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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나레기'보다 '사이다'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4 '나레기'보다 '사이다'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빛무리~ 2013. 11. 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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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응답하라 1994'의 남주인공은 쓰레기(정우)임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초반에 주인공의 존재감을 강력히 어필해야 한다는 드라마의 법칙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제작진은 무려 1~6회에 걸쳐 쓰레기의 존재감을 공들여 어필했다. 집에서는 쓰레기처럼 뒹굴며 지저분하고 게으르게 지내지만, 밖에서는 멀끔한 외모의 천재 의대생이며 운동 실력까지 뛰어나서 온갖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그의 반전 매력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여주인공 성나정(고아라)의 친오빠가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난 후 단짝 친구였던 그를 대신하여 나정이의 든든한 오빠로서 그 자리를 지켜왔다는, 로맨틱하고 가슴 찡한 스토리 역시 쓰레기의 몫이었다. 이토록 심혈을 기울여 만든 캐릭터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건 어불성설에 가깝다.

 

그에 비해 칠봉이(유연석)의 존재감은 6회까지 미미한 수준이었다. 부모님의 이혼과 엄마의 재혼 등 가정사의 굴곡을 겪으면서 그 밝은 얼굴 이면에 감춰진 아픔을 대충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그 정도 어필로 쓰레기의 적수가 되기에는 터무니 없이 약했다. 7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칠봉이의 진짜 매력과 성나정을 향한 짝사랑이 열정적으로 폭발하며 그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아무래도 좀 늦은 감이 있었다. 어쩌면 이것은 전형적인 서브 남주 캐릭터의 성장 패턴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여주인공과 메인 남주가 손 잡고 결승점을 통과할 때까지 그들의 사랑이 지루하지 않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는... 서브 남주가 아무리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해도, 메인 남주를 제치고 여주인공과 최종 커플로 맺어지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성나정의 남편은 칠봉이보다 쓰레기일 확률이 더 높은 게 사실이다.

 

시청자들 사이에 불리는 '성정-쓰레기' 커플의 애칭은 '나레기'이며 '봉이-나정' 커플의 애칭은 '사이다'이다. 2회부터 폭풍이 몰아치듯 어필된 쓰레기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지, 현재 '나레기' 응원단의 열기는 초겨울 매서운 한파마저 무색케 할 지경이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사이다'를 응원하는 목소리는 작고 조심스러운데, 승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가항력으로 그 쪽에 끌리는 마음들은 일견 애틋하다. 나 역시 그 애틋한 마음을 함께 지니고 있으니, 수많은 화살표가 쓰레기를 가리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꺾이지 않은 칠봉이의 희망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응답하라 1994' 제10회는 마지막 20분의 포텐을 터뜨리기 위해서 앞부분을 너무 질질 끌어 온 느낌이 있었다. 특히 조선의 마지막 구라쟁이 기생이라나 뭐라나, 삼천포(김성균)의 할머니가 칠봉이를 붙잡고 기나긴 하소연을 늘어놓는 장면들은 심하게 지루했다. 설정상으로는 82세의 할머니라는데, 너무 젊은 여자가 제대로 분장도 하지 않고 나와서 과장된 연기를 선보이니 정말 어색하고 이상했다. 꼬불꼬불한 흰색의 가발을 뒤집어 쓰고 화장을 떡칠한 얼굴로 칠봉이의 팔짱을 끼며 교태를 부려대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속이 메슥거리며 토가 쏠릴 지경이었다. 진짜 할머니처럼 보였다면 그렇지 않았을텐데, 고작 40~5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스무 살 청년한테 그러니까 굉장히 천박해 보였던 거다. 웃기지도 슬프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은 그 장면이 너무 길게 이어지니, 꾹 참고 보던 나는 어느 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덕분에 정작 중요했던 최후의 20분은 푹 자고 일어나서 다음 날 아침에 보았다나 뭐라나..;;

 

어쨌든 그 최후의 20분을 보고 난 후,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성나정의 남편은 칠봉이일지도 몰라, 하는 예감이 섬광처럼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삼천포까지 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내려와서 고작 3시간 머물다가 오밤중에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려는 칠봉이를 성나정은 이해하지 못했다. 칠봉이는 "너도 알 것 같은데..." 라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 성나정은 눈치채지 못했다. 성나정은 솔직담백한 외골수로서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기보다는 오직 한 곳으로만 파고드는 성격이다. 그녀의 시선이 오직 쓰레기만 쫓고 있는데, 칠봉이가 아무리 애타는 눈빛을 보내봤자 어떻게 알아차렸겠는가? 그토록 무심한 나정에게 속절없이 반해버린 칠봉이가 이제 삼천포의 낯선 하늘 아래서 그녀에게 고백을 한다. "널 좋아해... 그렇다고 날 좋아해 달라는 건 아니야. 네가 다른 사람 좋아하는 것도 알고... 그래서 말하지 말까 고민도 했었는데, 좋은 걸 어쩌겠냐... 오늘 말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여기까지는 매우 젠틀했다.

