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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쓰레기와 나정의 키스, 이대로 확정일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4' 쓰레기와 나정의 키스, 이대로 확정일까?

빛무리~ 2013. 12. 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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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13회에서 쓰레기(정우)와 성나정(고아라)의 키스신이 등장했다. 그것도 아주 격렬하고 기나긴 입맞춤이었다. 그 동안 억누르며 숨겨왔던 감정을 처음으로 분출시키는 쓰레기의 행동은 굉장히 저돌적이었고, 오빠에 대한 사랑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다가서던 나정은 오히려 한껏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 두 팔로 쓰레기의 허리를 감싸 안지는 못하고 그저 옆구리의 옷자락만 꼭 움켜쥐는 귀여운 반응이라니... 하지만 그 수줍은 눈빛에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이 깃들어 있었음은 물론이다. 내가 바라던 커플은 아니지만, 그 순간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성나정-쓰레기'의 '나레기' 커플보다, '칠봉이-성나정'의 '사이다' 커플이 잘 되기를 응원해 왔다. 순전히 나의 개인적 취향 때문이다. 내가 볼 때 쓰레기는 정말 편하고 좋은 오빠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고, 남자로서의 매력은 칠봉이에게서 느껴졌던 것이다. 그 느낌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아무래도 '사이다' 커플이 결혼에 골인할 가능성은 점점 옅어지고 있는 듯하니,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둬야 겠다. 나는 쓰레기가 오랫동안 지켜 온 '나정이 오빠' 자리를 이토록 쉽게 포기할 줄은 몰랐다. 오빠가 아닌 남자로서 나정에게 다가설 때, 그 행동이 이렇게까지 빠르고 적극적일 줄은 더욱 몰랐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게 달라진다.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것과 서로 좋아하는 것은 엄청나게 다르다. 속으로는 둘 다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있더라도, 한 쪽에서만 다가가고 다른 쪽에서는 계속 물러난다면 결과적으로는 일방통행과 다를 바가 없다. 10회까지만 해도 '나레기' 커플은 위와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성나정은 쓰레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다가섰지만, 쓰레기는 계속해서 숨기고 억누르며 뒷걸음질을 쳤던 것이다. 나는 그 양상이 쉽게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며, 또 그렇기를 바랐다. 칠봉이와 연결되기를 원해서라기보다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쓰레기와 성나정의 현재 모습에서 느껴지는 남매로서의 케미가 너무 정겹고 좋았기 때문에, 연인이나 부부 관계로 변화시키기보다는 지금의 소중한 관계를 일생토록 유지하는 편이 더 좋을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레기는 변화를 선택했고, 과감한 행동으로 자기 포지션을 삽시간에 바꿔 놓았다. 이로써 균형은 깨어졌다. 이제 쓰레기와 성나정은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되었고, 이 관계가 쭉 이어진다면 8년 후에 그들은 결혼식을 올려 부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신의를 지키기만 한다면, 과연 그 사이를 갈라놓을 제3자가 존재할 수 있을까? 어려서부터 친남매처럼 지내 왔다는 것과, 서로 상대방의 부모를 똑같이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며 한 가족처럼 지내왔다는 것은 오히려 플러스 요인일 뿐 절대 마이너스 요인이 아니다. 만약 두 사람이 연애하다가 한 쪽이 배신한다든가 해서 안 좋게 헤어졌을 경우라면 가족간의 친분까지 깨뜨리는 큰 문제로 이어지겠지만, 무사히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산다면 문제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2013년 현재의 모습을 보면 성나정과 쓰레기의 관계는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함이 없으니, 연애하다가 안 좋게 헤어진 사이는 절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쯤되면 성나정의 남편 김재준이 바로 쓰레기일 가능성은 대략 90% 이상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왜냐하면 성나정과 쓰레기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진전된 상태에서 칠봉이가 중간에 끼어들면, 여러가지로 그 모양새도 좋지 않고 캐릭터에 대한 호감 역시 급추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나정이가 쓰레기를 좋아해도 쓰레기가 굳건히 오빠의 포지션을 지켰다면, 그 상황에서는 칠봉이가 얼마든지 나정에게 다가설 수 있었다. 그건 나쁜 행동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한다는데, 그 사이에 끼어들면 젠틀하고 멋진 칠봉이는 찌질남이 되고 만다.

 

 

성나정의 입장은 더욱 확고할 수밖에 없다. 남매처럼 지내왔던 긴 시간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채, 그녀는 용감하게 쓰레기와 정식 연애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칠봉이가 더 좋다고 쓰레기를 배신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그 배신의 결과는 단지 쓰레기뿐만 아니라 두 집안의 모든 가족에게 크나큰 상처와 불행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들의 고통쯤은 나몰라라 하며 칠봉이를 선택한다면, 성나정은 당장 비호감 캐릭터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언제나 타인에게 관심이 깊고 온정이 많은 나정이의 성격상, 아무리 불같은 연애에 빠졌다 해도 그런 선택은 할 리가 없다. 과연 앞으로 또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지간해서는 '사이다' 커플의 가능성을 회복시키거나 설득력을 부과하기 어려울 듯 싶다.

