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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교실' 고현정보다 시선 끌리는 김새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여왕의 교실

'여왕의 교실' 고현정보다 시선 끌리는 김새론

빛무리~ 2013. 6.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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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의 최고 화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방영 전부터 크게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 '여왕의 교실' 1회가 방송되었습니다. 몇 가지 사전 지식을 놓고 판단했을 때 저의 개인적 취향과는 맞지 않는 작품일 거라 예상되었지만, 언젠가부터 주중 밤 10시대 드라마의 1회는 웬만하면 꼭 시청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때문에 그냥 보았습니다. 원톱에 타이틀롤을 맡고 있는 고현정은 쉬는 동안 여배우로서의 본분을 잊고 지냈던 건지, 깐깐하고 차가운 성격의 교사 마여진을 표현하기엔 둔해 보일 만큼 살이 찐 모습이더군요. 날카로운 표정과 눈빛 연기는 살아 있었고 완벽한 대사처리도 여전했지만, 너무 큼지막하고 후덕해 보이는 얼굴은 캐릭터의 이미지와 걸맞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에게 원칙과 도덕과 정의를 가르치는 대신, 현실 사회의 냉혹함과 부조리함을 직접적 체험을 통해 가르치려 하는 마여진은 확실히 평범한 교사의 캐릭터는 아닙니다. 그래도 명색이 주인공인데, 마치 악역처럼 보여도 절대 악역은 아니겠죠. 오히려 초반에 지독한 모습을 보여줄수록 후반에 드러날 내면의 따스함이 부각되면서 감동을 배가시킬 겁니다. 저는 일드 원작을 안 보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군요. 김명민의 화제작 '베토벤 바이러스' 역시 그런 경우가 아니던가요? 초반 강마에의 캐릭터는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자세로 입만 열면 싹수없는 말들을 늘어놓던 비호감형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마음을 열면서 숨겨졌던 내면의 따스함이 드러났고, 후반에는 거의 독설도 내뱉지 않는 젠틀한 신사로 변모했죠. 저 역시 매력적으로 변해가는 강마에한테 홀렸던 팬들 중 한 명입니다만, 처음에는 진짜 재수없었거든요. 솔직히 누구는 입바른 소리 할 줄 몰라서 안 하나요?

 

 

서울 변두리 산들초등학교에 새로 부임해 6학년 3반 담임을 맡게 된 교사 마여진은 처음부터 '마녀'라는 별명에 걸맞게 살벌한 학급 원칙을 선포합니다. 매주 쪽지시험을 실시하여 성적순으로 반장을 임명하되, 반장은 꼴찌 두 명이 맡아서 아침 청소, 수업준비물 당번, 칠판 당번, 우유 당번, 급식 당번, 담당구역 청소 등 모든 궂은 일을 감당해야 한답니다. 반대로 성적 우수자에게는 특혜가 있으니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우선권, 급식 배식과 사물함 배정에서도 우선권, 1등에게는 교사용 왕 사물함을 배정해 주고 모든 단체 청소에서도 면제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건 차별 아닌가요?" 한 학생이 벙찐 얼굴로 묻자, 마여진이 대답합니다. "차별? 그게 어때서?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이 특별한 혜택을 누리고 낙오된 사람들이 차별대우를 받는 거, 이건 너무 당연한 사회규칙 아닌가? 학교라고 예외는 아니잖아?"

 

"너희들은 사회에서 행복하게 특권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1%, 백 명 중에 한 명이야. 우리학교 6학년 전체에서 한 명 정도 나올까 말까지. 그럼 나머지 99%는 어떻게 살까? 차별이야, 부당해, 잘못됐어... 술 마시면서 그렇게 떠들면서 사는 거지. 대부분의 너희 부모들처럼. 하지만 쓸데없어. 경쟁이 잘못됐다고 소리쳐 봤자 세상이 달라지진 않지." 그러자 단지 공부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아이들이 반발합니다. 운동선수나 아이돌 가수가 요즘은 더 잘 나간다면서 말이죠. 그러자 마여진의 독설이 또 이어집니다. "스포츠 스타, 아이돌 스타... 너희들이 그런 재능을 타고났고 부모의 든든한 경제적 후원을 받고 있다면, 지금 여기 서울 변두리 공립 초등학교의 6학년 교실에 앉아 있을까? 착각하지 마. 너희들 부모 만큼이나 너희들도 별거 없는 경우니까." 이건 아무래도 가르침의 목적으로 하는 말처럼 안 보이네요.