 

그런데 시곗바늘이 12시를 넘기고 1995년이 시작되는 찰나, "해피 뉴 이어!" 라는 인사와 함께 칠봉의 입술이 나정의 입술을 덮쳤다. 사실 그것은 매우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자기를 좋아해 달라는 것도 아니라면서, 일방적으로 키스를? 그녀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녀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행했기에 그 키스는 지극히 무례한 것이었고, 자칫하면 두 사람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이 악화시킬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키스 때문에 '사이다' 커플의 가능성은 확 높아졌다. 만약 칠봉이가 끝내 젠틀한 자세를 유지했을 경우, 말로만 고백하고 쓸쓸히 손을 흔들며 혼자 서울행 버스에 올랐을 경우 (그녀와의 사랑을 이룰) 가능성이 30% 정도였다면, 기습 키스 이후의 가능성은 60% 정도라고나 할까?

 

 

2013년 현재, 성나정과 쓰레기와 칠봉이는 여전히 다른 친구들과 모두 함께 어울리며 편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친구 사이에, 또는 친한 오빠 동생 사이에 남녀간의 묘한 감정이 싹텄다가, 그 마음을 솔직히 표현까지 했었다가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 어색함을 떨쳐내고 다시 편한 사이로 돌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원래 갖고 있던 친구로서의 관계가, 또는 오빠 동생으로서의 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설령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해도,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안 보고 살기에는 예전의 관계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지낸지 얼마 안 되는 친구라든가 특별히 친할 것도 없는 사이였다면 문제는 좀 달라진다. 굳이 불편함을 견디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냥 속 편하게 얼굴 안 보고 사는 쪽을 선택할 수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쓰레기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성나정은 쓰레기 오빠를 안 보고 살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 없다. 나정에게 쓰레기는 남자이기 이전에 오빠였다. 친오빠보다 더 친오빠 같은, 죽은 친오빠를 대신해서 그녀의 곁을 아름드리 나무처럼 든든하게 지켜주던 오빠였다. 나정에게 쓰레기의 존재는 거의 부모나 다름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오빠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끼고 첫사랑에 빠졌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그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고 치자. 나정이는 어떻게 할까? 절대로 쓰레기와의 인연을 끊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빨리 어색함과 불편함을 떨쳐내고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3년에도 그들은 여전히 남매같은 친밀함을 유지하며 지내고 있다. 쓰레기가 마요네즈 뚜껑을 열다가 실수해서 성나정의 눈썹과 콧구멍에 마요네즈가 튀었다. 가뜩이나 마요네즈가 부족한 상황이라, 쓰레기는 나정의 얼굴에 붙은 마요네즈를 조심스레 긁어내어 접시에 담는다. (엽기..ㅎㅎ) 그러면서 43세의 쓰레기가 39세의 성나정에게 다정히 말한다. "(콧구멍의 마요네즈를 긁어내며) 나정아, 흥 하지 마~ (다 긁어낸 후) 나정아, 오빠가 미안해~" 만약 쓰레기가 성나정의 남편이라면 그들은 이미 결혼 12년차의 부부다. 그런데 서로를 대하는 두 사람의 호칭이나 태도는 친남매처럼 지내던 1994년과 별다를 바가 없다. 물론 결혼 후에도 평생 죽을 때까지 오빠 동생하며 지낼 수도 있겠지만, 나의 느낌은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만약 성나정을 향한 칠봉이의 짝사랑이 끝내 거부당했을 경우, 그들의 관계는 편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1994년 12월 당시, 성나정에게 칠봉이는 자기 부모가 운영하는 하숙집에 자주 드나드는 허여멀건한 녀석에 지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알고 지낸지는 채 1년이 안 되었고, 친구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별로 친한 친구는 아니었다. 언제 소식이 끊겨 안 보고 살게 되어도 크게 서운할 것 없는 존재였다는 말이다. 그런 칠봉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랑을 고백했다. 한참 쓰레기 오빠에게 빠져 있는 성나정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설상가상, 이 녀석이 허락도 없이 제멋대로 입술을 훔쳤다. 어쩌면 며칠 후에 방송될 11회의 첫 장면에는 나정이가 칠봉이의 뺨을 후려치는 모습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무슨 짓이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

 

하지만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11회 예고편에서는 쓰레기가 진지하고도 서글픈 표정으로 나정에게 자신의 과거 연애사를 말하는 듯한 장면이 비춰졌다. 쓰레기를 향한 성나정의 사랑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힘든 과정 속에서 칠봉이가 변함없는 다정함과 배려심으로 꾸준한 사랑을 보여준다면,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거란 보장이 있겠는가? 만약 성나정이 마음을 열고 칠봉이의 사랑을 받아들였다면, 2013년 현재 그들의 모습은 완벽하게 설명이 된다. 그런데 만약 성나정이 끝내 칠봉이를 거부했다면, 그녀의 마음 속에는 칠봉이에 대한 호감이 전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례했던 일방적 키스의 불쾌감을 잊을 수 있을까? 쿨하게 용서하고 편한 친구로 남을 수 있을까?

