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명민 (18)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어쩌면 태종 이방원(유아인)을 주인공으로 한 '육룡이 나르샤'는 처음부터 내가 몰입하기 힘든 작품이었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영현 작가의 사극이기 때문에 방영 전부터 큰 기대를 걸었지만, 높은 시청률과 대중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나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였다. 작품 전체에 담긴 근본적 메시지는 훌륭했지만, 주인공 이방원의 캐릭터는 지독히 잔인하고 냉정하며 자기중심적인 욕망으로 가득찬 인물이었다. 그러니 심약한 나로서는 이방원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스토리에 호흡을 맞추며 몰입하기가 버거웠다. 드라마에 푹 빠져있던 혹자들은 이방원의 캐릭터를 두고 '겉으로만 잔인할 뿐 속마음은 여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내가 보기에 이방원이 흘린 모든 눈물은 악어의 그것에 지나지 않았다. '대장금'의 장금(..
'대장금'과 '서동요' 이후 김영현 작가의 사극에 매료된 나는 '선덕여왕'과 '뿌리깊은 나무'를 시청하며 그녀의 필력을 극도로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적지 않았으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엄연한 창작물이기에 그 정도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요즘 시대에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고, 작품을 감상하다가 실제 역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면 다른 경로를 통해서 공부하면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외국에 수출될 경우는 좀 더 오해의 소지가 많겠으나, 방영 전에 자막으로 '이 작품은 허구와 상상력이 가미된 창작물로서 역사적 사실과는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면 큰 문제는 되지 ..
조기 종영 결정의 폐해는 14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법정 드라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판 과정이 대폭 축소되면서, 시청자들은 주인공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맛보거나 패배의 좌절을 느낄 기회마저 박탈당했다. 그러잖아도 너무 어려운 경제 전문 용어들이 난무해서 이해하기 힘든데, 잔뜩 몰입하고 있다 보면 어느 새 재판은 황당할 만큼 짧게 끝나 버렸다. 그냥 주인공 김석주(김명민)가 몇 마디 하고, 증인 몇 마디 하고, 이에 맞서는 전지원(진이한)이 몇 마디 했을 뿐인데, 화면이 바뀌면 사람들은 그냥 법원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판결이 내려지는 장면 따위는 과감히 삭제해 버린 것이다. "뭐지? 김명민이 진 거예요?"... "이번에는 이겼나본데?"... 함께 시청하던 우리 부부는 어안이 벙벙한 채 서로 묻고..
내가 요즘 진짜 흥미진진하게 보는 드라마는 '개과천선' 하나뿐이다. 워낙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지만, 요즘은 몰입해서 볼만한 작품이 거의 없다. 블로거로서 리뷰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좀 느끼기 때문에 멀티식으로 다른 일 하면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개과천선'은 다르다. 경제와 법률 분야의 생소한 전문용어들이 다수 등장함으로써 매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상당하다. 어렵고도 재미있으니까 보고 또 보게 된다. 본방송을 나 혼자 보고 나서, 밤 늦게까지 일하다 귀가한 남편이 '개과천선'을 보겠다고 TV 앞에 앉으면 그 옆에서 또 본다. 본방송을 볼 때도 초집중했었지만, 금방 다시 보는데도 또 집중이 된다. 처음 볼 때는 완전히 이해 못 했던 어려운 용어들이, 두번째..
인간의 본성은 과연 선한 것일까 악한 것일까? 어쩌면 이것은 정답이 없는 문제로서,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어린 아기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인데, 본능 자체에는 선악의 구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성인이 되어 사회의 규범을 충분히 익힌 후에도 무작정 본능에 따라서만 행동한다면 그것은 악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타고난 품성을 논할 때 선악보다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공감 능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있다면, 최소한 악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이나마 타인의 고통을 자기 가슴으로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의도적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어도 인간은 참 많은 실수를 저지..