 

나정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응답을 받고 좋은 연인을 얻게 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평생 소나무처럼 든든히 곁을 지켜줄 수도 있었던 오빠를 잃은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솔직히 나는 축하하는 심정보다 안타까운 심정을 더 크게 느낀다. 질투하는 거 아니냐고? 아니, 그것과는 다른 감정이다. 만약 나정이가 칠봉이와 연결되었다면 질투심을 약간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것도 별 가능성은 없다. 드라마 속 예쁜 커플이 잘 되면 기분 좋은 일이지, 생뚱맞게 무슨 질투? ㅎㅎ) 앞서도 밝혔듯이 내가 보는 쓰레기의 캐릭터는 너무 좋은 오빠였기 때문에, 그런 오빠를 잃게 된 것을 나정의 입장에서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쓰레기는 그녀의 곁에 있겠지만, 오빠의 역할과 연인(남편)의 역할은 확연히 다르기에 그녀는 오빠를 영영 잃은 게 맞다.

 

칠봉이는 야구 시즌 후의 인터뷰에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을 언급하며, 나정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당당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 모습은 처연해 보였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날, 성나정은 눈물을 흘리며 칠봉이의 모습을 찾아 헤매다가 그의 무사한 모습을 보고는 미친듯이 달려가 그의 몸을 얼싸안았다. 그녀를 짝사랑하는 칠봉이의 가슴은 터질 듯 부풀고, 생전 느껴본 적 없는 행복감에 젖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짧았던 첫사랑이 안겨 준 행복은 그게 마지막이었을까? 이제 다시 칠봉이에게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칠봉이뿐만 아니라 모든 친구에게 다정하고 친절한 나정이를 탓하기는 어렵다. 그녀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하지만 이제는 쓰레기와 정식 연애를 시작했으니, 그녀가 분명한 태도로 선을 좀 그었으면 좋겠다. 칠봉이와 단 둘이 냉면을 먹으러 가거나, 개인적으로 만나서 시험 준비를 도와주는 일들이 지금까지는 별 것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문제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성나정은 칠봉이가 자신을 여자로서 좋아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지 않은가? 삼천포에서 당했던 기습 키스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상대방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리고 자기는 받아줄 생각이 없으면서도 계속 만나고 웃고 하는 것은 여지를 주는 것이고, 본의는 아니더라도 어장관리에 해당한다. 쓰레기와의 연인 관계가 확정된 지금부터는 더욱 그러면 안 될 일이다.

 

솔직히 나는 삼천포에 다녀오고 나서도 칠봉이와 아무렇지 않게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성나정의 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기를 대하는 칠봉이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면서, 친구는 무슨 허울좋은 친구란 말인가? 남녀간의 친구 관계가 순도 100%의 우정만으로 유지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둘 다 싱글이든가, 둘 중 하나라도 싱글일 경우는 더욱 어렵다. 그런데 칠봉이는 나정에게 사랑 고백까지 했고, 서울에 돌아와서도 그녀를 향한 감정을 수시로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자기에겐 어울리지도 않는 교양 과목을 단지 그녀와 함께 듣기 위해서 수강신청했다고 말하며 환히 웃는다. 자기는 받아줄 생각이 없는데 상대방이 그런 태도를 보이면 대부분의 경우는 어색해하거나 미안해하기 마련인데, 성나정은 지극히 태연하다.

 

 

상대의 마음이야 어떻든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건가?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너를 친구로 생각하니까 우리 둘의 관계는 명백한 친구"라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면 성나정의 태도는 굉장히 이기적이다. 물론 칠봉이가 사랑을 고백할 때 "내 마음 받아달라는 건 아니니까 그냥 편하게 생각하라"고 말하기는 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기습 키스는 '편하게 생각하라'는 그 말이 정작 맘에도 없는 헛소리였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정말 그녀가 자기를 편한 친구로 여기길 바랐다면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성나정은 곰탱인지 뭔지,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충격적인 키스의 기억마저 쿨하게 털어내 버리고, 칠봉이를 진짜 친구로서 대하는 중이다. 도대체 어쩌면 그럴 수 있지?

 

지금까지는 '사이다' 커플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성나정의 태도가 좀 이상하다 싶어도 너그럽게 봐주고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나마 여지를 남겨 두어야 가능성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무리 봐도 가능성이 너무 희박한 듯하니, 칠봉이를 대하는 성나정의 우유부단하고 무딘 모습에 조금씩 화가 나려고 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확실히 도장을 찍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자신과 상대방과 모두를 위한 길이다. (아, 이렇게 말해 놓고 나중에 후회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과연 이우정 작가는 이 상황을 설득력 있게, 억지스럽지 않게 반전시킬만한 능력을 갖고 있을까? 그녀가 처음부터 선택한 '김재준'은 쓰레기일 가능성이 90%이지만, 혹시 칠봉이일 수도 있을까? 10%의 남은 가능성이 아직도 나를 조금은 혼란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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