 

글쎄, 같은 여자로서 내 판단에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전에도 지금도 그 남자를 좋아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데, 전혀 생뚱맞은 웬 놈이 내 생애 소중한 첫 키스를 제멋대로 도둑질해 버린 셈이니 말이다. 화가 치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 별로 친한 친구도 아니고, 얼굴 안 보고는 살 수 없을 만큼 정든 사이도 아니다. 그런데 왜 굳이 불쾌감과 속상함과 어색함을 꾹꾹 눌러 참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할까? 솔직히 고지식한 성격의 나 같으면 당장 엄마 아빠한테 일러바쳐서 그 녀석을 우리 하숙집에 발도 못 붙이게 했을 거다. 물론 여자라고 해서 모두 나 같은 건 아니겠지. "그까짓 첫키스가 뭐 중요해? 아무하고나 하면 어때?" 하면서 쿨하게 털어버리고 "괜찮다, 이 자슥아~" 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우린 계속 친구 아이가~" 하면서 편하게 지내는 여자도 뭐... 있을 수는 있겠지. 과연 성나정은 그럴까?

 

 

2013년 현재, 친구들은 모두 성나정 부부의 집들이에 모여 있다. 성나정과 칠봉이의 관계는 아주 편안하고 친숙해 보인다. 적어도 그 키스 사건으로 관계가 틀어지거나 안 보고 살게 된 것은 아님을 확인한 셈이다. 그렇다면 혹시...? 내가 그렇게 보아선지, 소파에 앉아 있는 위치부터가 칠봉이는 좀 남다르다. 쓰레기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은 모두 긴 소파에 나란히 앉거나 바닥에 앉아 있는데, 칠봉이만 따로 분리된 1인용 의자에 앉아 있다. 나의 친정집에서 그 자리는 다름아닌 아버지의 자리였다. 물론 대충 아무렇게나 앉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내 눈에는 그 집의 주인이며 가장이라서 그 자리에 앉은 것만 같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포인트... 여러 친구들은 나정이 아버지 성동일의 인삼주를 따서 마시자고 하는데, 성나정은 아버지가 서울 쌍둥이 야구단의 우승을 기원하며 20년 동안이나 고이 간직해 온 술이라면서 거부한다. 쓰레기가 설득해도 소용 없고 다른 친구들이 졸라대도 반응 없다. 그런데 문득 칠봉이가 말했다. "그냥 먹자. 먹고 나서 소주를 부어 놓으면 모르실 거야!" 그러자 성나정은 기다렸다는 듯 "그렇지?" 하면서 냉큼 일어나 인삼주를 개봉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태도를 볼 때, 성나정의 남편은 칠봉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중에 혹시 아빠한테 들켰을 때, 남편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먹자고 그랬어요!" 하면 성동일이 사위의 얼굴을 보아서 그냥 넘어가 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친구가 먹자고 해서 개봉했다면 당장에 호통이 떨어지지 않을까? 물론 그 상황이 치밀한 계획에 따라 연출된 것이 아니고 우연히 그렇게 된 거라면 나의 추측은 빗나가겠지만.

 

머지 않아 밝혀지겠지만, 나정이를 좋아하면서도 그 마음을 애써 숨기는 쓰레기한테는 그럴만한 이유와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천방지축 스무 살의 겁 없는 나정이와 달리 스물 네 살의 성숙한 남자 쓰레기로서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만약 일시적 감정에 혹해서 사귀다가 잘못 되기라도 하면, 그녀와의 오빠 동생 관계뿐만 아니라 친부모 자식처럼 지내 온 성동일-이일화 부부와의 관계마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족처럼 지내 온 20년의 시간이 너무나 소중해, 쓰레기는 차마 그것을 깨뜨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칫 그녀의 여린 마음이 상처라도 입을까봐,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고이고이 감싸 안으며 지켜주고 싶을 뿐이다.

 

 

"이 문제를 누가 내 줬다고?" 매직아이 그림 속에 담긴 뜻을 나정이는 몰랐지만, 쓰레기는 단번에 그녀를 향한 칠봉이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강력한 연적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꼈으련만, 한 걸음 다가서기는 커녕 오히려 두 걸음 물러서는 쓰레기는 어쩌면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여차하면 헤어질 수 있는 연인보다, 절대 헤어질 수 없는 오빠로서 영원히 나정이의 곁을 지키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아닐까? 그녀가 남편 때문에 울거나 속상해 하면, 든든한 오빠로서 매제를 타이르거나 혼내 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나의 저울추는 자꾸만 그 쪽으로 기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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