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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개인적으로 '나는 가수다3'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가수는 하동균이다. 예전에도 그의 노래를 꽤 많이 들어 보았지만 이 정도의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었는데, '나가수3' 첫방송에서 자신의 노래인 'from mark'를 열창하던 하동균의 모습이 뇌리에 깊이 각인된 후 좀처럼 잊혀지질 않았다. 첫방송 이후 한껏 부푼 기대를 안고 그가 선택한 경연곡을 들었다.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거의 원곡에 가까운 버젼으로 오직 통기타 선율에 맞춰 부르는 모습은 경연에 임하는 자세로서 매우 대담해 보였다. 화려한 반주 및 부수적 효과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걸 보면 그만큼 자신있다는 뜻일까? 과연 목소리 자체만으로도 매혹적인 무대였다. 그런데 노래를 시작하기 전부터 인이어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는데도 그대로 진행하는..
8월도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가수 바다(본명 최성희)는 '불후의 명곡' 무대에 서서 '사의 찬미'를 불렀습니다. 구한말 신여성의 대표주자이며 한국 최초의 여성 성악가였던 소프라노 윤심덕은 서른 살 되던 1926년 7월, 오사카의 닛토레코드회사에서 음반 취입을 의뢰받고 일본으로 건너갔죠. 레코드 취입을 다 마친 8월 1일, 윤심덕은 음반사 사장에게 특별히 한 곡을 더 녹음하고 싶다고 청했다는군요. 요시프 이바노비치 작곡 '다뉴브 강의 잔물결'에 윤심덕이 직접 한국어 가사를 붙인 그 노래가 바로 '사의 찬미'였는데, 결국 이 노래는 윤심덕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녹음을 마친 윤심덕은 당시 연인이었던 극작가 김우진과 함께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가는 배에 올랐지만, 이후 그들은 세상에 ..
'나는 가수다'가 여전히 온갖 잡음과 논란에 시달리며 지리멸렬해지고 있는 동안 '불후의 명곡2'는 제대로 탄력받아 쭉쭉 발전해 나가는 모양새입니다. 일단 '나가수'는 완전 무명이었던 적우가 투입되면서부터 대중의 기대치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설상가상 그렇게 투입된 적우가 이렇다할 실력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점점 더 실망을 가중시켜 흥미를 떨어뜨렸습니다. 더구나 김연우와 조규찬이 1라운드만에 탈락했던 무시무시한 '나가수'에서 벌써 3라운드째 너끈히 버티고 있는 적우의 모습은, 순위에 대한 공정성마저 의심받게 만들었습니다. 적우에 대해 유독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자문위원 김태훈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자, 적우를 비호하는 세력에 의해 잘렸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았습니다. 이토록 신뢰를 ..
지난 주, 정식 출연도 시작하기 전에 대기실에 앉아서 거드름(?)을 피우는 박완규의 모습에 적잖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저는 박완규를 위해서보다 김태원 때문에 좀 걱정을 했었습니다. 수렁에 빠진 녀석의 손을 잡아서 기껏 힘들게 끌어올려 줬더니만, 건방진 몇 마디의 말로써 한 방에 훅 가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하지만 이번 주에 첫 출연한 박완규를 보고는 걱정이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모든 말과 행동이 어찌나 티없이 순수하고 귀여운지,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었거든요. '위대한 탄생'에서 백청강과 이태권에게 퍼붓던 독설 카리스마는 어디로 갔는지, 선글라스마저 벗고 맨눈을 드러낸 박완규의 모습은 그저 순한 양 같았습니다. 애초의 계획과 달리 박완규가 김경호와 같은..
호주 공연의 제2부 순서는 '나가수' 원년 멤버들의 무대로 꾸며졌습니다. 원래의 계획과 달리 갑작스레 순위가 매겨지는 경연을 하게 되는 바람에 적잖은 당혹감을 드러내는 가수들도 있었지만, 어차피 선호도 조사 형식일 뿐 탈락과는 관계가 없는지라 지나친 부담보다는 적절한 긴장감을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승의 영광이 김연우에게 돌아갔다는 사실 또한 매우 기분 좋은 결과였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조기 탈락 멤버였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5개월 동안 칼을 갈며 설욕의 무대를 준비했다고 하니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겠지요. 명예 졸업보다 더 행복한 1위라며 마음껏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흐뭇했습니다. 하지만 김현식의 원곡에서 전해지는 쓸쓸한 느낌을 좋아했던 저로서는, 김연우에..
상반기부터 기대해 왔던 '나는 가수다'의 호주 경연이 멜버른 시드니 마이어 뮤직볼 무대에서 화려하게 펼쳐졌습니다. 무엇보다 제 가슴을 울컥하게 했던 것은, 고국에서 온 가수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무려 2천명이나 모여든 호주 교민들이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가수들의 입장에서도 뜻 깊은 경험이었겠지만, 이번 무대의 주인공은 가수들이 아니라 2천명의 청중평가단이었습니다. 이역만리에서 고국의 노래를 들으며 흘리는 교민들의 눈물 속에는 그저 순수하고 짙은 그리움만이 가득할 뿐이라, 더 이상 순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모처럼 주어진 그 귀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아껴서 알차게 즐기려는 듯, 그들은 가수 한 사람 한 사람의 무대마다 우렁차게 환호하고 열광적으로 호응했으며 눈물도 아끼..
다행히도 '바람에 실려'가 3회부터는 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음악 여행'의 본질에 맞지 않게 너무 예능 위주로만 나가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것이 핀트가 맞지 않아서 무척이나 불안했었지요. 특히 2회 방송분을 거의 채우다시피 했던 임재범의 잠적 논란은 최악이었습니다. 저는 그 또한 제작진의 의도적 설정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만, 설령 실제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굳이 그토록 길게 편집하여 방송에 내보내서는 안되는 거였습니다. 왜냐하면 재미도 감동도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전혀 닮지도 않은 임재범의 초상화를 괴발개발 그려 가지고 다니면서, 마주치는 미국인들에게 "이 사람을 못 보았느냐?"고 묻는 설정은, 진짜 창피할 정도로 어설프고 황당했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예능을 접고 ..
무려 11년 전에 발표된 노래 임재범의 '너를 위해'가 느닷없이 2011년 5월 둘쨋주 '뮤직뱅크' 1위 후보에 올랐다가, 박재범과의 경합에서 패배하여(?) 2위를 차지하는 기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나가수'로 인해 음원의 인기가 폭발했기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왠지 모를 찜찜함을 떨쳐낼 수가 없군요. 이제껏 그 어떤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수년 전에 발표된 노래가 새삼스레 다시 등장하여 1위 후보가 되는 것을 본 기억은 없습니다. 음원이 인기가 많으면 아무리 오래된 노래라도 '뮤직뱅크' 1위 후보가 될 수 있는 건가요? 무언가 또 다른 기준은 없는 건가요? '뮤직뱅크' 순위에 오르는 곡이 반드시 최근에 발표된 신곡이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제껏 그렇게 진행되어 왔는데, 11년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