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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예전에 개그맨 신동엽을 굉장히 좋아했더랬습니다. 바로 '쟁반노래방'을 진행하던 시절이었죠. 그 때는 누가 저에게 좋아하는 연예인을 물어보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신동엽이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온통 짖궂고 깐죽대는 이미지만 있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해피투게더'를 보면 볼수록 굉장히 의외의 모습들을 발견했거든요. 그는 보조 MC 이효리와 수많은 게스트들을 언제나 편안하고 능란하게 조율함으로써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안정되게 하는 든든한 리더쉽을 보여주었고, 가볍게 스치는 장면들에서 섬세한 배려심을 드러냈습니다. 마치 요즘의 유재석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 이후로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점점 활동이 뜸해지고 위상이 예전같지 않으나 저는 아직도 신동엽에 대한 호감을 버리지 않고 ..
박신양은 원래 연기를 참 잘 하는 배우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신인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1996년작 드라마 '사과꽃 향기'에서 저는 그를 처음 보았습니다. 무려 15년 전이군요. 김혜수와 김승우가 주연을 맡았고, 김혜수의 예전 남자친구 역할은 배우 윤동환이었습니다. 그럼 박신양은 뭐였냐구요? 마치 동성 친구처럼 김혜수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아주 성격 좋은 베스트프렌드 역할이었지요. 메인 러브스토리는 오히려 좀 어둡고 칙칙하게 느껴졌는데, 이 친구만 등장하면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밝아졌습니다. 밝고 명랑하고 사려깊은 친구 역할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는지,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보일 정도였어요. 그 후에도 박신양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주며 배우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쌓아갔습니다. 그랬는데 ..
제가 그를 처음 본 것은 2007년 8월, '아이엠 샘'이라는 드라마에서였습니다. 원래 음악 프로그램도 잘 보지 않는 데다가 아이돌은 더욱 잘 몰랐거든요. 그 드라마에서 주목받은 인물은 오랜만에 드라마에 컴백한 양동근과, 그 무렵 종영한 '거침없이 하이킥'의 신예 히로인 박민영이었지요. 터프한 학교짱 '채무신' 역할의 탑은 그저 신인 탤런트려니 하고 봤는데, 연기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역할에 상당히 잘 어울려서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요즘 많이 보이는 샤방한 꽃소년들과는 달리 선이 굵은 미남형의 얼굴에 목소리마저 굵고 낮아서, 아주 거칠고 남성적인 매력을 내뿜으니 새로운 멋이 느껴지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겉은 터프하고 속은 따뜻한 학교짱 역할은 탑에게 제격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 ..
'아테나 : 전쟁의 여신' 1~2회가 방송되었습니다. 1회까지만 보았을 때는 대박이겠다 싶었는데, 2회에서는 눈에 띄게 템포가 느려지며 실망감을 안겨 주는군요. 무엇보다 주변의 다른 인물들에 비해 턱없이 약한 존재감으로 자기를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 이정우(정우성)의 캐릭터가 문제였습니다. 원래 주인공은 가능한 한 첫방송에서부터 시청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벌써 2회가 지나갔는데도 이렇게 존재감이 희미하다면 그것은 앞으로 드라마 자체에 큰 결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까지로 봤을 때 가장 강하고 뚜렷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인물은 여주인공 윤혜인(수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동양적이고 고전적인 청순미인 수애와는 썩 어울리는 역할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수애는 1회부터 거..
승승장구의 새 MC로 결정된 4명의 이름을 들었을 때, 첫 느낌은 어리둥절함이었습니다. 김승우 본인도 어디까지나 배우일 뿐 전문 MC가 아닌데, 최화정과 김신영이 하차하고 나서 새로 투입되는 인물 중에 그가 믿고 의지할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재용은 케이블에서 MC를 본 적이 있었지만 공중파에서는 본 적이 없고, 그나마 한동안 활동을 쉬고 있었다 하니 감각이 예전같지는 않을 터였습니다. 김성수는 약간 말솜씨 좋은 배우... 뭐 그 정도의 이미지로 김승우와 너무 비슷한 캐릭터 같아서 난감하더군요. 태연과 우영이 맡았던 승승돌은 이기광이 바통을 이어받으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혼자이다 보니 태연의 역할까지 감당하기는 무리일 듯 싶었구요. 김신영을 대신하여 분위기를 띄울 사람도 일단은 보이지 않..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치며 우리에게 웃음과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연예인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평범한 시청자들은 그들을 보며 일상의 피로를 잊고 괴로움을 달랩니다. 그런데 제게 있어 이런 경험은 처음이군요. 한 사람의 연예인이 토크쇼에 나와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아진 적은 없었습니다. 드라마 '추노'가 방영되기 시작할 무렵, 여주인공 이다해가 신동엽의 '달콤한 밤'에 출연했었지요. '이상형 월드컵'을 진행하면서 그녀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저는 장혁이라는 사람을 칭찬하는 것으로 밤을 샐 수도 있어요. 그렇게 좋은 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에요"... 이제 김승우의 '승승장구'에서 진솔한 모습을 드러낸 장혁을 보니, 저 역시 그녀의..
영화배우가 MC로 나서서 쓰디쓴 실패를 경험하고 물러갔던 '박중훈 쇼'의 잔상이 아직 사라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과감하게 MC라는 만만찮은 직분에 도전장을 던진 김승우를 바라보며, 기대감보다는 왠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가 더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과연 어떤 식으로 이끌어갈지 의문이었고, 첫방송을 시청하고 난 지금도 여전히 그것은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첫방송의 게스트가 그의 아내인 김남주였기 때문에 사실 김승우의 역할은 MC라기보다는 아내와 더불어 출연한 게스트에 가까웠거든요. 오히려 다른 보조MC들, 최화정과 김신영, 태연과 우영 등이 김남주와 김승우에게 질문을 하고 그들 부부는 답변을 하는 형식이었으니까요. 뭔가 정리를 해야 할 타이밍이 되면 그 역할은 자연스레 최화..
저는 지금까지 줄곧 드라마 '아이리스'를 시청해 왔으나 별다른 이끌림을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고, 제 기준으로는 액션이 너무 많아서 지루하다 싶었고, 중간중간에 개연성 없이 뚝뚝 끊기는 부분들도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워낙 인기가 많길래 그래도 뭔가 얻을 것이 있겠지 싶어서 꾸준히 보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참을성을 요구할 만큼 별 재미가 없더군요. 그런데 12회에서 '목소리' 김갑수씨가 등장하면서 갑자기 확~ 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껏 주인공 김현준(이병헌)은 위험한 미로 속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도처에 그의 생명을 위협하는 적들이 깔려 있었으나 그 정체는 좀처럼 알 수가 없었지요. 이유도 모른 채 끊임없이 온갖 고통을 겪으며 쫓겨다니고, 확실한 대상도 모르는 채 복수심만을 불태우는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