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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OLO(나는 솔로)' 영식, 뒤늦은 깨달음이 안타까웠던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는 SOLO(나는 솔로)' 영식, 뒤늦은 깨달음이 안타까웠던 이유

빛무리~ 2022. 8. 1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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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SOLO(나는 솔로)' 9기가 그렇게 재미있다기에, 여기저기서 화제성이 장난 아니기에 뒤늦게 정주행을 했다. 과연 매우 자극적이고 재미있게 만들어진 짝짓기 예능이었다. 이번 9기 출연자들은 각자 개성도 강하고 다채로운 성격들을 지니고 있어서 최고의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 중에도 단연 화제의 중심에는 38세의 정신과 의사 '광수'가 있었고, 과연 마성의 남자라고 불릴만한 그는 반전의 자기소개 이후 모든 여성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최후에는 옥순과 영숙, 두 여자가 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데 과연 광수는 누구의 손을 잡을 것인가? 

 

 

하지만 나는 광수의 선택이 궁금한 것 못지 않게, 더욱 안타깝고 관심 가는 사람이 있었다.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던 '영식'이 바로 그였다. 34세의 현직 경륜선수인 그는 건강한 매력으로 초반 두 여자(영숙, 현숙)의 선택을 받아 2:1 데이트를 했지만 뚜렷한 감정의 변화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던 중, 운명처럼 옥순과 처음으로 1:1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귀한 시간에 그야말로 '밥에 눈이 뒤집힌' 나머지 침묵 데이트를 강권하며 옥순을 기함하게 하였다. 세상에 아무리 요령이 없어도 어떻게 저런 남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무슨 말을 꺼내려다가도 상대가 "네, 뭐라고요?" 물어보면 그냥 "아니, 아니에요." 라고 하면서 얼버무리는 태도였다.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그러면 상대는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기본적으로 대화의 소양이 무척이나 부족한 사람이었다. 상대가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되면 아예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 말든가, 계속 말머리만 꺼내 놓고는 아니라며 얼버무리니 누가 좋겠는가? 기껏 데이트랍시고 하러 나와서는 말하지 말고 밥만 먹자는 것도 모자라,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계속 "아니, 아니, 아니오" 만을 되풀이하는 영식은 참 별로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영식은 깨달음과 뉘우침이 빠른 남자였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도 재빨리 잘못을 인정하더니, 옥순에게 정성껏 준비한 과일과 와인을 대접하며 정식으로 사과도 했다. 옥순은 크게 탓하지 않고 사과를 받아주었지만, 그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는 팩트폭행이라고 할만큼 날카로운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운동선수인 만큼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영식님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는 소중한 데이트 기회인데, 거기에 집중하고 몰입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옥순의 말에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더 이상 핑계대면 안 되죠!" 순간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말이 너무 멋있었다. "더 이상 핑계대면 안 되죠!" 라니... 세상에 그보다 더 뚜렷한 성찰과 사과의 언어가 있을까? 게다가 이어지는 말은 점입가경이었다. "저는 지금 이 시간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여기 솔로나라에 와서..." 하면서 영식은 그윽한 눈빛으로 옥순을 바라보았다. 

 

보통의 남자들이라면 아무리 잘못을 인정한다 해도 여자한테 마구 지적받고 혼나게 되면 일단 불쾌해하게 마련이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더라도 속으로는 기분 나빠서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식은 그 반대였다. 옥순의 똑 부러지는 태도에 순식간에 홀딱 반한 듯했다. 자신의 잘못을 또박또박 지적하고 야단치는 여자한테 저런 태도를 보이는 남자는 처음이라, 나는 그 순간 영식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 정말 진실하고 겸손하지 않다면 그럴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첫번째 데이트에서 영식이 "아니오"를 남발하거나 "말없이 식사만 하자"는 등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옥순의 마음을 붙잡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이미 옥순의 마음은 광수에게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일찍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그녀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혹시라도 반전의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나는 그 점이 무척 아쉽다. 왜냐하면 나의 예감에 광수는 이미 영숙 쪽으로 마음을 정한 것 같기 때문이다.

 

옥순과 영숙 두 여자에게 끝내 자기 마음을 확실히 말하지 않는 광수의 태도에는 좀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광수가 영숙을 선택하고 옥순이 홀로 남게 된다면 그녀 곁에 영식처럼 진실하고 듬직한 남자가 서 있는 것도 아주 보기 좋을 것 같았다. 뒤늦게 그 영식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되니, 초반의 그 안 좋았던 모습들조차도 너무 순수해서 저지른 실수들 같아 새롭게 해석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깨달음은 너무 늦었다. 솔로나라에서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데이트였고 그것은 정말 천금같은 기회였는데, 그 시간을 잘못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그녀와 더 멀어져버렸고 이제 돌이키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영식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옥순을 위해 아침도 준비해 주고, 최종 선택과 상관없이 언제든 기회가 되면 밥 한 번 먹자면서 데이트 신청을 했지만, 옥순은 재고의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실한 어조로 거절했다. "저는 제 선택에 후회가 없어서... 확답을 드릴 수가 없어요!" 

 

원래 나는 거절하는 여자에게 부담스럽게 계속 대쉬하는 남자를 좋게 안 보는 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식의 경우는 그 뒤늦은 깨달음과 간절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오직 안타까운 마음 뿐 전혀 밉게 보이지가 않았다. 나중에 방송 촬영을 마친 후에라도 옥순과 잘 되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알고 보니 옥순은 영식이 그 동안 만나왔던 여자들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이제는 좀 다른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에 혼자 고민을 좀 했었지만, 본능적인 끌림은 어쩔 수 없었노라고 영식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 역시 그 본능적인 끌림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고 슬픈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느낌은 그저 느낌에 불과할 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잘 되지 않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고, 앞으로는 느낌에만 너무 의존하지도 말고 정말 그와 잘 맞는 좋은 인연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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