 

 

나중에 어떻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아이들 마음에 자라나는 긍정과 희망의 씨앗을 짓밟고 염세주의자로 키워내려는 듯한 마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게다가 너희 부모들 운운하면서 부모님들의 인생까지 함부로 폄하하고 있으니, 만약 아이들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분노를 못 참고 우르르 일어나 교사를 폭행한다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직 초등학생에 불과한 이 아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마여진의 독설에 넋이 나간 듯 할 말을 잃고 마는군요. 물론 이것이 마여진 캐릭터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부임해 오자마자 반 아이들 24명의 인적사항을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외우고 있던 것으로 보아 최소한 자신의 업무 면에서는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겠고, 어쩌면 까칠한 겉모습과 달리 속마음은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차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도 뭐 가능합니다.

 

마여진은 수업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것은 시간 관리를 못하는 거라며 허용치 않습니다. 말썽꾸러기 오동구(천보근)의 장난 때문에 연필이 모두 부러져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된 심하나(김향기)는 옆자리의 고나리(이영유)로부터 연필 한 자루를 빌리려 하지만, 어느 새 저승사자처럼 옆에 다가와 "컨닝하려는 거니?" 하고 묻는 마여진 앞에서 꽁꽁 얼어붙어 한 마디도 못 하고 시험을 망치게 되었죠. 어쩔 수 없이 하나는 동구와 함께 꼴찌반장을 맡아 온갖 허드렛일을 하게 되는데, 어느 날 급식 당번을 하던 동구의 실수로 국통이 엎어져 20여 인분의 카레가 모두 교실바닥에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마여진은 다시 식당에 가서 카레를 받아 오겠다는 동구를 만류하더니 고작 3~4인분 정도 남아있는 카레를 성적순으로 배식하라 명하는군요. 맨밥에 깍두기만 먹게 된 수십 명의 아이들은 동구와 하나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그렇게 힘겨운 일주일이 흐른 후, 하나는 꼴찌반장을 면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예쁘게 깎은 연필이 가득 들어있는 필통을 열어 새로운 쪽지시험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심한 요의가 느껴지며 오줌을 참기 어렵게 되어 버렸으니 큰일이 났습니다. 진땀을 흘리며 시험을 치르다 결국 한계에 이른 하나는 용기를 내어 손을 들고 화장실에 다녀오겠다 하지만, 마녀가 허락할 리 없지요. 만약 교실을 벗어나 화장실에 간다면 그 순간 시험은 끝난 것이며, 다시 교실에 들어와 시험을 이어서 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엉거주춤 배를 움켜잡고 어쩔 줄을 모르는데, 여기서 갑자기 구원자가 나타납니다. 언제나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새침한 책벌레 소녀, 김서현(김새론)이 벌떡 일어나 차분한 목소리로 마여진에게 항의를 시작한 거였죠.

 

"선생님, 하나 화장실에 가게 해주세요. 진짜로 힘든 것 같아요... 그 어떤 규칙도 사람보다 위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평소에 강조하시는 엄격한 규칙들은 대부분 옳은 말씀이지만, 오늘은 선생님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지금 그냥 하나를 괴롭히고 싶으신 거 아닌가요?" 초등학생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조숙하고 당돌한, 모범생 세일러문의 반란이었습니다. "그럼 네가 같이 가 주든가. 하지만 알지?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거... 지금 하나와 같이 나가면 너도 시험은 여기서 끝이야. 내 규칙에 예외는 없어!" 마여진의 협박(?)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은 서현은 나직히 대답합니다. "그러세요. 상관 없어요." 그리고는 힘들어하는 하나 곁으로 다가가 손을 내미는군요. "가자!"

 

그러나 서현의 손을 잡고 교실을 나온 하나는 그만 복도에 주저앉아 오줌을 싸고 말았습니다. 서현은 울음을 터뜨린 하나에게 "보건실에 가자. 갈아입을 속옷이 있을 거야" 하고 위로해 주는데, 창피함을 견디기 힘든 하나는 혼자 가겠다고 합니다. 서현은 그 마음 이해하는 듯 끄덕이며 이 곳은 자기가 치워 놓을테니 혼자 다녀오라고 하는군요. 하나가 머뭇거리며 돌아보자 "걱정 마, 비밀..." 하고 말하며 친구의 마음까지 편하게 해줄 만큼 서현은 속 깊은 아이였습니다. 그 때 교실에서 마여진은 서현이 책상에 놓고 간 시험지를 들여다 보는데, 시간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이미 빼곡하게 채워진 답안지는 진정한 우등생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죠.

