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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교실' 서신애, 공들인 캐스팅 보람있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여왕의 교실

'여왕의 교실' 서신애, 공들인 캐스팅 보람있네!

빛무리~ 2013. 6. 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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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여왕의 교실'은 워낙 아역들의 비중이 크고 연기력이 필요한 작품이기에, 제작진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특히 아역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연기력도 필수지만 맡은 배역과 어울리는지 여부도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와 아역 연기자의 이미지를 일일이 대조하며 걸맞는 인물을 찾아야 했던 거죠. 그렇게 공들인 보람이 있어 현재 김향기(심하나 역), 천보근(오동구 역), 김새론(김서현 역) 등은 큰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고현정(교사 마여진 역)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맛갈스런 개성을 뽐내며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가고 있군요. 그런데 특히 서신애의 경우는 아역들 중에서도 캐스팅 1순위였고, 제작진은 처음부터 '은보미' 역할에 서신애를 점찍어 두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출연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한 때 '괴물 아역'으로 불리웠던 서신애의 연기력이야 정평이 나 있는 수준이기에 염려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특히 '지붕뚫고 하이킥'에서의 열연은 벌써 4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눈에 선하게 남아 있지요. 그러나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은 어느 덧 16세의 청소년이 되어버린 서신애의 나이였습니다. 극 중 나이는 초등학교 6학년인 13세인데, 어른들과 달리 그 또래에서 3살 차이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니까요. 김향기와 김새론은 2000년 생으로 현재 14세, 천보근은 2002년 생으로 12세입니다. 극 중 나이와 한 살 차이라서 별 무리는 없지만, 워낙 성장이 빠른 시기이다 보니 가장 어린 천보근이 다른 연기자들과 있을 때는 불가피한 언밸런스가 느껴지더군요. 특히 서신애와 동갑인 1998년 생의 이영유(고나리 역)가 무려 4살 어린 천보근과 동갑인 양 연기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좀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2회까지 존재감 미약했던 은보미가 3회에서 중심인물로 떠오르자, 모든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음이 밝혀졌습니다. 일단 서신애는 아직 폭풍성장의 고비를 거치지 않은 듯, 이영유처럼 성숙한 외모가 아니어서 대충 초등학생이라 우기면 믿을만도 하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외모가 아니라 그 동안 더욱 일취월장한 서신애의 연기력이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에 공부도 잘 못하고 체육도 잘 못하는 은보미는 저학년 때부터 꾸준히 반 아이들에게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당해 오던 가련한 캐릭터인데, 6학년 들어서는 설상가상 마녀 교사 마여진에게 콕 찍히면서 온갖 설움을 다 받게 되었죠.

 

 

"강해질 자신이 없다면, 강한 자의 편에 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야!" 6학년 3반 아이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휘어잡기 위해 자신의 손발이 되고 스파이 노릇을 해 줄 아이가 필요했던 마여진은, 따돌림을 당하며 친구 한 명 없는 은보미에게 접근하여 회유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보미가 즉시 대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반항적 태도를 보이는 심하나와 급격히 친해지며 훈훈한 우정을 쌓아가자, 정말 치사하게 노골적인 태도로 보미를 못살게 굴었지요. 급기야는 학예회에서 반 전체가 참가하는 무용 발표를 하기로 했는데, 열심히 연습해 온 보미의 노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너는 실력이 부족하니 혼자만 빠져 있으라는 명령을 하는군요.

 

은보미를 연기하는 서신애의 표정은 소름끼치도록 리얼했습니다. 소심한 성격에 반항 한 번 못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해요" 하다가, 털끝만치의 자비심도 없이 모질게 다그치는 마여진의 횡포가 계속되면 소리없이 눈물만 주르룩 흘리는데, 보고 있자니 너무 가엾고 딱해서 덩달아 눈물이 날 지경이었어요.

 

촬영장 뒷 이야기를 듣자 하니, 지금 신애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 은보미에게 완전 몰입해 있다고 합니다. 보미를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지경이라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으로 '1초 수도꼭지'라는 별명을 얻었다는군요. 폭풍 눈물 연기를 선보인 후에는 제작진이 너무 감탄한 나머지 기립박수를 쳤으며, 한 스태프가 그 연기의 노하우를 묻자 서신애는 "대본을 보며 감정을 잡고, 그 역을 생각하면서 감정 이입을 하면 바로 눈물이 떨어진다"고 대답했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3회 말미와 4회 예고편에서 드러난 은보미의 변화는, 제작진이 왜 특별한 공을 들여 그 배역에 서신애를 캐스팅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었어요. 시종 일관된 성격을 유지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보미는 속을 알 수 없고 변화무쌍한 캐릭터였더군요. 보미에게 하나는 정말 소중한 친구였죠. 담임 선생의 구박을 함께 받으면서까지 보미의 편을 들어 주고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 하나는, 평생 처음으로 보미를 외롭지 않게 해주고, 친구가 있다는 것의 따스함과 즐거움을 깨닫게 해준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보미는 하나의 우정을 배신하고, 담임 마여진의 제의를 받아들여 스파이가 되어 버렸던 거예요. "우리 친구하기로 약속했었잖아!" 뜻밖의 배신에 충격받은 하나가 외치자, 보미는 차갑게 한 마디 던집니다. "됐거든!"

 

그 자세한 내용은 4회에서 방송되겠지만, 짧은 예고편만으로도 은보미의 변신은 충격이라 할만했습니다. 언제나 심약한 울보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만 흘리고 있던 보미의 표정 변화가 얼마나 섬뜩한지,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그 정도의 미묘한 감정 표현을 실감나면서도 강렬한 인상으로 새겨놓을 수 있는 아역배우는 결코 흔치 않죠. 이제 와서는 16세의 나이가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은보미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그 비뚤어진 심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실감해야 할텐데 그게 너무 어린 나이에는 불가능했을 테고,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 못한 상태에서는 부자연스럽고 생명력 없는 연기밖에 나오지 않았을테니 말입니다.

 

 

'여왕의 교실'은 명품 아역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로 가득한 드라마입니다. 지난 1회에서는 김향기와 김새론이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더니, 2회에서는 천보근이 나이답지 않게 능글맞고 넉살좋은 캐릭터 오동구를 리얼하게 표현함으로써 감탄을 자아냈고, 3회에서는 조용하던 서신애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은따 소녀 보미의 심리 변화를 인상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명품 아역들이 어른 뺨치는 감정 몰입과 프로 정신으로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나아가는 과정을 지켜볼 기회가 또 언제 있을까요? 여전히 고현정 캐릭터에는 일말의 공감을 느낄 수 없어 좀 안타깝지만, 그래도 제가 '여왕의 교실'을 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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