지 공식 연습 기회가 단 5회밖에 남지 않았으니, 앞으로는 좀 더 혹독한 트레이닝이 이루어질 것임을 각오하라는 의미로 박칼린이 "제 입에서 삑~삑~ 소리가 나갈지도 몰라요." 라고 말했지만, 평소에 비속어를 매우 싫어하는 저로서도 아무런 반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박칼린의 입에서 나오면 욕설마저도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그녀에게 단단히 빠져든 모양이에요.


그런데 중간에 박칼린이 너무 진지한 얼굴로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고 말하는 바람에 순간 긴장했습니다. 며칠 전에 어떤 기자로부터 받은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우승을 노리시는 거죠?" 그 기자가 던졌다는 질문은 제가 듣기에도 황당하더군요. 박칼린은 이어서 말했습니다. "제가 '남자의 자격' 프로그램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지... 이건...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이잖아요. 순간적으로 너무 기분이 나쁘다가, 우리는 우리가 해낼 수 있는 만큼을 해내는 것이 목적일 뿐이라고 대답했지요."

그녀가 말한 자기 자신에의 도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잘 몰랐던 이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함께 모여서 이 더운 여름날 굵은 땀방울을 흘려가며 고된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지... 우리가 마음으로 깊이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는 '남자의 자격 합창단'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저는 박칼린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1. 꿈을 이루기에 너무 늦은 시기는 없다


K방송사의 예능국에서 제작비를 담당하고 있는 고중석씨는 합창단 오디션에서 비교적 초반에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학창시절의 꿈을 다시 이루어 보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매우 진지한 태도로 오디션에 임하여, 박칼린과 최재림으로 하여금 그 이후의 응시자들을 판단하는 데 있어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직업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되지는 않더라도, 이번 기회는 고교시절 합창단에서 노래 부르던 소년의 꿈을 이루어 줄 것입니다. 그리고 고중석씨 외에도 몇몇 사람이 오디션에 참가한 이유를 그렇게 말했던 것 같군요. 인생이란 결코 쉽지 않은 것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꿈을 잊고 살아가지요. 쉴새없이 걸음을 재촉하는 세월에 떠밀려 원치 않았던 길로 접어든 사람도 많습니다. 그들은 자유롭기를 원했지만 틀에 박힌 일상에 갇혔고, 추억에 잠길 여유조차 없이 고된 나날에 시달려 왔지요. 

그러나 이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임한다면, 이번 합창대회는 그 결과에 관계 없이 그들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루어 줄 것입니다.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해 주고, 자기 힘으로 이루어 냈다는 성취감을 안겨 줌으로써 앞으로의 삶에 마르지 않는 활력소가 되어 줄 것입니다. 반드시 노래를 꿈으로 삼지 않았더라도, 누구에게나 이번 합창대회는 멀어졌던 꿈을 이루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2. 황홀한 신세계를 체험하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합창단의 일원이 되는 체험을 해 보는 것은 아닙니다. 성인이 되어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 합창단은, 학창시절에 특별활동반에서 경험했던 합창과는 그 차원이 다르지요. 박칼린의 지도에 따라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힘겨운 와중에도 자연스레 기쁨의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합창이란, 그 자체만으로 황홀한 신세계니까요!

노래를 무척 좋아하지만 성량도 부족한데다가 알레르기로 인해 환절기만 되면 기침도 심하고 해서 합창단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신체조건을 가진 제가, 대학시절부터 해 온 성가대 활동을 아주 오랫동안 그만두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도 그 헤어날 수 없는 매력 때문이었습니다. 그 전율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마약에 취한들 황홀함이 이와 같을까요?

훌륭한 합창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감동이지만, 그 안에서 나 자신의 목소리가 합쳐져 이루어내는 하모니에 잠기는 것은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행복입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 참가한 모든 단원들은 이번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황홀한 신세계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 경험은 가슴 속에 기쁨과 용기를 채워 줄 것이며, 또 다른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갈망하게 해 줄 것입니다.

3. 일치의 기쁨을 누리다


합창이 독창과 다른 것은 타인과의 교감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눈은 악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휘자의 눈빛과 손길을 따라가야 하며, 귀는 자기의 소리가 아니라 타인의 소리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 박칼린은 정확하게 그 부분을 지적하며, 결코 자기의 소리에 집중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쳤지요. 그렇게 도무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던, 서로 다른 음색과 개성을 가진 목소리들이 점점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갑니다.

처음 연습을 시작할 때는 도무지 불가능할 것처럼 막막했는데, 어느 사이엔가 거짓말처럼 화음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그 신기함과 놀라움은 또 어떻게 형언해야 할까요? 제각각 따로 놀던 목소리들은 마치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물방울을 이루는 것처럼 흔적도 없이 합쳐집니다. 합창의 전율은 그 아름다운 '소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이 기적적인 '하나됨'의 체험에서도 나오는 것입니다.

첫 연습 날, 기본기가 탄탄하게 갖춰진 소프라노 파트의 실력을 보며, 너무 격차가 심하다고 의기소침해 있는 바리톤 파트의 초보 남성단원들에게 박칼린은 외쳤습니다. "그래서 제가 있지 않습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렇지요. 서로 다른 소리들을 이끌어 하나가 되게 만들어가는 것은 과연 지휘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의 자격' 합창단원들은 정말 운이 좋습니다. 최고의 지휘자를 만났으니까요. 이제 그들은 일치를 이루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며, 그 짜릿한 체험은 앞으로의 다른 일상에서도 조금씩은 달라지는 자신을 느끼게 해 줄 것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자신의 합창단을 두고,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하고 계시죠?" 라는 단세포적인 질문을 받았으니 박칼린의 기분이 나빴던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합창에 대해 조금이라도 상식을 가졌거나, 최소한 '남자의 자격 - 하모니' 방송을 주의깊게 챙겨 보기만 했더라도 결코 나올 수 없었던 어리석은 질문이었습니다.

타인에게 말 걸기는 참 쉽지 않습니다. 본인은 그 정도의 질문만으로도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니 모른체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욕이 되었습니다. 박칼린은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단원들과 함께 피를 말려가며 전력투구를 하는 중인데, 옆에서 누군가 불쑥 튀어나와 대충 성의없는 질문을 툭 던진 셈이었으니까요. 여기서 또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 때는 상대방에 대해 진심어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각없이 대충 던지는 말은 악의가 없었더라도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가 있습니다.


저는 요즘 합법적인 유료 다운로드 사이트 '콘팅'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제껏 방송된 '남자의 자격 - 하모니' 편은 모두 고화질로 다운받아서 저장해 두었습니다. 앞으로 방송되는 부분도 당연히 그럴 것이구요. 오디션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설레이던 모습부터, 차츰 발전하여 하나의 소리를 이루어가는 모습들이며, 이제 새로운 꿈을 이루어 가슴 벅차하는 모습들까지, 모두 간직해 둘 예정입니다. 그래서 가끔씩 기운을 잃을 때마다 보물상자처럼 열어 보려 합니다. 그 안에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을 것이며, 그들을 신세계로 인도한 박칼린의 열정이 그대로 넘쳐 흘러서 저의 메마른 가슴을 적셔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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