 

 

두번째 주의 쪽지시험에서도 100점 만점의 1등은 역시 김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여진은 서현의 시험지를 휙 내던지며 말하는군요. "그리고 꼴찌반장도 김서현!" 모든 아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마여진은 엷은 미소를 띤 채 서현을 응시하며 말을 이어갑니다. "서현이는 똑똑하니까 친구를 위해 용감하게 나섰을 때는 이 정도 대가는 물론 각오가 되어 있었던 거지?" ... 아무리 마녀라도 이렇게까지 비열하고 치사하게 나올 줄은 예상 못한 듯 언제나 차분하던 서현의 얼굴에도 당혹스런 기색이 떠오르는데, 마여진은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이렇게 덧붙이네요. "나에게 반항하는 사람은 성적에 관계없이 꼴찌반장을 시킬 거야... 모두들 올 한 해, 즐겁게 보내도록 하자!"

 

고현정은 스스로 마여진 캐릭터에 대해 말하기를, 아이들에게 현실의 무서움을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인물이라고 했다더군요. "내 아이를 다른 사람이 야단치는 것보다 내가 야단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엄하게 대하는 것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면역력도 생기고 더 튼튼하고 건강한 아이가 되어 사회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키우고 싶다는 표현이 드라마에서는 아이들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장면으로 나올 것 같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하고 있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러니까 마여진이 일부러 못되게 구는 이유는 아이들을 단련시키기 위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맞부딪히게 될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라고 해석하면 되겠는데, 글쎄 논리적으로는 말이 되는 면도 있지만 저의 개인적 사고방식이나 교육관과는 심하게 충돌하는 부분이라 절대 동의할 수가 없군요. 어렸을 때 받은 상처는 오히려 나이들어 받는 상처보다 훨씬 깊고 오래 가며 인성을 좌우하게 마련인데, 나이들어 좌절하게 될까봐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마구 상처를 준다고요? 나중에 "너를 위해서 그런 거였어" 라고 말하면 벌써 가슴 깊이 박혀버린 그 상처가 낫게 되나요? 절레절레...

 

 

아역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매우 좋았습니다. 주요 캐릭터를 맡은 김향기, 이영유, 천보근 등은 물론 비중이 적은 배역에 이르기까지 모두 실제 교실을 연상시킬 만큼 자연스런 모습을을 보여 주었어요. 그 중에도 특히 김서현 역을 맡은 김새론의 연기는 소름끼칠 정도더군요. 보통 드라마에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얄미운 성격으로 등장하게 마련인데, 이렇게 조용하면서도 정의로운 인물은 상당히 새로운 캐릭터라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듯 싶은데 말이죠.

 

평소엔 남의 일에 아무 관심 없는 듯 시니컬한 눈빛으로 (어쩌면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언제나 홀로 책을 읽고 있지만, 부당한 사태가 발생하여 약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게 되면 자기에게 닥쳐올 불이익을 생각지 않고 나서서 도와주는 용감한 소녀... 정의롭지만 목소리가 크지 않고, 논리적이지만 얄밉지 않은, 참으로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김새론은 완벽하게 형상화 시켰습니다. 만약 제가 앞으로도 이 드라마를 꾸준히 시청하게 된다면, 제 시선의 초점은 언제나 김새론이 연기하는 서현,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을 것 같군요. 고현정의 캐릭터에는 아무래도 공감하기 어려울 듯해서요.

 

 

'여왕의 교실' 제작발표회에서 기자들이 아역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서 질문하자, 마여진의 동료 교사 양민희 역을 맡은 배우 최윤영은 "진짜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아이들이 하기엔 정말 어려운 연기라고 생각했는데 무난히 잘 소화해내고, 그런 모습을 보며 제가 아이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더군요. 그런데 최윤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현정이 "잠깐만요!" 하면서 대놓고 최윤영의 말에 반박을 했답니다. "사실 어린애들에게 배울 건 별로 없는거 같아요. 우리가 많이 가르쳐야지. 애들은 애들이예요. 우리가 제대로 어른이 돼서 많이 가르쳐야지. 얼마나 넋놓고 사는 어른들이면 애들을 보고 뭘 배우는지..." 이렇게 말했다는군요. 만약 드라마 속 캐릭터에 맞춰 기자회견장에서도 연기를 보여준 거라면 다행이겠으나, 혹시라도 그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거였다면 참 실망스러울 것입니다.   

어른이 아이에게서 배우면 안 되나요? 어른이 아이에게서 배울 점이 없나요? 못난 어른이어서, 잘못된 어른이어서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아니죠. 오히려 넋놓고 사는 어른들은 눈앞의 아이들을 보면서도 배울 줄을 모릅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어른일수록 아이에게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우리가 거친 세상 속을 헤쳐 오면서 잊고 살았던 많은 것들을 아이들은 간직하고 있으니까요. 오죽하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마저 있겠습니까? 여교사 마여진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과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수많은 시각과 방식이 존재하기에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 그르다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어쨌든 고집스런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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