올 상반기의 최고 화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방영 전부터 크게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 '여왕의 교실' 1회가 방송되었습니다. 몇 가지 사전 지식을 놓고 판단했을 때 저의 개인적 취향과는 맞지 않는 작품일 거라 예상되었지만, 언젠가부터 주중 밤 10시대 드라마의 1회는 웬만하면 꼭 시청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때문에 그냥 보았습니다. 원톱에 타이틀롤을 맡고 있는 고현정은 쉬는 동안 여배우로서의 본분을 잊고 지냈던 건지, 깐깐하고 차가운 성격의 교사 마여진을 표현하기엔 둔해 보일 만큼 살이 찐 모습이더군요. 날카로운 표정과 눈빛 연기는 살아 있었고 완벽한 대사처리도 여전했지만, 너무 큼지막하고 후덕해 보이는 얼굴은 캐릭터의 이미지와 걸맞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에게 원칙과 ..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끌리는 작품이 있습니다. 2007년의 '하얀 거탑'이 그러했고, 이제 2011년 초겨울에 새로 시작된 '브레인'이 또한 그렇습니다. 지난 주에 1~2회를 보면서도 느낌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특히 어제 시청했던 3회는 저의 개인적인 기억과 맞물려 상당한 호기심과 흥미를 자아냈습니다. 주인공 이강훈(신하균)의 캐릭터에 제가 몰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이 인물에게는 변화가 예정되어 있거든요. 신경외과 전임의(펠로우) 2년차인 이강훈은 개천에서 난 용이며 욕망의 화신입니다. 아직까지는 '하얀 거탑'의 주인공이었던 장준혁(김명민)과 흡사합니다. 모두가 장준혁에게 열광할 때 저는 끊임없이 고개를 저었지요. 의사도 인간이기에 출세하고 ..
..... "살 빼고 삭발한다고 연기 투혼은 아니죠." 송강호, 신세경 주연의 영화 '푸른 소금'이 9월달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쩐지 신세경이 요즘 여기저기 예능에 자주 나오더군요..ㅎㅎ 가능하다면 송강호의 모습도 스크린이 아닌 브라운관에서 한 번쯤이나마 보고 싶은데, 본인은 그럴 생각이 없나 봅니다. TV 출연을 대신하기에는 너무 미약한 수준이지만, 오늘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그래도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기사의 제목이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송강호, 살 빼고 삭발한다고 연기 투혼은 아니죠" 제목을 저렇게 뽑아 놓으니 마치 누군가를 디스(diss)하기 위해서 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건 없어요. 그 영화에서 가장 적절한, 필요로 하는 인물이 되려고 애쓸 뿐입니다. 숀 펜이나 로버..
경혜공주(홍수현)는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현재 가장 비극적인 캐릭터입니다. 남녀 주인공인 세령(문채원)과 김승유(박시후)는 마음속에 담아두고 사랑을 키워가던 사람과 이별해야만 하는 아픔을 견디는 중이지만, 제게는 그들보다 경혜공주의 고통이 훨씬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원래 경혜공주는 병든 아버지 문종(정동환)의 간절한 부탁을 받고, 어린 남동생(세자, 훗날의 단종)의 앞날을 지켜주기 위해 우의정 김종서(이순재)의 며느리가 되기로 결심했으나, 부마로 낙점되었던 김승유는 수양대군(김영철)의 마수에 걸려 공주를 희롱했다는 누명을 쓰고 참수당할 위기에 처합니다. 그 바람에 김종서는 아들의 목숨의 구하기 위해 수양에게 무릎을 꿇고 정치에서 물러나고 말았으니, 이제 쇠약한 문종의 곁에는 최후의 바람막이조차 사..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황정민은 참으로 연기를 잘 하는 배우입니다.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도 그 역할과 자신을 놀라운 비율로 완전히 일치시키니 그만큼 아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겠지요. 한국에서 가장 연기를 잘 하는 남자 배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제 머릿속에는 김명민과 황정민의 이름이 떠오르는데, 김명민은 얼굴에서부터 좀 연예인 포스가 풍기는 반면 황정민은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평범한 느낌이라, 오히려 자연스러움과 현실감 면에서 더욱 그의 연기가 피부에 와닿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황정민이 영화 '모비딕'의 개봉을 앞두고 진구, 김상호와 더불어 '놀러와'에 출연을 했습니다. 요즘들어 명품 조연으로 뒤늦게 사랑받고 있는 배우 김상호의 소탈한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김현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